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요즘 뭐해보고 싶은 거 있어?
아들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길. 이번 주말은 뭐하고 보낼지 고민이라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기왕이면 아들이 하고 싶은 걸 맞춰주고 싶기도 했다. 라고 쓰고 아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했다고 읽어주세요.
아들이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게 보이는 요즘이다. 아들이 키도 커지고 몸도 튼튼해지는 걸 보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뿌듯한 것은 맞지만, '이제 좀 더 크면 나와 놀아주지 않으면 어쩌나'란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런 마음에서 일까... 아들 모습을 보면 볼수록 더욱 애틋해져 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이 크는 만큼 나는 나이 들어 약해져가고 있다. 몸도 마음도...
"아빠, 나 낚시해보고 싶어"
"낚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응 책에서 읽었는데 해보고 싶어"
"책에서 낚시하는 것을 읽었어? 아니면 생선 관련 책을 읽은 거야?"
"그냥 책 읽다가 생각이 났어. 낚시해보고 싶다고"
"아... 응... 그래..."
낚시라..... 낚시라.....
나 역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터라...
"아들, 바다낚시 아니면 민물낚시?"
"바다낚시!!! 배 타고 나가서 바다 위에서 하는 거"
"근데 그건 좀 무섭지 않을까? 바다낚시하려면 배 타고 들어가야 하기도 하는데 사실 뉴스 보면 사건 사고가 많더라고"
"그럼 아빠 민물낚시터로 가자. 무서운 사람들 싫어"
"그래 아빠가 그럼 전망 좋은 괜찮은 낚시터 한번 알아봐 볼게"
기자 시절 낚싯배에 탔다가 살해당한 사건 등 관련 사건 소식을 접했다 보니 덜컥 겁부터 났다.
남양주 낚시터
어디가 좋으려나?
민물낚시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남양주로 검색하니 별내 숲속낚시터, 진접읍에 진벌낚시농원, 화도읍에 화도낚시공원 이렇게 3곳이 눈에 띄었다.
아들과 함께 골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했다. 화도낚시공원으로!
나는 물고기를 낚으러 간다기보다 소풍 간다는 마음으로 가고 싶었고, 아들도 기왕이면 경치가 좋은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양주 화도낚시공원
낚시터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도로포장은 되어있지만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폭이어서 조심스럽게 서행하며 운전해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도착 한 화도낚시공원(화도낚시터). 매표소 겸 관리소 앞에 임시 주차를 하고 입어료를 지불하고 낚싯대를 대여했다. 어른 1명, 미성년 1명, 낚싯대 2대, 떡밥 해서 총 4만 5천 원이다. 관리소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라면 등을 팔고 있고, 관리소 맞은편에는 식당이 있어 김치찌개, 제육볶음, 닭볶음탕, 라면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매표소에서 낚싯대를 빌리면서 처음 왔다고 말씀드리니, 관리소에 계시던 이사님이 우리의 선생님이 되어주셨다.
우리는 이사님의 안내를 받아 낚시터 안으로 차량을 안전하게 주차하고 목 좋은 자리를 이사님이 골라 주셨고, 우리는 본격적인 낚시를 위해 낚싯대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소풍 온 기분이랄까. 이곳은 산속에 둘러싸여 전망이 참 좋았다.
이사님이 직접 떡밥도 만들어주시고 낚싯바늘에 떡밥을 붙이는 방법, 낚싯대를 던지는 방법까지 차근차근 상세히 알려주셨다.
떡밥을 만들 때 여름에는 좀 뻑뻑하게 겨울에는 좀 더 묽게 하자
떡밥을 끼울 때에는 셋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바늘에 떡밥을 끼운다
오른손으로는 낚싯대를 위로 올린다고 생각하고 왼쪽 손으로는 낚싯바늘을 던지려 하지 말고 놓아야 한다
2~3분 정도면 떡밥은 물속으로 흩어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낚싯바늘에 떡밥을 붙여 던진다
낚싯대를 거둬들일 때에는 낚싯대를 한번 위로 훅 올린 뒤 천천히 세우면 신기하게도 낚싯바늘이 내 앞으로 온다
낚싯바늘을 물고기가 물면 낚싯대를 들어 올려야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팍 쳐 올리면 바늘이 물고기에 상처를 내서 떨어질 수 있으니 줄은 팽팽하게 만들되 힘겨루기를 하면서 물고기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들은 인기가 참 많았다
어린이가 와서 낚시하는 모습이 기특해서였을까. 이사님과 낚시터에서 무림의 고수 포스가 물씬 풍기시는 어르신께서 오셔서 아들을 특별히 지도해주셨다.
사실 낚시라는 게 우리 둘 다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화도낚시터에서 고수분들의 도움으로 입문 정도는 하게 된 듯하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열심히 떡밥을 만들어 낚싯바늘에 붙이고 아들은 열심히 낚싯대를 잡고 던지는 연습을 했다. 그게 재미있나 보다. 낚싯대를 물에 뿌리고 기다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 강태공도 울고 갈 정도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래서 사람들이 낚시를 하러 오나 싶을 정도였다. 시간을 보니 벌써 2시간이 지났다. 점심 식사 때가 많이 지났지만 아들은 배고픈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나 보다.
아들 라면 먹으러 갈까?
라면이라는 소리에 아들이 반응한다. 여행 와서 아들과 나의 또 다른 재미가 바로 사발면 먹기다. 잠실 야구장에 가서도 펜션에 갈 때에도 우리는 편의점에 들러 사발면을 먹곤 했다.
아들이 아빠와 함께 먹었던 사발면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발면을 먹고 1시간 여를 더 놀다 보니 날이 저물기 시작해 아들에게 이제 그만 낚시터와 작별인사를 하자고 말했다.
"물었어요! 물었어요!"
옆 부스에서 낚시를 하고 계시던 분이 내게 외쳤다. 뭔가 싶었는데... 내 떡밥을 붕어가 물은 것이다. 순간 놀라 허겁지겁 낚싯대를 잡아 들었고 아들이 뜰채로 붕어를 잡아 올렸다. 아들의 얼굴은 상기돼있었다.
"아들!!!! 멋진 협업이었어!!!"
아들 앞이라 말은 이렇게 당당하게 했지만... 이제부터 난 난감한 상황과 맞닥트렸다.
낚싯바늘을 붕어 입에서 빼내려 하다 뜰채 안에 누워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붕어눈과 마주쳤다......
'아... 붕어를 놔줘야 하는데... 어쩌지... 아.... 붕어야 미안해.... 미안해.... 붕어야 움직이지 마... ㅠ_ㅠ'
초짜답게 난 당황하며 발만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뜰채 안에서 낚싯바늘을 문 붕어는 꿈틀거리고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붕어의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붕어야... 미안....'
"저기요.... 혹시 붕어 입에서 바늘 좀 빼주실 수 있으실까요?"
옆 부스에 있는 분께 도움을 구했다. 붕어가 많이 아파 보였다... 옆에 분은 프로셨다. 금방 바늘을 붕어입에서 빼내 주셨다. 붕어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급박했던 상황으로... 도저히 붕어를 잡았다는 인증샷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아들 이제 그만 가자...."
아들은 다음 주에도 또 오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오는 길에 우리의 스승님이 되어주신 이사님과 어르신께 또 찾아뵙겠다고 인사드리고 빌린 낚싯대를 가지런하게 잘 정리해 반납했다.
"아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어?"
"낚싯대를 잡고 던지는 거"
"아빠는 다음에 오기 전에 잡은 물고기 입에서 바늘을 빼내는 법을 배우고 와야겠어.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고기가 다치지 않게 잘 놓아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아들과 오늘 낚시터에서 있었던 일들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운전하다 혼자 떠들다 아들을 보니 꿈나라에 가 있었다...
'고생했어 아들. 아들 덕택에 낚시란 것도 해보고 아빠에게도 멋진 경험이었어! 다음번에는 아들 덕택에 어떤 멋진 경험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잘 자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