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벚꽃을 보면 오늘이 떠오를 것 같다
나 피곤해
아내의 모습이 측은하다. 온몸에서 피곤함이 묻어난다.
아들 어디 가고 싶어?
"찜질방!! 가자가자!!!"
"엄마 없이도 괜찮겠어?"란 아내의 질문에 아들은 "네"라며 큰소리로 답했다.
아내는 겉으로는 서운한 척을 했지만 내심 기뻐 보였다.
집근처 찜질방 없나?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주위를 자세히 살폈다. 평소 가던 찜질방은 시설은 좋긴 한데 좀 멀어서다. 시간도 늦어 시설보다는 가까운 곳에 가고 싶었다.
찾았다!!!
포기하고 코너를 돌아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려는데 아파트단지 상가에 찜질방 표시가 있었다.
'아이와 가는데 너무 허름하면 어쩌나...'
조금 걱정됐지만 그래도 '아파트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겠지'란 생각에 가보기로 했다.
엄마는 집에서 쉬고 있을게
"네"
아들의 대답이 우렁차다. 평소엔 엄마와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빠 이건 뭐에요?
새로운 공간에 오니 모든 게 신기한지 계속 물었다. 무엇보다 정말 기분 좋아 보였다.
반신욕을 좋아하는 나를 닮은 건지 아들은 탕 속에 머뭇거림 없이 몸을 담갔다. 다행히 아파트단지 내에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들어가도 좋을 만한 온도의 탕이 있었다.
아빠, 나 나갈래
단점은 아들의 반신욕 시간이 너무 짧았다. 난 반신욕을 하는 둥 마는 둥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해야 했다.
아들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홍조를 띈 아들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귀여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아들은 찜질하는 곳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옷을 입히고 찜질하는 곳으로 나왔다. 크지 않았다. 그냥 누워있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김치찌개, 제육볶음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아들이 먹을 게 없다는 건 좀 아쉬웠다. 다행히 메뉴판에 식혜도 보였다.
"아들, 식혜 먹을까?"
"과자!!! 이거이거!!!"
식혜와 짱구라고 적힌 과자를 샀다.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과자를 거의 다 먹어갈 때 즈음에... 짱구가 아니라 '짱이야'란 과자인 걸 알게 됐다. 제조사는 코스모스였는데 공장은 남양주에 있었다.
해썹(HACCP) 마크가 있었지만 조금 불안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아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이렇게 신경 쓰니 말이다.
즐거운 시간
찜질방에서 아들과 사진도 찍었다. 아들은 요새 웃긴 표정을 짓곤 한다. 눈을 위로 치켜떠서 흰자가 많이 보이게 하는 눈이랑 웃는 듯 마는 듯한 모호한 표정을 짓고는 혼자서 빵 터진다. 자기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거운 듯 보였다.
찜질방에 있는 좌식 의자에 가서 주변 아저씨들을 따라 한다. 등을 대고 문지르는 듯한 의자가 있는데 그게 신기한지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물이 그리우면 탕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렇게 하기를 5차례 정도 반복하니 난 녹초가 됐다.
아들 즐거웠어?
"네!!!"
"다음 주에 또 올까?"
"네!!! 목말 태워 주세요"
아들이 팔을 주욱 벌리며 내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아들을 목말을 태우고 걸었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도로 양옆으로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아들 머리 위로 벚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졌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는 아들은 "우와 우와"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옥수수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며칠 전 퇴근할 때 아내가 좋아하는 찐 옥수수를 사서 들어갔는데 아들은 그게 참 좋았나 보다. 앞으로 길가에 핀 벚꽃을 보면 지금 이 순간이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