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사자가 말하는 자소서, 2인2색
이 글은 올해 입사한 강혜인 수습과 송영훈 수습이 적어준 글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수습 생활을 하면서 잠잘 시간도 모자랄 텐데 없는 시간을 쪼개서 글을 작성해 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합니다.
자소서란?
저는 자소서 하면 학을 떼는 사람이었어요. 이것만큼 폭력적인 글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이것저것 써 놓고 '예쁘게 봐달라'고 하는 것 같아 괜스레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자소서 따위는 쓰고 싶지 않다'며 고집을 피우다가, '내가 나를 이 짧은 글에 온전히 녹여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능력이겠다'싶더라고요, 언젠가부터는.
결국엔 내가 나를 PR 하는 거죠. 저는 원체 자기 PR에 재능도 없을뿐더러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 자소서에 항상 거부감이 있었는데, 억울하잖아요. 내가 단지 PR을 못 해서 내 가치가 평가절하된다면요.
저도 처음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며칠은 고민하고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참 신기한 점이 오래 고민해서 쓴 자소서는 꼭 떨어지고 큰 고민 없이 훅훅 써서 지원한 자소서는 잘 붙더라고요. 물론 큰 고민 없이 썼다는 것이 그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오래 고민할수록 저의 자소서는 흔히들 말하는 자소설이 되더라고요. 작위적인 고민이 아닌 평소 있는 그대로, 평소 내가 경험한 것, 내가 평소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쓰려 노력했고 그때부터는 잘 붙더라고요. 고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치 연인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쓰듯 내 마음을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담아내는 거죠. 상대방에게 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도록 말이죠.
어떻게 써야 할까?
자신을 캐릭터화할 수 있어야 해요. 자소서를 쓰다 보면 본인의 이런저런 면들을 다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유혹에 빠지곤 하죠. 하지만 글을 몇천 자, 아니 몇억 자를 쓴다 해도 애초에 나라는 사람을 생판 처음 보는 상대에게 전부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글을 읽는 사람이 여러분한테 관심이 없다면... ㅠ_ㅠ
그래서 전략적이 필요한 거죠. 평가자가 몇천 자의 자소서를 읽은 후에 "아, 걔?'"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저는 이렇게 했어요.
날씨 좋은 날 가만히 앉아서 쭉 기억을 한 번 더듬어 봤어요. 지금의 '나'를 만든 이야기들이 뭐였는지. 쭉 정리해본 다음에 한 가지 특성을 꼽았죠. '어떻게 하나만 꼽아ㅠㅠ' 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텐데요... 골라야만 해요. 합격을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걸 위주로 글을 풀어나갔어요. 모든 문장, 모든 항목에 대한 대답이 그 하나의 이미지로 귀결될 수 있도록 말이죠. 글을 읽은 사람이 대충 쓱 읽어도 '나'라는 캐릭터가 하나의 선명한 이미지로 기억되도록 말이죠.
모든 회사의 자소서 질문 항목 중 꼭 있는 질문이 있잖아요. '지원동기'. 쉬워 보이는 질문이지만 제 주변에서 적지 않은 친구들이 실수한 부분이었어요. ‘왜 지원했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친구가 “나는 어릴 적부터 기자를 꿈꿨고 무슨 경험으로 흥미를 느꼈고 이런 저런 이유로 기자가 되고 싶다”는 식으로 쓰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저 질문은 '네가 기자를 하고 싶은 것은 알겠는데 많은 회사 중 왜 우리 회사냐?‘로 들렸어요. 당연히 기자가 하고 싶으니깐 언론사에 지원서를 썼겠죠. 문제는 왜 하필이면 '우리회사'냐겠죠.
회사 홈페이지 등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얻으세요.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전자공시시스템에는 해당 회사의 사업보고서가 올라와 있어요. 그걸 보시면 업황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답니다.
사실 너무 대놓고 아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회사 분석을 토대로 자소서를 작성하게 된다면, 최소한 자소서를 읽는 평가자들은 ‘아, 요놈이 그래도 회사 홈페이지를 한 번이라도 보긴 봤구나, 회사에 관심은 있구나’라는 인식은 주지 않았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진솔함'을 무기로 삼았어요. 평가자가 내 글을 읽고 '아 얘는 진솔한 친구구나' 이렇게 생각해주길 바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극적인 이야기보다는 소소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임했던 일들, 진심으로 대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면접 준비를 할 때 스터디원들끼리 자소서를 돌려봤었는데, 한 스터디원이 제 자소서를 읽더니 그러더라고요. "미숙해 보이지만 진솔해 보인다"고요.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를 평가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진짜' 이야기를 하세요. 수많은 미담이 있지만, 가슴까지 닿는 글은 많지 않아요.
자소서는 자기를 소개하는 의미도 있지만 지원하는 회사에 보내는 약간의 러브레터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다른 회사는 모르겠고 왜 당신네 회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자소서의 목적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회사의 슬로건과 연결 지어 보여주는 것이죠.
단순한 경험이라도 어떻게 그 회사와 녹여 쓰는가에 따라 글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자소서는 자기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회사에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듯해요.
예를 들어, 성장 과정을 묻는 말에 '초등학생 땐 모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중학교 땐 내신 성적이 좋아서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학에 와서는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열심히 다녔다' 와 같은 이야기들만 줄줄줄 쓰여 있다고 쳐 보죠.
만약 여러분이 그 가상의 인물과 대화를 한다고 하면, 앞에 앉은 애가 쉬지도 않고 줄줄줄줄 자기 잘난 점을 말하면....... 저는 싫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을 썼어요. 잘한 것보다는 못한 걸 썼고. 다만 그 부족했던 점들을 어떻게 채워나갔는지를 썼죠. 잘난 척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다만, 여러분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사람, 여러분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을 자소서로 만들라는 이야기에요.
취준생들에게 한 마디
발악을 해도 나보다 잘난 사람은 늘 있습니다. 아무리 돋보이려 해도 나보다 돋보이는 사람은 늘 있어요. 어차피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어서 내가 아무리 발악해도 저~ 위에 있는 애들이랑은 스펙으로는 싸움이 안 돼요. 그러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하나에요. '나는 나 자신한테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
세상에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뭐가 됐든 자기만이 가진 무기가 꼭 하나씩은 있습니다. 저는 그게 꼭 대단한 무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작고 소소한 거라도, 그게 본인이 가진 무기면 그걸 내세우세요. 어차피 세상에 그렇게 잘난 놈 없습니다. 기죽을 필요 없단 말이죠.
몇 번의 탈락을 경험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 거예요. '난 왜 안 되지?'라며 좌절하면서 꿈을 접는 사람도 봤고요. 아이러니하게도 확신은 여러분의 몫이에요. 여러분이 흔들리지 말아야 회사도 여러분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