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제로 쉽고 분명하게'만 기억하자
띠링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학보사 출신이라고 밝힌 그는 글쓰기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했다. 아이를 재우고 잠시 짬을 내 전화를 걸었다.
밤 10시쯤 걸려온 전화에 그는 당황한 듯했다. 난 양해를 구했다. 업무시간에는 기사 쓰느라 정신이 없어 이 시간외에는 상담이 어렵다고 말하며. 그 역시 통화를 하겠다고 했고, 우린 대화를 시작했다.
9개월째인데 글쓰기가 어려워요...
그는 내게 자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9개월째인데도 어렵다니...
글쓰기 8년 차인 나도 늘 고민한다. 90개월가량 글쓰기에 고민했음에도 지금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요즘 나는 작문이란 커다락 벽에 가로막혀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도 하루하루 글쓰기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다.
나는 답했다.
"글쓰기라는 것은 아마 평생 안고 가야 할 고민인 것 같아요. 평생 글쓰기를 하신 분도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선배들이 제 글이 엉망이래요
"제 선배들도 제 글을 보면서 엉망이래요"
나 역시 똑같이 답했다. 이건 당연한 것이다. 나보다 글을 오래 쓴 이가 글을 잘 쓰는 것은 노력에 비례하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사람마다 글쓰기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만약 선배의 글이 내가 봤을 때 잘 쓴 글같게 안 느껴지는데 자꾸 그 선배가 내 글이 엉망이라고 한다면, 서로 스타일이 다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예로 들어보면, (사례1)어떤 사람은 취재한 사실들을 가지고 글의 구성, 사실의 배치 등을 통해 글의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사례2)어떤 이는 사실보다는 자기 생각, 직관, 비판의식에 근거해 그에 맞게 사실을 재단해 글쓰기를 하는 이도 있다. 기사인데 칼럼같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일반 글쓰기의 경우로 말하면 근거보다는 자기 주장을 글로 풀어낸 경우다.
그럼 생각해 보자. (사례1)의 글을 선호하는 이가 쓴 글을 (사례2)를 선호하는 이에게 보여줬다면 만족할까?
내 대답은 '아니오'다.
(사례1)이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글을 썼다 하더라도 (사례2)는 글이 엉망이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언론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사마다 틀이란 게 있지만, 틀 안에서의 글쓰기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선배의 글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와 내가 글을 풀어가는 스타일이 다를 수 있어서다.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려보자. 글쓰기에 대한 가치관, 이념을 바로 세우자.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하다. 학생일 때는 굳이 기사 틀을 익힐 필요가 없다. 어차피 언론사에 입사하면 또는 어딘가에 취직하면 기사든, 보고서든 정해진 틀이 있어 그걸 다시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해야 할 것은 자기 생각을 쉽고 분명하게 써내려가는 훈련이다. '에이~'라고 얕잡아 볼 수 있지만, 이것은 굉장히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하나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드러내는 것,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 있고 군더더기 없이 글을 써내려가는 것 등은 평상시 훈련을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쉽게, 군더더기 없이 글을 쓰는 연습을 해보세요"
아...
전화기 너머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단순한 진리다. 그 역시 알고 있었던 것인데, 난 그것을 다시 일깨워준 것뿐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글쓰기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다들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늘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하나의 주제로 쉽고 분명하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