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해서 더 좋은 서귀포 뷰 맛집 카페 두군데.

알려지지 않은 각자의 이유

by 공존

아침 8시에 숙소에서 나와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 화창하기 그지없는 8월 초의 햇살은 아침에도 뜨거웠다. 20여분, 한적하게 느적하게 걸으니 어느새 땀은 비오듯 샘솟는다. 게다가 올레길이란 것이 대개 딱히 그늘이 없다. 햇살을 피할 곳이 없으니 화창한 날씨가 이내 원망스러워질 때쯤,


사전에 찜해둔 카페가 눈 앞에 보였다. 오 이거 반갑네. 숙소 근처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찜해뒀었는데 바깥양반이 자기가 고른 곳들만 온통 다니는 중이라, 내 초이스는 밀려있던 참이다. 근데 또, 반갑긴 한데 딱 보면 오션뷰토 아닌 것이 번화가도 아닌 것이, 사람 발길 닿지 쉽지 않은 곳이다.


바깥양반에게 두어번 제안을 해보았지만, 지도나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만으로 택하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우연히 그곳을 내가 지났다.


그런데,

"읭...?"


지나가면서 슬쩍 보니 실내에 불이 켜져있다. 왜지? 아침 8시반인데? 호기심이 동해 지도 앱에서 검색을 했다. 영업시간이...8시 오픈이다. 헐. 이거 굉장한 걸.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올레길을 앞으로 두시간은 더 걸을 예정이니 아침 댓바람에 아아 한잔 들고 스타트하면 딱이겠는데!


그런데,

뭐야 이거. 내가 찾던 그 뷰다. 한라산 뷰.


지난 겨울 반달살이 때 제주도에서 지겹도록 보는 오션뷰가 더는 싫어서, 바깥양반에게 한라산 뷰를 찾아보자고 말했던 참이다. 물론 성공은 했다. 서귀다원에서 녹차밭을 배경으로 마침 파아란 하늘 아래 한라산의 설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녹차밭에서 이야기고, 막상 차를 마실 땐 한라산뷰를 볼 순 없었다. 그래서 겨울 제주도 여행에서 한라산뷰 카페를 찾는 건 실패했는데,

그게 여기있었네. 나는 위풍당당하게 바깥양반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진>

-응? 뭐야? 어디야?

- 내가 말한 곳. 블라썸.

- 아 꽃이피다? 왜 혼자 갔어?

- 더워서요...

아주 나는 이를 악물고 바깥양반에게 자랑할 사진을 계속 보냈다.


아침 8시에 여는,

한적한,

그리고 내가 찾던 최고의 한라산뷰를 가진,


카페를 이렇게 길 가다가 우연히 찾다니. 운이 좋다.


다만 올레길을 걷던 참이고 걷는 중엔 앉아서 오래 쉬면 여러가지로 좋다가도 좋지가 않다. 나는 아아를 빨며 걷고 또 걸어 오래지 않아 외돌개에 도착했다.

물론 그날 오후 바깥양반을 데리고 와 한동안 같이 한라산뷰를 실컷 보았다. 날씨가 화창해서 정말 좋은 날. 이렇게 아름다운 뷰를 지닌 카페가 극 성수기인 8월 첫주에도 한적하다는 것이 더 좋았다. 제주도엔 너무나 많은 카페가 있고, 사람들이 카페를 고르는 이유 중에 몇가지를 꽃이피다앤블라썸은 결여하고 있었던 탓이겠지.


그게 무엇이든 남의 일이다. 의자도 푹신하고 에어컨 빵빵하고 나는 실컷 쉬다 나왔다.

두번째 의외의 발견은 강정마을에서 얻었다. 강정마을은 몇해전 해군기지 건설 반대시위로 뉴스가 떠들썩한 곳이다. 노을을 보기 위해 저녁 드라이브 겸, 들를 카페를 고르고 있었는데 우리가 머물고 있는 서귀포에서는 차귀도 방향까지 가야 그래도 괜찮은 노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임신한 바깥양반을 굳이 서귀포에서 차귀도까지 끌고 갈 수도 없고...게다가 임신 8개월차라 거동은 적을 수록 좋다.


즉, 서귀포 천지연 앞에 있는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으면서 노을을 보기 좋은 곳이어야 하는데...찾은 곳이, 애매~하게도 강정마을에 서쪽 방향으로 툭 튀어나온 카페가 하나 있었다.


더 노벰버라운지라.


지도 앱에서 몇가지 사항을 종합해보았을 때, 우리도 가기에 꺼려지는 점이 있었다. 모두가 가격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간이 너무 넓어서 사진이 휑해보였다.


가격문제, 아메리카노가 7천원이라면 일반적으로 내가 극구 거부하는 카페다. 바깥양반도 강정마을이란 지역에 조금의 기대도 없었기 때문에 굳이 갈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여행 후반부에 접어든 우리에게 어쩌면 오늘이 맑은 하늘로 노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다. 커피값 바가지만 아니면 고민을 안했을 테지만, 결국 가기로 결정. 그러나 가는 내내 제주도에서 가장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지역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가뜩이나 서귀포시와 중문 사이에 끼어서 발전이 안된 강정에서, 해군기지를 지나 도로를 따라 죽 들어가는 위치에 카페가 있었던 것이다.


여길 누가와?


그런데,

엄...음...아...무도 안오는 덕분에...세상에나 이 오션뷰를 독점할 수 있다니...이거 극성수기에 왠 횡재라냐...하는...감상이...


3층짜리 건물은 전혀 횅하지 않았고, 3면의 파노라마통유리로 월드컵경기장 사이즈로 오션뷰를 감상할 수 있는데 이 큰 공간에 사람이 거의 없다. 체육관 사이즈의 홀에 손님이 5팀이 되지 않았다.


최고다!

게다가 더 좋았던 점은, 가서 보니 첫 방문 한정으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가입을 통해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만 그럼 할인 받고 다시 또 안오면 되겠네! 할인을 받아 맥파이 IPA가 7천원이 되었다. 순식간에, 비싸서 꺼려지던 카페가 합리적인 가격의 오션뷰 맛집이 되었다.


세상에나 이 뷰를 바라보며 고요한 홀에서 마시는 IPA라니.

고개를 살짝 꺾으면 뉘엿뉘엿 노을이 지고 있다. 아니나 달라. 완벽한 오늘은 아니다. 구름이 어지간히도 껴 있다. 그래도 소파베드에 다리 좍 뻗고 누워서 파노라마 오션뷰와 노을을 함께 즐길 수 있다니. 이 뷰가 온통 내꺼라니 과감하게 시도한 나 자신, 칭찬해.


해가 더 저물자 도로엔 바로 차를 세우고, 캠핑의자와 테이블을 꺼내 둘러앉은 한 가족이 보였다. 강정이 한적한 동네이고 이 해안도로도 인적이 드물어서 그냥 이렇게 아무렇게 쉬고 갈 수 있는듯했다.


만족스럽다. 게다가 뒤편으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당연히 블라썸이랑 비교는 안되겠지만. 아쉽게도 한라산 족 뷰를 실내에선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루프탑이 있으니, 서늘해지는 계절에는 맑은 날에 한라산부터 노을에 바다까지 제주도가 품고 있는 모든 풍광을 한 자리에 앉아 모두 즐길 수 있는 카페이지 않을까.

내가 카페를 고르는 스타일과 바깥양반이 고르는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 바깥양반이 검색을 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 자체에서 카페 평판의 신뢰도를 얻어내는 편이고, 나는 그런 유명세가 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 많은 카페는 딱 질색이다.


그런데 블라썸과 노벰버라운지는 커피의 맛만 빼고는 내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곳이다. 조용하고, 붐비지 않고, 의자 푹신하고, 테이블 튼튼하다. 무엇보다도, 남들이 잘 몰라서 성수기에도 이렇게 인적이 드물 뿐더러, 남들이 누른 별점이나 라이킷이 아니라 내가 찾아 발견한 곳이니까.


지난 여름 휴가의 가장 큰 수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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