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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20. 2016

#51. 나를 위해 펜을 잡다

박나울 (예비 기자)님과의 인터뷰

인터뷰 요청을 받다

지난달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대학생이었다. 기자를 꿈꾼다고 했다. 내 브런치 애독자라고 밝힌 그는 나에 대해 궁금하다고 했다.

흔쾌히 응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야겠다는 생각이기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터뷰했다. 녹취만 하던 내가 녹취를 당하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에게서 내 수험생 시절 그때의 아련함이 전해졌다. 기분이 참 묘했다.

너무 궁금했다

'20대 대학생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참 기분 좋은 경험이다.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과의 만남. 특히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이들. 그들과의 시간은 늘 아쉬울 정도로 빨리 지나간다.

그리고 한 달쯤 후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정성스럽게 적은 글자들을 읽으니 마음이 설렜다.


메일을 보자마자 첨부된 파일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았다. 그리고 파일을 열었다.



신동진 기자님 인터뷰
를 위해 펜을 잡다

늘 타인과 세상의 일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다. 그들은 언제나 주변을 탐색한다. 조금이라도 더 깊이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 정작 그들의 삶에 그만큼의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다. 그들조차 자신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기자는 오직 바이라인의 이름 하나로 사회에 그들의 존재를 피력하고 있다.


 이처럼 ‘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자가 있다. CBS 신동진 기자다.


 『 그동안 늘 타인의 삶,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펜을 들어왔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기자로서 말이다. 』  - 신동진 기자 ‘기자로 살아간다는 것’ 中


 신동진 기자는 CBS 입사 7년차 중견기자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음카카오가 제공하는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신 기자가 <브런치>라는 1인 매체에 글을 쓸 때에는 CBS 기자로서의 입장을 잠깐 내려놓고 오로지 그의 생각과 삶에 집중한다. 그의 ‘주관적 매거진’을 구독하여 호응하고 있는 사람은 벌써 6천 5백여 명이다.


 신동진 기자의 <브런치> 속 글은 여느 기자의 글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럼에도 그의 글은 딱딱하지 않다. 그의 삶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인간적인 맛이 난다. 특히 그의 매거진 테마 중 ‘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을 보면 그가 기자가 되기까지의 인생사가 한 편의 소설처럼 연재되고 있다.


 기자가 되기 위한 첫 관문부터 혹독했다. 그는 공대생이었다.


실패한 삶은 성공한 삶이고, 후회하는 삶은 실패한 삶이다.


 신동진 기자는 한국어로 된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고 싶던 컴퓨터공학도였다. 그는 학교생활을 하며 공대생이 부품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부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경영, 행정, 역사, 철학 등 인문대 수업을 들어보며 그는 전공을 버리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현 한국외대 총장인 김인철 교수의 인생특강을 듣게 된다. ‘실패한 삶은 성공한 삶이고, 후회하는 삶은 실패한 삶이다’라는 삶의 지침을 이 특강을 통해 얻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여기 와있고 인터뷰를 하고 있죠. 제가 만약 공대를 다닌 기회비용이 아까워 그 쪽 길을 갔으면 평생 후회하고 살았을 거예요. 그럼 제 인생도 망가졌겠죠.”


 특강을 통한 교훈이 없었다면 기자로서의 그도 없었다.


 ‘후회하는 삶은 실패한 삶’. 신동진 기자는 <브런치> 또한 훗날 이 순간을 기록하지 않았음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 부품처럼 사는 삶은 다른 것이 아니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삶이다. 신 기자가 1인 매체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에도 부품 같은 삶에 대한 견제가 있었으리라.


아빠는 이렇게 살아왔어


 미디어 속 각 잡힌 딱딱한 기사는 기자 특유의 냉정함을 증명해주는 듯하다. 그런 기자도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가족이다. 신동진 기자도 집에 돌아가면 네 살배기 아들이 있는 아빠다.


 신 기자는 아버지가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을지 궁금하지만 차마 묻지 못한다고 했다. 이처럼 그의 아들도 나중에 아빠의 삶을 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그가 <브런치>를 더욱 열심히 하는 이유다.


 “아빠는 이렇게 살아왔어. 아빠의 삶이 궁금하면 이거 한번 봐봐. 네가 고민하는 것들을 아빠도 고민했었어. 잘 읽어보고 현명하게 살아.”


 그는 삶의 기록을 아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으로 보았다.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인간은 영원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 신동진 기자에게는 그것이 ‘기록’이다.


 “과거 써놓았던 글을 종종 봐요. 젊은 시절 저의 생각과 감정을 지금 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아, 내가 이 때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 대견했네.”


2016년을 살아가는 나는 이렇게 보고 있다.


 “저는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잖아요. 남의 이야기를 전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있어요. 제 이야기도 하고 싶었어요. 2016년을 살아가는 나는 이렇게 보고 있다고.”


 신동진 기자는 험난한 인턴생활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매체사, 경제전문지를 거쳐 CBS라는 올드미디어에까지 왔다. 그는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만의 독특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게 되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다. 신 기자는 1인 매체를 통해 공유된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인생의 지혜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객관적이고 사실에 충실하기를 기대 받는 기자들. 그렇기에 주관적인 생각과 한 편의 성장소설 같은 인생사를 담아내는 신동진 기자의 <브런치> 글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촌철살인을 넘어 때로는 공감능력마저 결여되어 보이는 기자의 이미지는 그들의 직업적 단면이 만들어낸 것이다. 신동진 기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기자도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016년을 살아가는 ‘인간’ 기자의 모습을 신동진 기자로부터 보고 왔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살아온,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살아가고 싶은 이야기를 그의 공간에 담아낼 것이다.


빛이 되는 삶을 살자

수험생 시절 내가 꿈꾸던 내 모습이다. 내 삶의 이상향이기도 한 문구다.


누군가에게 빛나는 존재가 된다는 것. 비록 희미한 빛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닌 정말 나를 담아내는 것. 그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삶의 깨달음을 담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 위안을 받고 삶에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은 아닐까.

오늘도 다짐해 본다.

변치 말자고. 지금 모습 그대로. 허세부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내 모습을 잃지 말자고. 늘 담담하게. 화려하진 않지만 글 속에서 마음이 읽히는 글을 쓰자고. 그래야 지금의 나를 좋아하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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