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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Nov 30. 2019

[영화로 배우는 인생 연출]_01.신과 함께-인과 연

인생 초목표를 찾아라!

이 생에 내려와서 이 집 저 집 천년 동안
가택 신 노릇하면서 지켜보니까
이 놈의 인간들 더 모르겠더라.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더라.

나쁜 인간은 없다는 거.
나쁜 상황이 있는 거지.

-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중에서-


나쁜 인간은 없다?

나쁜 상황만 있을 뿐?


때려죽이고 싶을 만큼 나쁜 인간을 떠올려 본다. 2천만 원을 떼먹다시피 한 민머리 연극 연출가. 지하철 역으로 달려가던 뒷모습이 생생하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쫒아가면 잡을 수 있는 달리기 실력이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인간이 나쁜 인간이 아니라고? 그 인간도 괜찮은 사람인데 나쁜 상황에 어쩔 수 없었다고?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몇몇 검사, 판사, 목사들도 떠오른다. 그런데 그들이 나쁜 인간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쉽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며 나쁜 짓을 합리화하면 안 되는 거 같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나쁜 인간으로 떠올린다면 어떨까? 아찔하다. 머리가 띵하다. 핑 돈다. 문득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원래 나쁜 인간은 아닌데,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 그래...... 나쁜 인간은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쁜 상황에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한참 나를 달랬다. 어쩌면 영화를 통해 나도 위로받았는지 모르겠다.





'신과 함께 2' 김용화 감독은 영화의 초목표를 '위로'라고 했다. 그렇다면 '초목표'란 무엇일까?


'초목표(super-objective)'란?

-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

- 작품의 모든 역할과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






영화는 수많은 장면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장면들은 각각 목표를 갖는다. 모든 장면은 관객에게 노출될 때 목표로 하는 바가 있다. 아래 장면을 보자.


출처: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대사가 안들린다. 그냥 장면만 봤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된다. 셋 중에 가장 서열이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너무 쉽다. 편하게 드러누워있는 마동석 배우다. 주지훈, 김향기 배우는 무릎을 꿇고 있다. 김향기 배우는 아예 두 손도 모으고 있다. 간절해 보인다. 이미 우리는 이 한 장면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알게 된다. 대사가 없어도 가능하다. 배우들의 동작 연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장면을 통해서 셋의 관계를 이해시키고, 순조롭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는 목표는 잘 달성했다.


만약에 마동석 배우도 무릎을 꿇고 있다면 어떻게 보일까? 김향기 배우가 두 손을 모으지 않고 삿대질을 하면 어떨까? 주지훈 배우만 일어서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 이 장면을 통해서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들이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장면을 통해서 목표로 한 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도 배우도 이 장면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것이다.


아래 장면은 영화의 거의 처음에 나오는 장면이다. 하정우 배우가 피를 흘리고 있다. 바닥에 핏자국도 보인다. 눈은 뜨고 있다. 아직 죽지 않았다. 하정우 배우가 무언가를 생각한다. 관객은 그 생각을 따라 영화에 빠져든다.


출처: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아주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라도 의도가 있다. 편집해서 잘라내지 않고 상영하는 이유가 있다. 결국 영화의 모든 장면에는 목표가 있다. 관객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하거나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도를 잘 전달하고, 의도한대로 관객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목표다. 장면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은 장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영화<신과 함께-인과 연> 역시 목표를 가진 수많은 장면의 연속으로 완성되었다. 모든 배우와 스탭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천만이 넘는 관객이 신과 함께 했다.



영화의 각 장면들의 목표는 왜 이루려고 했을까? 장면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모든 장면들의 목표를 이뤄서 얻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이 바로 '초목표'다. 초목표는 각 장면들이 갖고 있는 목표의 상위 목표다. 초목표는 목표의 목표다. 각 장면들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각각의 장면들이 목표를 이뤄서 얻어지는 것은 초목표 달성이다. 초목표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궁극적 목표다.


작품을 이루는 개개의 장면들도 목표가 있지만 모든 장면이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에도 목표가 있다. 이때 초목표는 개개의 장면이 지향하는 목표가 아니라 작품의 전체 장면이 지향하는 목표다. 한 장면의 목표가 아닌 모든 장면의 목표다. 초목표는 각각의 장면이 지향하는 목표의 목표다. 초목표는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공동 목표이며, 모든 장면이 향해가는 궁극적 지향점이다.

- <인생 연출> 중에서-


영화<신과 함께-인과 연>의 모든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는 '위로'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관객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각 장면의 ‘목표의 목표’가 위로다. 배우가 연기하는 목표의 목표도 위로였다. 당신이 영화<신과 함께-인과 연>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면, 영화를 만든 모든 이들의 초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초목표(super-objective)는 작품의 모든 역할과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다. '작품' 자리에 '인생'을 넣어보자. '인생의 모든 역할과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가 된다. 인생에서 맡고 있는 수많은 역할과 그 역할로서 만드는 수많은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가 바로 '인생초목표(super-objective of life)'다.


인생초목표(super-objective of life)


초목표는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 등 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다. 따라서 인생초목표는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다. 작품의 초목표가 작품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듯이 인생초목표는 인생의 시작과 끝을 관통한다. 탄생과 죽음을 관통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지향할 목표, 인생에서 맡는 모든 역할 별 목표의 목표가 바로 인생초목표다.


원하는 인생으로 연출하고 싶다면,
인생초목표(super-objective of life)부터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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