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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Dec 04. 2021

아빠 타이타닉 영화 보고 싶어

19세가 되면 타이타닉을 꼭 보고 싶다는 아들과 함께 간 곳

아빠!
타이타닉 봐도 돼?

토요일이면 아들은 신이 난다. 바로 무비데이라서다. 요새 아들은 모든 자동차 영화(폭력성이 짙고 노출이 심해 같이 보는 내가 부끄러울 수 있는 청불 제외) 섭렵하고 비행기, 우주선, 여객선 등 탈것이 주인공(?)인 영화로 장르를 확해 나가고 있다.


"잠시만 타이타닉 관람 등급을 살펴볼게"


사실 난 아직까지 타이타닉을 본 적이 없어 관람등급을 알지 못한다. 그저 타이타닉이 한참 흥행할 때 TV쇼에 연예인분들이 한 장면을 패러디할 때 모습과 배경으로 나오는 음악 정도만 알뿐.


"아들, 이건 청소년 관람불가네. 나중에 네가 19살이 되면 그때 보렴"


아들은 아쉬워하며 다른 영화를 찾기 시작했다.


아빠 유람선이다!

아들은 유람선만 보면 외치곤 한다.


아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유람선을 볼 때마다 난 말하곤 했다.


"아들 유람선 조만간 꼭 타러 가자"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최근에도 아들에게 유람선 태워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얼마 전인 것 같은 느낌인데... 유람선 타기로 했었는데 당시 일정이 빡빡해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온 적이 있었던 것 같

메모하지 않으면 늘 잊어버리기에 열심히 기록해야 한다


오늘은 뭐 없어?

오랜만에 새벽 5시 반에 일어났다. 늦잠만 자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니 무언가 의미 있는 행동을 해야겠다 싶었다. 아침밥을 차렸다. 오랜만에 아내의 아침밥을 해주고 싶었다.


어떠한 행동을 할 때에는 상대에게 무언가 리액션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내가 하는 행동으로 내가 행복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늘 명심해야 한다.


자칫 '고마워', '우와~' 이런 감탄사를 기대하거나 그 이상의 리액션을 기대할 거라면 안 하는 게 낫다.


괜히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놓고 상대의 반응 없음에 기분이 상해버린다면 오히려 내가 기쁜 마음으로 한 행동의 결과가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니...


아내는 고맙다는 말 대신 한 숟가락 떠먹는다. 눈치를 보니 뭐 나쁘지 않다는 표정이다.


아내의 표정을 살피며 아들 등교 준비를 도우는 내게 아내가 말을 건넸다.


"오늘 저녁에 뭐 준비한 거야?"


예상하지도 못한 아내의 말에 난 얼음이 됐다.


"..."


출근길
폭풍 검색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신들린 검색을 시작했다. '디너', '맛집', '연말' 등 떠오르는 키워드는 모조리 넣었다.


그러다 이크루즈란 것을 찾게 됐다. 이랜드에서 하고 있는 크루즈선 패키지 상품 같은 거다. 다양한 가격대가 준비돼 있었다.


내가 눈여겨본 상품은 '애슐리 퀸즈 + 크루즈선', '디너 크루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밥을 먹고 크루즈를 타는 일정이냐, 크루즈선에서 밥을 먹으며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코스이냐의 차이다.


연말이니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선택한 디너 크루즈 상품이다. 아내와 아들 3 인하면 원래는 26만 원 정도인데 지금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21만 원이 조금 넘었다.

그래 한 번 가보자

가격은 상당했지만 나와 가족이 경험하는 비용 그리고 브런치 '달려라 이클아'에 쓸 소재로 사용하면 괜찮겠다 생각했다. 혹시나 크리스마스이브나 당일에 가격은 얼마인가 보니... 50만 원이 넘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 저녁 가야겠다고!


당일 예약은 전화로 문의 후 예약하라고 하여 오전 11시 고객센터에 연락했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다고 했다.


상담해주시는 분이 이크루즈 홈페이지에서 할인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에 결제는 이크루즈 홈페이지 통해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들이 좋아할 모습이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믿음을 가지고 걷다 보면 보인다

가족과 현장에서 보기로 했다. 늦어도 7시 20분까지는 매표소에 도착해야 하는데 내가 집에 가서 아내랑 아들을 태우고 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5호선 여의나루 역으로 이동해 3번 출구로 나왔다.


여의나루 역 3번 출구에서 내려 500m 가면 나온 다했는데... 지금 시간 6시 50분... 혹시라도 잘못 찾으면 어쩌나 불안함이 엄습해온다.


그러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 반짝반짝 예쁘게 꾸며진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안심이 됐다.


'휴... 제대로 찾았구나'


애슐리 퀸즈 옆
이랜드 이크루즈 탑승장
그리고 그 앞 계단 위 매표소

매표소 옆에 배에 탑승하기 전 수속(?) 절차를 밟아야 했다. 추위에 직원 한분에 서 계시며 꼼꼼하게 체크해주셨다.


초행길이었지만 아내도 무사히 7시 20분까지 잘 도착했다. 주차는 이크루즈 전용 주차장이 따로 마련돼 있어 무료주차가 지원된다

◈차량 이용 시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86-5
- 63 빌딩 맞은편 여의도 한강공원 1 주차장 진입 후, 원효대교 밑 ★이랜드크루즈 전용 주차 공간★ 이용
[타 주차장 이용 시 무료 혜택이 불가하며 요금이 부과되오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티켓팅 시 차량번호 등록을 요청하시면 무료 출차 가능합니다
아들이 너무도 신나 한다

유람선에 타보고 싶어 하던 아들은 커다란 크루즈선을 보더니 무지 기뻐하는 듯 좋아 보였다.


내가 예약한 '디너 크루즈'는 7시 30분에 출항해서 반포대교를 기점으로 돌아 9시에 마치는 여정이다. 1시간 30분 동안 우린 크루즈에서 야경을 보며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있을 건 다 있다. 육회부터 문어숙회, 꿔바로우, 새우튀김(?), 우동, 와인 안주용 치즈, 초코/치즈/생크림 케이크, 쿠키, 오렌지, 멜론, 오렌지/자몽 주스, 바닐라/딸기 아이스크림, 커피 등 뷔페 음식은 다양했다. 아들이 먹을 것도 많았다.

아들은 이날 5 접시를 먹어치웠다. 물론 드문드문 듬성듬성 음식을 담은 접시였지만, 등갈비를 시작으로 치즈 케이크까지 자기가 주도적으로 먹고 싶은 것을 떠다가 마음껏 먹었다. 식용 장갑을 껴고 전투에 나가듯 음식을 담기 위해 걸어가는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참 귀엽다.


아내도 오랜만에 평일 데이터라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예상치 못한 저녁 일정으로 초행길을 달려온 터라 힘들었던 것 같지만, 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크루즈선에서의 분위기가 아내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 듯하다.


아내는 평소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날은 이것저것 담아오며 뷔페를 즐기고 있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내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사실 나도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먹었다. 한 끼 식사에 20만 원이면 내게도 큰돈이다.


다만, 크루즈선에서의 뷔페를 즐길 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주 고급 호텔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호텔에서 디너 가격대는 꽤 비싸다. 크루즈선 디너 가격보다 비슷하거나 비싸다.  점을 고려해야 실망하지 않는다.


크루즈선에서 맛 본 음식 퀄리티는 가족이 즐기기에 충분히 훌륭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크루즈선을 타고 야경을 보며 한강 위를 둥둥 떠가며 먹는 음식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음식이 메인이 아니라, 크루즈선을 타고 야경을 보며 경치를 즐기는 것이 이 상품의 메인이다. 여기에 음식이 곁들여지고 라이브 공연이 한층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이리라 생각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한다.


이 상품이 부담스럽다면 애슐리 퀸즈+크루즈선 탑승 코스가 있으니 이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아름다운 야경과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준 라이브 공연

크루즈선에서 감미로운 라이브 공연을 들으며 야경을 바라보니 연말 감성이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밤을 좀 더 눈과 마음속에 새기고 싶어 우리는 충분히 먹은 뒤에 밖으로 나왔다.  적당히 바람이 불어 준 덕택에 아주 춥지 않아서 바깥 야경을 눈에 담기에 괜찮았다.


'참 오랜만이구나 이런 느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하며 살면서 너무도 사는 게 바쁘다며 놓치고 산 날들이 많은 것 같아 반성했다.


연애할 때에는 연말이다 뭐다 다양한 기념일을 억지로 만들어가며 데이트할 소재를 찾고 그랬는데...


너무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곳에 우리가 함께했구나... 미안...

피곤했지만
의미 있었던 하루

아들은 차에 타서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나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피곤이 몰려와 씻고 바로 잠이 들었다.


이렇게 피곤함을 달래며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고 행복이다.


오늘도 열심히 잘 산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을 안고 나도 꿈나라행 열차에 타기 위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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