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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22. 2019

#50. 와인을 대하는 나만의 룰

향 -> 빛깔 -> 맛 -> 이미지 -> 스토리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험이다. 와인을 마시는 순간이 즐겁고 행복해야 또다시 경험하고픈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것은 당연하다. 와인은 마시기 위해 태어났다. 아무리 좋은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맛을 보는 다양한 행위(향, 빛깔, 시음)에서 선택한 이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와인을 마실 이유가 없다. 좋은 배경, 스토리는 맛의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조미료(MSG)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코르크를 '퐁'하고 따고 난 후 코르크의 향을 맡는다. 그리고 병 입구에서 퍼져 나오는 향을 설렘을 한 가득 안고 음미한다. 그러고 나서 잔에 따른다.


잔에 따른 후에 와인잔을 조심스럽게 돌린다. 와인이 놀라지 않게 부드럽게 거품이 나지 않게 스냅을 이용해 와인을 천천히 깨운다.


스월링과 함께 와인 잔 가득 퍼지는 향을 잡으려 코를 킁킁거린다. 후각이 예민하지 못해 그런 행위를 여러 번 반복한다. 향이 복잡하면 수차례 시도한다. 무언가 느껴보려 발버둥 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난 이런 순간이 즐겁다.


향을 맡고 바로 마시지 않는다. 잔을 들어 와인이 가진 고유 빛깔을 찬찬히 살펴본다. 보고 또 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빛깔을 단어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한다. 어휘력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단어가 아닌 평상시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로 보고 있는 와인잔 속의 넘실거리는 무언가를 묘사하고자 한다.


그러고 난 뒤에야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두 모금, 세 모금....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온 신경을 집중하려고 한다. 때론 눈을 감고 입안 가득 느껴지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그래야 후회 없는 한 잔이 될 것 같아서다.


이런 일련의 과정 동안 떠오르는 단어들을 브런치에 옮겨 담는다. 그리고 마음에 든 와인 속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정리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는 정보보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 백과사전이나 외국 와인 전문 사이트, 와인 관련 기사 등 와인 관련 전문가 집단의 이야기를 정독하며 암기한다.


많은 이들이 묻는다. 와인을 즐긴 지 얼마나 됐는지에 대해서.


나는 말한다. 와인은 암기과목이라고. 


와인 관련 지식은 노력의 결과다.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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