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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팅한 그림 전시해도 되나요?

그림을 그리면 태어나는 관계들

by 박윤경

그림을 그려 전시도 하고, 다른 화가의 전시도 다녀보니 갖고 싶은 그림들도 생겨요. 그림이라는 창작물에는 저작권과 소유권이 공존하지만 그림을 산다고 해서 저작권이 당연히 그림을 산 사람으로 변경되지는 않습니다. 그림을 산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어도 저작권은 이전되지 않는다면, 그림을 산 사람이 전시해도 될까요?


visitors-1649815_1280.jpg © Peggy und Marco Lachmann-Anke <출처: pixabay.com>


• 좋아하는 화가의 개인전에 갔다가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 있어서 그림을 샀어요. 구입한 그림을 제가 전시해도 되나요?


개인전에서 그림을 샀다면 공개된 저작물을 소유한 것입니다. 저작권법은 그림의 소유자나 소유자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림을 전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요. 따라서, 갤러리에서 그림을 샀다면 그림의 원본을 전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건물 외부의 항시 공개된 장소에서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림의 화가에게 별도의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저작권법은 제35조는 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에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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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화가의 작업실에 직접 방문하여 작품을 콜렉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이 경우에도 그림을 산 사람이 그림을 전시할 수 있나요?


작업실에서 그림을 샀다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산 경우와 다를 수 있어요. 저작권에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이 있습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인격에 대한 권리로 타인에게 양도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저작인격권에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이 있고, 이 중 공표권은 저작물(그림)을 제3자에게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않을 것을 결정할 권리예요. 구체적으로는 공표할 것인지(공표 여부), 언제 공표할 것인지(공표 시기), 어떻게 공표할 것인지(공표 방법)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image01.png <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 >


저작자에게 공표권이 인정되고, 공표권은 타인에게 양도되지 않는다면 공개되지 않은 그림을 구입한 사람이 그림을 전시해도 괜찮을까요?


그림을 산 사람은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사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공개되지 않은 그림이지만, 그림을 산 사람이 그림을 전시할 수 없다면 그림을 살 이유가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은 이런 경우 저작자와 컬렉터의 관계를 ‘공개되지 않은 그림을 양도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저작물을 전시의 방식으로 공표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그림을 샀고, 화가가 그림을 공표하지 않을 것을 별도로 요청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림을 전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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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a-market-8611249_1280.jpg © Tom <출처: pixabay.com>



• 그림(미술저작물)의 거래 시 저작권 규정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그린 그림이 판매되는 것은 작가의 입장에서 감사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고, 콜렉터 입장에서도 또 보고 싶은 그림이 생겼고, 계속 곁에 두고 보고 싶어 소장한다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그림(미술저작물) 거래의 경험을 계속 행복한 추억으로 지키기 위해서 작가와 콜렉터 모두 저작권 규정과 계약 내용을 확인해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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