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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May 25. 2020

[영화로 배우는 인생 연출]_02.기생충

제 영화는 제가 그린 스토리보드와
거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은근히 자랑하듯 말하곤 했다.
영화를 얼마나 정교하게 준비하는지,
또는 얼마나 세밀하게 촬영 현장을 콘트롤하는지,
은근히 뽐내보겠다는 심산이다.  

- 봉준호, 기생충 스토리보드북 중에서 -


봉테일. 디테일에 강한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다. 봉준호 감독은 스토리보드를 직접 그리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실제 영화는 스토리보드와 거의 똑같이 만들어진다.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스토리보드(storyboard)란 이야기(story)를 그린 판(board)이다.

마치 만화 같다. 실제로 1920년대 월트디즈니의 만화 '스토리 스케치(story sketches)'에서 시작됐다. 1933년 월트디즈니의 <아기 돼지 삼형제(Three Little Pigs)>의 스토리보드가 최초의 스토리보드로 알려져 있다.


아기 돼지 삼형제 스토리보드 (출처: https://cartoonresearch.com/index.php/walt-disneys-three-little-pigs-1933)


스토리보드는 1930년대 다른 스튜디오에도 전파되다가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시작으로 실사영화에서도 유행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토리보드 (출처: https://cool.culturalheritage.org/coolaic/sg/bpg/annual/v06/bp06-10.html)


아무리 짧고 아무리 적은 소품의 영화라고 할지라도 우리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작곡가가 음표를 적는 것과 같이 영화 표현의 모든 것을 미리 적어 두어야 한다.
 
- Alfred Hitchcock -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편집자로 불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스토리보드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스토리보드를 제대로 그린다면 촬영할 때 감독이 렌즈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의 영화 역시 완성된 영화와 거의 차이가 없는 디테일한 스토리보드로 유명하다.


영화 <사이코> 스토리보드 (출처: https://faroutmagazine.co.uk/alfred-hitchcock-saul-bass-storyboard-psycho)




영화를 찍고 싶으면 먼저 영화 전체를 그려본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어떤 장면을 보여줄까? 영화의 전체 윤곽을 그리면서 초목표(super-objective)도 설정된다. 그리고 어떤 장면을 촬영할지 구체적으로 그린다. 스토리보드다.


출처: YTN 뉴스 '봉테일'의 저력, 대중과 평단 모두 잡았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쓸 때 시야가 어떻게 차단되느냐 동선이 어떻게 꺾어지느냐도 미리 구상했다고 한다. 봉테일답다.


배우로서 영화를 보다 보면 '저 연기는 배우가 창조적으로 한 것일까? 아니면 감독의 요구대로 한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다.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배우가 창조적으로 한 연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있다. 문광 역의 이정은 배우가 연교 역의 조여정 배우를 깨우는 장면이다. (아래 장면) 그런데 스토리보드북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배우가 창조적으로 한 연기라고 생각했던 장면도 스토리보드에 그대로 있었다. 역시 봉테일이다.


영화 <기생충> 실제 장면
영화 <기생충> 스토리보드


덕분에 영화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의 '모든 장면'이라고 해도 찔리지 않게 촘촘한 재미가 있었다. 중간중간, '관객의 마음까지 계산한 걸까? 그것도 이렇게 정확하게? 나만 그런 건 아닐 텐데?'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또 한 번, 역시 봉테일이다.


영화의 초목표가 그려지면

초목표 달성을 위한 장면을 그린다.

인생초목표가 그려지면

인생초목표 달성을 위한 장면을 그릴 수 있다.


영화의 장면을 만들기 전에

스토리보드(story board)를 그리듯이

인생의 장면을 만들기 전에

비전보드(vision board)를 그릴 수 있다.


비전보드(vision board)


비전은 인생초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만드는 구체적인 장면이다. 비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미지다. 생생한 장면이다.  인생초목표는 비전의 밑그림이고, 비전은 인생초목표에 색칠한 그림이다.


스토리보드가 영화의 초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미리 그려놓은 장면이라면, 비전보드는 인생의 초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미리 그려놓은 장면이다. 비전보드는 인생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을 이미지로 정리한 판이다.


원하는 인생으로 연출하고 싶다면,
비전보드(vision board)를 그려라!




이제 와서 뒤늦게,
정반대의 자랑질을 해볼까 한다.
여기에 인쇄된 시나리오/스토리보드와
완성된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영화 속 장면들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차분히 비교해보시라고.
그 달라진 작은 부분들이야말로,
어느 감독이 촬영 현장과 후반 작업의
긴 시간들 동안 나름의 촉수를 곤두세우며
끊임없이 고민을 계속해온 증거라고.
또 한 번의 작업을 끝낸 어느 감독의
중노동의 알리바이를 쑥스럽지만 슬며시,
이 책으로 들이민다.

- 봉준호, 기생충 스토리보드북 중에서 -


이제 와서 뒤늦게,
잘난 체를 더 해볼까 한다.
비전보드를 만들고 나면
당신이 만든 비전보드와
실제 완성되어가는 인생이 어떻게 다른지
차분히 돌아보시라고.
그 달라진 작은 부분들이야말로,
당신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더 나은 장면을 만들어낸 증거라고.

-이태화, 영화로 배우는 인생연출 중에서 -


실제 영화가 100% 스토리보드대로 완성되지 않듯이 인생도 100% 비전보드대로 연출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스토리보드 없이 영화를 찍으면 어떻게 될까?

비전보드 없이 인생을 살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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