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Jan 22. 2022

추억 속 놀이에 하루 순삭

서울 도심 속 가족 놀이공간...'돈의문박물관마을'

이번 주말엔 여기 어때?

아내가 이번 주에는 광화문역과 서대문역 사이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가보자고 제안했다.


'서대문에 마을을 박물관으로 해놓았다고?'


사실 큰 기대하지 않았고, 그냥 오랜만에 주말 나들이를 서울 도심으로 가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초이스였기에 후회할 것 같진 않았다. 헛걸음 치진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들을 읽어보기도 했으나 사실 그냥 여느 곳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예쁘게 찍은 사진과 좋아요란 말들로 도배된 글들이랄까...


제일 먼저 주차장을 알아봐야 했다

아이와 함께 주말에 서울 도심을 찾는다는 것은 교통체증 속에 자칫 여행 자체가 짜증으로 시작될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하다. 그래서 여유롭게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근 주차장 이용 용이성이다.


돈의문 홈페이지에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입구 양쪽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주차장과 서울역사박물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주차장 이용료는 10분당 1,000원이다. 물론 진료를 받을 경우 4시간 무료다.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에 공지된 공영주차장 요금은 최초 1시간까지 1,000원이고 초과 5분당 400원으로 추가 시간당 요금은 4800원이다.

하지만 지도를 잘 찾아보면 서울시교육청이 바로 근처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찾아보니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경우 주말에는 주차장을 무료 개방하고 있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에
안전히 주차를 마치고

오전 10시쯤 도착하니 마침 나가는 차량이 있어 운 좋게 무사히 주차했다. 우니와 함께 걸으며 돈의문박물관마을 쪽인 강북삼성병원 쪽으로 걸었다.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다. 

드디어 도착한 입구!

일단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도착하면 마을 안내소로 가서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온도 체크하고 방역 패스 인증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빨간색 팔찌(?)를 받을 수 있다. 놀이공원이나 박물관에 가면 받는 입장권과 같은 모양의 팔에 두를 수 있도록 만든 띠다.


아들은 오전 10시 떡 만들기인 세시음식 체험하기에 들어갔다. 세시음식 체험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체험비는 1만 5,000원이고 인터넷 또는 현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아들이 떡 만들기 체험하는 동안 나는 반려견 우니와 동네 구경을 하러 다녔다. 마을 안내소 앞에 마련된 산타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장식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연신 사진을 찍었다.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좋았다

1. 매듭공방(화, 수, 금, 일)

걱정인형, 과일바구니, 팔찌, 꽃병, 브로치, 머리핀 등 만들기 체험

체험비 : 1만 원


2.  한지공예(목, 토)

줌치 목걸이, 줌치 열쇠패, 보석함 또는 딱지 목걸이, 다용도 바구니 또는 지승 목걸이, 거치대/한지시계 또는 한지 모빌 또는 돈의문 드림캐쳐 등 만들기 체험

체험비 : 프로그램별로 상이(무료 ~ 2만 원)

3. 도예공방(화, 수, 목, 금, 토, 일)

접시, 볼 그릇, 컵 등 도자기 그릇/조각 만들기

1시간당 2만 원

4. 힐링 약선(목, 금, 토, 일)

전통차 마시기, 약선 고추장 체험, 전통차 체험, 약선 꿀청/꿀사탕 체험 중 선택하여 인터넷에서 예약 또는 현장 신청

체험비 : 프로그램별로 상이(무료 ~ 2만 원)

5. 돈의문 학당(목, 토, 일)

돈의문 달빛 야행, 한양도성을 지켜라!, 돈의문을 여시오!(역사 보드게임), 과거시험을 치르오!, 삼강행실도 효(孝), 돈의문 마을 선비요, 얘들아! 놀자, 나도! 고고학자! 등

체험비 : 프로그램별 상이(1만 5,000원~2만 원)

6. 양말 목공예(화)

기본 방석, 부엉이 바구니, 티코스터, 드림캐쳐, 꽃 키링, 텀블러 가방 등 만들기

체험비 : 프로그램별 상이(7,000원~1만 8,000원)

7. 가죽공방(수, 토)

가죽 키핑/팔찌, 가죽 카드(명함) 지갑 만들기

체험비 : 프로그램별 상이(1만 5,000원~2만 5,000원)

8. 옛 지도 들고 떠나는 서울 배낭여행(금, 토, 일)

'도성도', '수선전도' 등 옛 지도 속 한양의 모습과 21세기 서울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답사하고 ① 옛 지도로 텀블러 만들기(수선전도, 대동여지전도) ② 미니 박물관 만들기(선비상 DIY+3D 문화유산) ③ 호패 만들기 ④ 돈의문박물관마을 스크래치 아트액자 만들기 등 체험

체험비 : 3만 원

9 너에게 정, 가(화, 수, 토, 일)

우리나라 전통 궁중 성악 '정가'와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인 가야금을 배워보는 체험

체험비 : 가야금 배우기(40분 1만 5,000원) 가곡 배우기(20분 1만 원)

10. 우리 들꽃 공방(수, 금, 토)

들꽃 리스, 들꽃 디퓨저 만들기

체험비 : 시간당 1만 5,000원

11. 세시음식(화, 수, 금, 토, 일)

삼색꿀떡, 한라봉과편, 매작과

체험비 : 1만 5,000원

오늘 아들이 세시음식 체험을 하고 가져온 것이다. 아들이 인절미 떡이라고 하여 입안에 넣었는데 식감은 캐러멜과 같지만 씹을수록 인절미맛이 나서 신기했다.

다양할 볼거리도
인상적이었다

세시음식 앞 골목 바닥에는 아기자기하게 이렇게 옛날 물건들이 요렇게 쏙 하고 들어가 있어 어릴 적 놀던 감성을 자극했다. 깔끔하게 조성한 구불구불한 골목을 걸으면서 어릴 적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뱀길이 떠올랐다. 아련한 기억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미아삼거리역 대지극장을 지날 때면 봤던 직접 그렸던 영화 포스터 간판... 친구들과 처음으로 영화를 보자고 약속하며 만났던 장소 명보극장... 지금은 모든 것이 현대적으로 변해서 찾아가 보고 싶지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기에 내 눈에 보이는 이 감성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추억 속 사진관

서대문사진관은 근대 사교장과 1980년대 결혼식장 콘셉트로 조성했다고 한다.

삼거리 이용원을 보고 어릴 적 아빠랑 손잡고 다니면 이발소가 떠올랐다. 빠박산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위치했던 이발소. 지금은 재개발이 되어 내가 살던 빠박산과 뱀길, 어릴 적 모든 기억 속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 아련한 기억 속에 있던 이발소의 감성이 이 건물 덕택에 마음에 떠올랐다.


어릴 적 아빠는 참 멋쟁이셨다. 지금도 멋쟁이시긴 하지만.

오락실!!!!
체험존!!! 추가요!!!

국민학교 시절(지금은 초등학교가 되었지) 학교 앞 문방구 입구에 있어서 10원짜리 넣고 게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나는 마흔 중반으로 향하고.... 딱 저 감성.... 그 감성이다.....

으아아아아악!!! 원더보이.... 오락실에서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보글보글,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그 모든 게... 으어어어어어엉엉 ㅠ_ㅠ...... 세월이 너무 허망하다.... ㅠ_ㅠ....... 원더보이는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1게임을 했는데.... 현타가 왔다... 오락실에서 뭐하나 싶었달까.... ㅎㅎㅎ;;;;

어릴 적 부모님이 만화방을 하셨었는데, 적자로 결국 폐점을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만화책 빌려가서 그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떼먹는 이들이 많았던 때이기도 했다.


엄마는 만화방에 오는 단골손님들을 챙겨주시려 고구마 과자도 서비스로 준비하곤 하셨다. 그 덕택에 고구마형 과자를 매일 먹고 싶은 만큼 먹었던 추억이 있다.


지금도 편의점에서 이 고구마형 과자를 보면 그때 느꼈던 어릴 적 감성이 아련히 피어오르기도 한다.


추억의 골목놀이

골목골목을 다니며 내 마음속 추억을 소환했다.... 어릴 적 시멘트 바닥 위에 돌멩이로 선을 그어 분필로 숫자를 그리고 동네 형아들하고 놀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아련했던 그 마음들이 떠올랐다...

트릭아트 포토존
추가요!!!

요건 응가하는 모습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리얼할 것 같아서 이 정도로 ㅎㅎㅎ

돈의문 구락부 앞
멋진 신사숙녀 포토존 추가요!!!
어릴 적 먹던 감성 속 음식 체험(?)존
학교 앞 분식 추가요!!!

떡볶이와 오뎅, 떡라면, 추억의 도시락을 시켜 먹었다. 떡라면은 아이와 함께 와서 인지 간이 세지 않았고, 떡볶이도 오뎅도 간이 약간 심심할 정도로 건강(?)한 맛이었다.


추억의 도시락은 감성으로 먹는 것이라 생각하고 시켰는데 김에 멸치를 넣고 볶은 김치와 볶은오뎅을 넣어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옛날 감성을 그대로 전해주시려고 했는지 추억의 도시락 속 소시지도 옛날에 어렵게 살 때 사 먹던 그 소시지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맛있고 고급스러운 음식점을 기대하기보다 그 당시 분식을 체험한다는 생각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음식 체험존이라 이름 붙였다.

추억의 음악다방 체험존

멋지게 DJ로 변신한 어르신과 카운터를 보시는 어르신이 계셔서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80년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다방의 모습을 그대로 잘 담아놓았다. 정말 커피 한 잔 마시며 앉아있다 가고 싶을 정도였다.

재미있는 벽그림도 추억 소환에 한몫했다.

VR 체험존 추가요!!!

우니가 있어서 아들과 아내가 체험을 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긴 했지만, 신나 하는 아들과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인기가 많은 곳이고 체험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꼭 체험하길 권하는 곳!

아이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
스탬프 투어

아들이 아내와 스탬프 투어를 할 동안 나는 우니가 추울까 하여 품 안에 넣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꽤 걸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들은 스탬프 투어를 하면서 아해로 골목놀이 현장 신청을 하여 참가했다고 했다.


롱 패딩을 입긴 했지만 오랫동안 밖에 앉아있으니 무릎 아래쪽이 춥기도 하여 마을 안내소에 스마트폰 충전도 좀 할까 하여 안내소 지킴이 분께 강아지를 안고 들어가서 좀 앉아있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여쭈었고, 놀랍게도 "안고 계신다면 들어오셔도 괜찮아요"란 대답을 들어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감사할 때가!!!'

차가운 곳에 오래 있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오니 졸리기 시작했다. 사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많이 먹기도 했다. ㅎㅎㅎ 그래서 우니와 나는 졸았다.


아들은 스탬프 투어를 마치고 돈의문 상회에 가서 아폴로 등과 교환했다.


'아... 그래서 그렇게 스탬프 투어를 하려고 했던 거였구나 ㅎㅎㅎ 귀여운 것!'

아빠 배고파

오전 10시에 도착해서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너무도 즐길 거리가 많다 보니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진 느낌이었다. 아들과 아내를 기다리며 우니와 나는 여유로움도 만끽했다.


"아들 설렁탕 좋아하지? 여기 근처에 아주 유명한 도가니탕 집이 있는데! 먹으러 갈 테야?"


"도가니탕이 뭔데?"


"설렁탕 같은 건데 도가니가 들어가 있어. 쫀득쫀득한 고기 같은 거야~ 국물만 먹으면 아들이 좋아하는 설렁탕 하고 똑같은 맛이야"


"응 아빠 나 먹고 가고 싶어"


그래서 도착한 곳은 바로 대성집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다행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여기 메뉴는 단순하다. 도가니탕 보통과 특이 있고 수육 그리고 해장국 이렇게다. 보통 주중에 올 때면 도가니탕에 수육을 시키고 소주 한 병을 시켜서 반주를 하곤 했다. 오늘도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시켜서 드시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이곳의 감성은 마늘장아찌(?)다. 알싸한 것이 도가니탕과 잘 어울린다고 할까. 여기 도가니탕을 먹을 때 난 소금 간을 하지 않는다. 주신 맛 그대로에 김치와 마늘장아찌를 곁들여 먹는다.

아들은 정말 배가 많이 고팠는지 작은 국그릇에 도가니탕 국물에 밥을 말아서 두그릇을 후딱 먹어치웠다!


아들이 밥을 잘 먹는 모습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그게 부모 마음 아니던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너무도 감사한 여행이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기획단계부터 정말 많은 고민을 한 고뇌의 산물이란 믿음이 생겼다. 어찌 보면 이렇게 넓은 장소를 하나의 박물관마을로 보존하겠다는 발상을 한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다.


서울시의 서울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이다.


전면 철거 개발방식이 정점에 이르렀던 2008년부터 대안적, 실험적 시도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됐다고 하니 앞으로도 도시 재생된 곳을 찾아서 기록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이웃한 종로구 교남동 일대와 더불어 2003년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기존 건물의 전면 철거 후 근린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서울시 누군가가 고민했던 것 같다.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로서의 역사적 가치와 흘러간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동네를 획일적으로 철거하고 개발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으로 2015년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계획은 변경됐고 지금 이곳이 탄생하게 된 것이리라.


찾아보니, '아이. 서울. 유'라는 서울 도시브랜드가 새롭게 나온 것이 2015년이었다니....

체험할 것도 많았고 볼거리도 많았고 즐길거리도 많았던 하루였다. 또한 더 감사한 것은 반려견을 안고 따뜻한 마을 안내소에 앉아서 잠시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부분이다. 잠시 동안의 낮잠이었지만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이 만들어지기까지 첫 아이디어를 내어 그것이 채택될 수 있게 고생하신 모든 분들, 그리고 돈의문박물관마을이 단순히 행정적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들러서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한 마음 올립니다.
- 2022.01.22 광화문덕 올림
이전 17화 아들 덕택에 첫 스케이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