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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인생이란 물살 위에서

병뚜껑 레이스가 가르쳐준 인생의 의미

by 광화문덕

지금 이 시간, 한국의 여름밤이 깊어가는 오후 8시 30분.


나는 또다시 한 주의 문턱에 서 있다.


이번 한 주도 내가 정한 삶의 기준에서 무너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잘 완주해 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건네며, 어딘가 결연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저녁.


창밖에는 내일을 예고하듯 어둠이 차분히 내려앉고, 하루의 바람은 잠시 머뭇거린다. 손에 쥔 차가운 커피잔의 기운이 무더운 열대야 속에서 나를 위로한다.


일요일 저녁을 이대로 보내기 아쉬워 유튜브 영상을 보던 중, 무심코 스크롤을 내리던 손끝에 우연처럼 한 편의 쇼츠 영상이 걸려들었다.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 다섯 개의 병뚜껑이 줄지어 섰다. 파랑, 노랑, 빨강, 초록, 그리고 흰색. 출발선에 서 있는 그 작은 뚜껑들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간절해 보인다.


영상이 시작되고 병뚜껑들은 힘차게 물살을 탄다. 휘어진 굴곡을 만나며 서로를 앞지르고, 꼴찌였다가 역전하고, 또다시 뒤처졌다가 맨 뒤에 있던 흰 뚜껑이 어느새 맨 앞을 달린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레이스.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문득 인생을 떠올린다.


이따금 우리는 인생을 너무 일찍 단정 짓곤 한다. 처음부터 앞서 나가는 이들이 언제나 끝까지 웃을 거라고, 지금 늦었다고 느끼는 이들은 영원히 뒤처질 거라고, 우리 스스로 한계를 긋곤 한다.


하지만 이 작은 병뚜껑 레이스는 말해준다. 인생은 결코, 절대, 한 줄로 서는 경주가 아니라고. 굴곡이 있고, 속도가 있고, 예측할 수 없는 물살이 있다고. 어제의 꼴찌가 내일의 1등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선두가 내일은 또 다른 흐름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한다고.


흰 뚜껑이 1등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는 문득 내 인생의 어느 시간, 가장 뒤에 있다고 느꼈던 나를 떠올린다. 포기하지 않았던 어떤 순간이, 결국은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음을.


인생은 그저, 흐르는 물 위에 나를 맡기는 용기, 굴곡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다림,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한 번의 역전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아주 긴 여정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로 흐르며, 언젠가 만날 결승선을 향해 엎치락뒤치락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먼저 출발하지만 언제나 결승선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꼴찌라고, 뒤처졌다고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라는 사실.


굴곡진 물살과 예기치 않은 회오리 속에서, 나도 언젠가 새로운 흐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흰 뚜껑이 마지막에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듯, 우리 인생도 때론 놀라운 역전을 품고 있는 법이다.


누구에게는 그저 어찌 보면 장난스러운 단순한 짧은 영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레이스를 보고 난 뒤, 새로운 한 주를 앞두고 일었던 내 안의 두려움과 조바심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또다시 시작되는 한 주의 첫 날인 일요일 저녁, 새롭게 한주의 시작이라는 출발선에 선 내 삶을 다시 한번 다정하게 응원해 본다.


"이번 한 주도 잘 살아보자. 엎치락뒤치락 물살을 타는 흰 뚜껑을 마음에 품으며, 또 다른 시작을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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