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숙소에 있는 아담한 풀장에 들어갔다. 오후가 되어서야 알았지만 수영장에 가는 것은 아내의 계획표에 귀엽게 적혀 있던 일정이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갔는데, 계획한 대로 실천한 것으로 기뻐하는 아내를 보니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이 나도 좋다.
남편이 아내를 기쁘게 하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우연히 얻어걸리더라도 실로 엄청난 일이다.
밖으로 나와 태국식 국수를 먹고, 투어를 알아보러 다녔다. 며칠 동안 날씨가 좋지 않았다던데 오늘은 선글라스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시원한 곳이 너무나 반가울 정도로 덥기까지 했다. 동남아시아 관광도시에 온 느낌이 더 들어서 더위도 싫지 않다.
박물관 터 안에 자리한 카페에 앉아 한참을 함께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게 아니면 힘들 거야.’ 맞다.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들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괜찮지 않았던 것들이 사랑하는 아내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들이 생긴다. 그렇게 기준이 바뀌어 가고, 예외가 생겨난다.
슬슬 배가 고파지면서 카페를 나왔다. 야시장으로 가는 길에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치앙마이만의 풍경과 점점 친해진다.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는 야시장을 구경하다가 안쪽에 자리한 음식점에 앉았다.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이 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선풍기 바람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했고, 시원한 맥주병에 금방 물방울이 맺힐 정도로 더운 날씨를 잠시나마 잊었다. 누텔라 초콜릿보다 달콤한 바나나가 들어간 로띠까지 먹고 나오니 초저녁과는 다르게 야시장이 정말 야시장이 되어있었다. 오랜만에 발과 다리가 아프게 걸었다. 마야몰까지 들렀다 숙소에 오니 나도 모르게 소파에 주저앉았다. 설거지를 하고, 유튜브로 재밌는 영상들을 보며 푹 쉬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아내와 마주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아내는 오늘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문득 나는 어떤 장면일까를 생각하니 방금 이 식탁 옆에서 춤을 추던 아내가 떠오른다. 어쩌면 어딜 가서 뭘 하든 그녀가 행복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남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가 행복한 순간들을 남기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여행을 온건지도. 태국식 국수의 맛과 당근 주스 색깔을 띠던 커피와 표범이 노려보고 있는 LEO 맥주의 맛도 그녀와 함께이기에 참 맛있다. 입술을 실룩거리며 맞은편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그녀가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