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하나에 행복해

사소한 것 하나에 감사해 하는 아들을 보며 배운다

by 광화문덕
다녀왔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왔다. 아들은 아내와 같이 책을 보고 있다. 아들이 나를 반겨주지 않는다. 심술이 났다. 마침 내게는 아들 주려고 사 온 젤리가 있어 아들을 약 올리기 시작했다.


"아들! 아빠 왔는데도 아는 척도 안 하고, 흥! 아빠가 아들 주려고 달콤한 거 사 왔는데 안 줄거야"


달콤한 이란 단어에 아들이 반응한다. 슬금슬금 내 쪽으로 오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아빠 오셨어요~!!!"라고 외친다. 그러고 나서는 두 팔을 번쩍 벌리며 안아달라고 한다. 지도 멋쩍은지 표정은 웃긴 표정을 짓고 있다.


나 좀 쉴게

아내는 아이를 보는 게 힘든지 방으로 들어갔다.


'우다다다닥'


아들도 아내를 따라 황급히 안방으로 달려들어 갔다.


"아들, 아빠가 아들 주려고 달콤한 거 사 왔다니까~ 이리 와봐~"


"네~" 우렁차게 아들이 뛰어나왔다.


거실이 엉망이었다. 아들에게 협상을 시도했다. 지금 내겐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젤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들 지금 거실에 있는 책들을 잘 정리하면 달콤한 젤리 하나 줄게"


'젤리 하나'라는 말에 아들은 정말 성실하게 책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 했어요

아들은 큰 소리로 다했음을 내게 알려왔다.


난 두번째 미션을 아들에게 주었다.


"오늘 저녁밥 잘 먹었어요?"


"네" 역시나 씩씩했다.


"자기야 아들 저녁 잘 먹었어?"


"......"


"아들 저녁 제대로 안 먹었구나! 아빠가 아들 저녁 다 먹으면 이거 다 줄게"


"네"

아들이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이야기

아들은 밥을 먹기 정말 싫은 듯 보였다. 하지만 달콤한 젤리 한 봉지에 먹어야 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들이 나보고 들으란 듯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이어갔다.


"내가 어른이 되면 아빠를 태우고 운전하고 다닐 거에요. 아빠 회사갈 때 내가 태워줄 거에요. 엄마도 태워줄 거에요. 내가 어른이 되면 요리도 할 거예요. 아빠한테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드릴 거에요. 엄마한테도요. 내가 크면 차를 몰고 다닐 거에요. 엄마 아빠 뒤에 태우고요. 와이퍼로 차 유리도 닦을 거에요. 내가 크면 엄마 아빠 태우고 놀러도 다닐 거에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참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들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 정말 먹기 싫은가 보구나...'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먹기 싫었으면 밥 안먹고 이리도 이야기만 할까...'


아들에게 다시 물었다

"아들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다만, 이 젤리는 내일 밥 잘 먹으면 그때 다 줄게. 괜찮아?"


"네" 역시나 우렁차게 답했다. 그러고 나서는 아쉬운 듯이 "아빠 구경만 좀 할게요"라고 했다.


도저히 구경만 한다는 이야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먹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절제를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대견스러웠다.


"자 구경만 해"라고 했는데 정말 구경만 하는 모습을 보고는 난 말했다.


"자 아들이 떼쓰지 않고 약속도 잘 지켰으니까 젤리 하나 줄게. 뭐 줄까?"


"블루베리 색"


"좋아!!! 이제 이거 먹고 기침약 먹고 양치하고 자는 거야"


"네" 정말 씩씩한 대답이다.


양치까지 원스톱으로 끝마친 아들이 대견해 다시 말했다.


"아들 내일 일어나면 아빠가 젤리 하나 더 줄게. 약속 지켜서 너무 대견해. 고생했어."


"네" 아들은 신이 난 듯 침대 위로 가서 잠들 준비를 했다.


너무도 아들이 기특한 저녁이다. '이래서 자식을 키우는가 싶은 마음이 들어' 오늘 이야기를 적었다. 기록하기 위해... 언젠가는 오늘의 이야기가 그리울 날이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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