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친근한 모습,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걱정됐다
아저씨 여기서 뭐하세요?
한 꼬마 아이기 내게 물었다. 밤샘하고 퇴근한 뒤 아이와 함께 놀이터 모래밭에 앉아있는 내가 궁금한 듯했다. 아이의 호기심은 당연했다. 보통 이 시간에 아빠들은 일을 해야할 시간이니 말이다.
나 아들이랑 모래놀이 하지
"얘가 아저씨 아들이에요?"
"응"
"아저씨는 왜 여기 있어요?"
꼬마 아이는 나를 경계하는 듯했다.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세상이 흉흉해 아이가 먼저 낯선 어른에게 친근감을 보이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위험해 보였다.
여기는 왜 왔어요?
"엄마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엄마가 왜요?"
"응 엄마가 올때까지 아들이랑 아저씨는 밖에서 놀면서 기다리려고"
아이의 질문은 대충 들으면 모두 똑같은 질문이었지만 상황별, 문맥적 상황을 따지니 다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난 질문의 뉘앙스를 파악해 답하려고 애썼다.
애기야
내가 모래놀이 알려줄게
꼬마 아이는 내게 더이상 궁금한 게 없는 지 아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들을 애기라고 부르며 놀아주겠노라고 자청했다.
사실 난 기뻤다. 아들이 조금 심심해하는 듯한 상황이어서다.
"아저씨가 잘 못 놀아주니까 애기가 안 웃잖아요"
"어... 그... 래... 나는 놀아준다고 하는데 쉽지 않네..."
"평소에 잘 안놀아주죠?"
"으...응...."
애기야
모래성 쌓기놀이하자
꼬마 아이는 어디선가 1회용 커피컵을 가져왔다. 흙을 파더니 촉촉한 모래를 컵 안에 넣기 시작했다. 꾹꾹 눌러 넣은 다음에 컵을 뒤집었다. 멋진 모래성이 완성됐다.
아들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꼬마 아이는 수학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아들이 좀처럼 반응을 하지 않자 이번엔 ABC송을 불렀다.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겠다며...
"아이는 4살이라 잘 몰라. 그냥 모래 만지는 게 좋은가봐"
"에이! 아저씨 그러면 안 돼요. 저는 4살 때 구구단 다 외웠어요. 영어공부도 해야죠. 공부 많이 해야해요. 저 4살 땐 공부 진짜 잘했어요! 지금은..."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지며 희미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자...알... 못..해요..."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답했다.
"공부는 나중에 잘하면 돼~. 그리고 난 지금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아. 조금 모르면 좀 어때~ 지금은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꼬마 아이는 나와 아들 옆에서 저녁 6시까지 2시간여를 함께했다. 자기 이야기도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놨다. 아내가 도착했고 아이에게 아들과 놀아줘서 고맙다는 표시로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게 한 뒤 사줬다.
고맙지만 걱정이 됐다
꼬마 아이의 순수함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나도 그 나이엔 자렇게 순수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걱정됐다. '아무에게나 저렇게 다가가면 안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꼬마 아이는 너무 많은 정보를 줬다. 그게 너무 걱정이 됐다.
이글은 부모님들께서 조금 더 아이들에게 낯선 이들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에피소드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