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

어미새를 기다리는 아기새들처럼

by 광화문덕
숙퇴

오전 9시 정각 퇴근했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미용실도 잠깐 들렀다. 바쁘게 살다보니 머리가 어느새 더벅머리가 돼 있었다. 두달이나 손질을 하지 못한 탓이다.


형님 어디세요?

전화가 왔다. 재무설계사를 하고 있는 동생이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함 보자며 목동으로 넘어오겠다고 했다.


"나 명동 미용실에 있으니 여기로 와. 나 좀이따가 아들 데리러 가야하니 애매하면 나중에 봐"


동생은 명동으로 왔다.


6개월만에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배가 고팠던 차라서 커피에 빵 한 조각을 시켜 먹으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헤어졌다.


오후 3시20분쯤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부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방끗 웃는다. 자기 부모도 곧 올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있는듯 기분이 좋아보였다. 매우 행복해 보였다.


아들이 나왔다


환하게 웃는다. 두 팔을 벌려 나를 꼭 안는다.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안녕. 내일 또봐"


'다 컸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1년 전...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했던 때가 떠올랐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올 때 우는 아이를 강제로 떼놓으며 마음아팠던 그 때, 데려다 준 뒤 30분도 채안돼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와 불이나게 달려갔던 그때를 말이다.


아들은 1년 사이 씩씩하게 컸다.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서려는 순간... 가슴이 찡해옴을 느꼈다.


문앞에 다닥다닥 붙어서 나를 쳐다보는 남은 아이들이 마치 어미새를 기다리는 아기새의 모습같았다.


그제야 장모님의 말씀이 이해됐다. 장모님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셨다.


아이들은 엄마올 시간이 되면
문앞에서 떠나질 않아.
엄마가 오는 순서도 기억해.
보통 누구네 엄마가 제일 먼저 오고
그 다음 누구네 엄마 이런 식이거든.
근데 자기 엄마가 올 차례인데
다음 차례 엄마가 먼저오면
그때부터 아이의 기대는
불안으로 바뀌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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