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천원이 아깝지 않은 간고등어정식.
안동 시내의 모텔에서 묵고 오전에 온라인으로 진로활동 수업을 했다. 11시 체크아웃 시간까지 우리의 아침식사는 선지국밥으로 잠정적인 합의가 되어 있었는데, 거기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배경이 되고 있다.
“오빠 우리 여기서 간고등어 사갈까?”
“아~니 아니아니아니. 시어머니께서 한번씩 주시는 고등어가 생물이야. 그게 맛있어 굳이 여기서 간고등어 살 거 없어.”
비록 통으로 엄마가 주신 고등어를 머리도 내가 따고 내장도 내가 긁어내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엄마가 한번씩 챙겨주시는 고등어가 맛있다. 밀가루 옷을 살짝 입힐 것도 없이 그냥 기름 자작하게 붓고 튀기듯 구우면 밥 한그릇 뚝딱이다. 그런 관계로 나는 안동에 와서 간고등어를 진작부터 메뉴에선 배제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또 생각을 해보니, 선지국밥이래봐야 어디서도 먹을 수 있는 메뉴 아닌가. 안동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그냥 더 고민할 것 없이 안동에서 가장 유명한 간고등어 식당으로 향했다. 일직식당.
그런데. 그런데 밥상을 받았을 때의 첫인상은 과히 좋지 못했다. 구포의 냄새 풀풀 풍기는 돌 박힌 바닥에 나무벽재. 그리고 빼곡히 박힌 싸인과 사진까진 좋았는데, 11000원 짜리 밥상 치곤 어째 좀 빈허다? 이 밥상에 젓갈 한두개, 나물 두어개만 더 추가해도 흡족할 텐데. 게다가 간고등어라 그런지 색이 영 티티하다. 바삭하게 구웠더라도 노릇노릇한 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첫술에서 이런 인상은 뒤집어졌다. 공기 뚜껑을 열어 쌀 몇점을 입에 넣었는데 밥이 달다. 쌀이 좋은 건지 밥을 잘 지은 건지 모르겠다. 그냥 밥이 굉장히 맛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된장찌개를 떴더니 된장찌개가 맛있다. 큼직하게 입에 들어차게 썰어넣은 두부도 그냥 맛있다. 이상하다. 보기엔 허름하고 빈한 밥상처럼 보여 돈값하기 힘들다고 보이는데 흰쌀밥이 맛있고 된장찌개도 맛있고…고등어도 맛있다.
고등어가 맛있다. 간고등어 맛집이니 당연히 맛있어야 하겠지만. 현대화되어서인지 조금도 짜지 않고 간간하기만 하다. 이따금 먹게 되는 자반고등어의 그 짭조름함과는 천지차이다. 그런데다 뒤집어서 발라내니 살이 투실투실하며 부드러운 것이 촉촉한 삼치 살 같다. 맛있네 맛있어. 과하지 않은 다른 찬들도 모두 간간하니 입에 맞다. 오뎅볶음에 고추찜이며 검증된 밥도둑이니까.
식사가 마무리된 시점에서의 결론은, 과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7,8천원으로 맛볼 수 있는 생선구이백반의 수준은 당연히 넘는다. 딱 만원이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입가심으로 딸려나오는 식혜 앞에서 멈춘다. 그래, 이정도면 풍족한 식단이지. 나는 머리뼈 위쪽 살과 척추 마디마디 샅샅이 발라먹었다.
<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