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퇴근길 알람...부끄러운듯 속삭이는 아들
퇴근해요~
퇴근할 때 아내와 통화를 한다. 그래야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하고 기다릴지 먼저 먹을지 판단할 수 있다.
아내와 대화를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아들에게 아내를 뺏길 수 없어서다. 아들보다 나를 더 많이 사랑해달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아내와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간략하게 대화를 나눈다. 전화를 끊기 전에 아내는 아들이 할 말이 있다며 바꿔준다.
'우다다다닥' 소리와 함께 아들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빠 복오싶어요
아들이 오늘도 속삭인다. 부끄러운 듯 웃음기를 살짝 머금고 말하는 게 포인트다.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금방 미소가 입가로 스며든다.
아빠 마싱거 머꼬 시퍼요
아들의 목소리에 애교가 더 섞일 때가 있다.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상상이 될 정도다. 몸을 꼬면서 꼭 들어달라는 몸짓을 하면서 말하는 것이리라.
맛있는 거 사달라는 거다. 아들이 사달라는 맛있는 것은 기껏해야 '젤리'나 '마이쮸'정도다.
소박한 바람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때론 아들이 훌쩍 커버려서 이 행복이 사라지면 어쩌나 겁이 나기도 한다.
뭐 먹고 싶은데?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묻는다. 아빠는 아들이 사달라고 하면 흔쾌히 사주는 존재다. 내게도 아빠는 그런 존재였다. 어릴 적 난 아빠의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
다 사주는 건 아니다. 1만 원 넘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한 후 사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꼭 아내와 상의한다.
아들도 안다. 가격이 좀 있는 건 아빠가 무지 고민한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비싼 건 사달라고 하지 않는다. 어린 게 눈치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다.
집 도착
현관문을 열었다. 아들이 춤추며 노래를 부르며 함박웃음을 짓고 나를 향해 다가온다.
아내의 맛있는 저녁 식사가 날 기다리고 있다. 반찬이 없으면 어떻랴. 밥과 국 그리고 김치 하나면 족한 것이다. 온종일 날 기다리며 아들과 씨름했을 아내에게 미안해 집에 들어오면 포옹을 한다. 아내는 핀잔을 주지만 싫은 표정은 아니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 부부도 많이 다투기도 했다. 아내를 탓하기보다 아내가 지적하는 내 단점들을 조금씩 고치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내와의 관계가 정말 좋아졌다. 결혼 후 하루하루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도 아내를 잘 만난 덕(?) 아닐까 싶다. 결혼 전과 지금의 나는 참 많이 다른 사람이 되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