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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pr 01. 2020

온라인 개학이 현실이 됐다

스스로 공부하는 애는 무슨, 현실이 시궁창인데.

 

이것이 준비된 교사의 선경지명

 거꾸로수업을 시작한 게 2016년이었다. 직접 선생님들과 함께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공개한다는 시도도 2016년엔 "누가 와서 보면 어떡해"라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는데, 2020년 오늘에 이르러 온라인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 온라인 수업이나 유튜브를 활용한 수업 경험이 있는 교사들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이 그리 놀랍거나 새롭진 않다. 해보고 싶던 일이기까지 하다. 나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따로 카톡에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거기에서 영어에 대한 문답을 하고, 돌발퀴즈로 보상을 주는 등의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온라인 교육은 시대의 대세이기도 하고, 오히려 나같은 성향을 가진 교사의 경우,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창의성의 영역이 새로 열린 셈이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이 전면 시행됨에 따라 모든 교사가 그에 대해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는 홈스쿨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상상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아이를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공부량을 유지시키기 위한 일과 관리"다. 지금도 많은 학원이 코로나19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개강을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사실 학교마저 등교를 못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학원마저 문을 열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수업 결손은 물론이거니와 결정적으로 공부습관이 실제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그건은 크나큰 공포다.


 학원은 그렇다고 치고,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가능할까? 가장 큰 문제이자 장애물은 과도하게 많은 수업시간이다. 아침 8시에서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은,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까지 아이들을 하루종일 학교에 잡아둔다. 대개가 맞벌이를 해야 하는 한국의 학부모들의 상황과 과도한 교육열, 발전하지 못하는 공교육 체제가 조합된 결과물이다. 아이들에겐 학교가 감옥처럼 느껴지는 이유. 그릭 한국 교육의 유연성과 창의성이 자라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 고교 모두, 주당 30시간 이상의 정규수업시간을 온라인으로 충당한다고? 아이들이 그 시간 내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고? 혹은 그것이 출석관리가 된다고?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지리하고 피곤한 고민거리다. 정부와 교육청의 입장에선 절대로 피하고 싶은 일이었겠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선 온라인 개학이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이며,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적응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는 것은 동시에 학생 자신의 학업능력에 따른 편차가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교육의 민주성과 보편성을 지지하는 교사로서는, 지금 온라인 개학으로 인하여 교육격차가 커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몹시나. 사교육비를 마음껏 지출할 수 있고 학부모의 교육열이 아이와 상호작용이 되는 가정에서는 지금 물을 만난듯 아이에게 더 많은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9시부터 5시까지 전일제 과외를 하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교육여건이 좋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은 해가 뜰 때까지 컴퓨토와 폰을 하고 나서야 잠에 들어, 부모님이 점심시간에 스트레스를 빡빡 받아가며 수차례 전화를 한 끝에 겨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점심밥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마 후자의 경우가 당연히 훨씬 많을 것이다. 


 변화는 예측할 수 없이 모두에게 닥친 상태이고 지금에 와서 코로나 말고 누구를 탓을 할 순 없다. 아이와 학부모가 서로를 탓하는 상황이 예측된다. 다만 준비된 교사, 준비된 학생, 준비된 학부모들에겐 다행히도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지금 컴퓨터부품 시장에서는 웹캠과 마이크가 물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전국의 교사들이 일제히 온라인 수업에 대비해 장비를 구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수업영상 제작 경험이 없는 선배에게 어제 저녁 전화가 걸려와 아침에 1시간이나 시간을 들여서 대략적으로 설명을 마쳤다. Zoom이라는 어플리케이션 제작업체가 지금 온라인수업의 솔류션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경쟁자는 커녕 대체자도 없는 상황이라 미국에서도 주가가 두배로 뛰었다고 한다. 준비된 사람은 차분히 대비할 수 있고,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지금 교사는 무엇을 해야할까?

 지금 학부모는 무엇을 해야할까?

 지금 학생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하나 둘 써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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