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고 싶지 않은데

어릴 적 나와 현재 아들의 모습이 교차한다고 느낄 때

by 광화문덕
당신이 그렇게 하면 할수록
아이와 멀어질까 걱정돼

출근하기 전 인사하려고 다가선 내게 아내는 말했다.


"어제 아이한테 너무 화를 많이 냈던 것 같아."


"아이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혼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시기인데 당신이 좀 더 많이 받아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아내의 말에 멍해졌다. 사실 어제 난 아들에게 참 많이 화냈다. 이번 주 술자리가 잇따라 있다 보니 내 몸 하나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들을 봐야 하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아들에게 과민반응했던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응... 미안해...

아내에게 사과했다. 아이는 자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못하고 나왔다. 출근하는 1시간 40여 분간 내내 마음 한쪽이 답답했다.


'어제 나는 왜 아들에게 화를 내야만 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어제 일들을 반추해봤다.


사실 아이니까 밥을 먹다가 엎을 수 있다. 배변 훈련을 하는 중이니 카시트에 오줌쌀 수도 있다. 그건 커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난 아이에게 성인이 된 내 정도 수준의 행동을 바라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냥 내 몸이 피곤하니 아들의 성장을 무시하고 내 기준에 맞춰 억압했던 것일 수 있다.


술자리를 줄여야겠다

3월부터 그동안 못했던 술자리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1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이들이니 술을 절제해서 마시기 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들이부었던 게 내 과실이었다. 특히 이번주에는 스마트폰도 잃어버릴 정도로 마셔댔다.


술이란 것은 조절하면서 마셔야 하는데, 난 절제에 실패했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만취 후에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 내겐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 한 주 동안의 피로를 주말에 좀 쉬며 풀어야 하는데, 3월은 주말 내내 근무다. 오늘도 근무다. 그렇다보니 피로는 계속 쌓였고, 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할 수 없었다. 그저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보니 아들의 서투른 행동을 인내하기엔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으니 아들에게 더 화만 냈던 것 같다. 변명을 하자면 그렇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아들과 멀어지고 싶지 않은데...

내게 어릴 적 아빠란 존재는 심리적으로 멀리 있는 사람이었다. 택시기사를 하던 아빠는 늘 집에 오면 잠만 주무셨다. 강도 등을 몇 차례 겪고 나서는 택시 기사를 그만 두고, 엄마와 집에서 미싱일을 하셨는데 그 때에도 아빠는 따뜻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냥 늘 피로에 찌들어 있고, 화를 자주 내는 그런 아빠였다.


난 아들에게 그런 아빠이고 싶지 않다고 늘 자각하고 있지만, 요즘 내 모습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속상하다.


결혼 후 늘 고민하는 것,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 더 고민하게 된 것... 바로 가정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것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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