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고민이 시작된다. ‘갈까 말까’.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내 앞에서도 다짐했었다. 자발적인 계획에는 늘 이런 식이다. ‘할까 말까’하는 고민에 합리화가 이어진다. 다행히 오늘은 합리화까지 가진 않았다. 나와의 약속도 오늘처럼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내는 두 번 깨워보고 일어나지 않으면 혼자 가라고 했었다. 난 딱 두 번 깨워보고 바로 헬스장으로 갔다. 운동기구들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별도의 공간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았다. 대단히 운동 같은 운동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몸은 풀렸다.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아내가 준비되기를 기다렸다. 한참 준비를 하던 아내가 복통을 호소했다. 수건을 뜨겁게 해달라고 했다. 포트에 물을 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이 끓을 때까지 잠시나마 아내 배에 내 손을 갖다 댔다. 내 손이 따듯하다며 좋아했다. 몸에 열이 많은 게 이럴 땐 도움이 된다. 물이 다 끓었다. 뜨거운 물을 수건에 붓고, 물을 짜냈다. 작은 비닐 봉지에 수건을 넣고 아내 배에 얹어줬다. 한번 더 물을 끓이고 나서야 아내가 조금 괜찮아졌다. 아픔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집을 나섰다.
1킬로쯤 걸어 큰 백화점에 도착했다. 아내가 신발이 마땅치 않아 투어 때 신을 운동화를 샀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도 무척 신중하다.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하고, 디자인도 중요하다. 무언가에 쏟은 에너지와 노력이 그만한 가치를 발하는 것이 좋아서일테다. 하얀색 나이키 운동화를 득템하듯 샀다. 지하에서 꼬치와 스시, 코코넛도 먹고 다음 장소로 옮겼다. 다음으로 갈 곳은 반캉왓이다.
반캉왓은 예술인들의 마을이라 불린다. 작은 가게들에서 직접 만든 물건을 판다. 나는 이런 곳이 괜히 좋다. 항상 조금 비싼 듯한 가격 탓에 뭔가를 많이 사지는 않지만 작은 공간에 자기만의 작품들을 가득 채우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인다. 자기만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지지의 마음이기도 하다. 땀이 절로 흘러내리는 더운 날씨 탓에 구경을 길게 하지는 못했다. 잠시 온실 같은 카페에서 땀을 식히고 오늘의 다음을 생각했다. 아내가 예상한 것 보다 반캉왓 구경이 빨리 끝났다. 덕분에 예정에 없던 타이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태국에서 받은 타이마사지는 정말 완벽했다. 최고, 끝판왕, 대박, 판타스틱, 지린다 등의 말들을 막 갖다 붙이고 싶다. ‘이것이 진정한 타이마사지구나!’를 입 밖으로, 입 안에서 수십번 얘기했다. 정말 온몸이 가벼워졌다. 물론 딱 30분쯤 가긴 했지만, 그래도.
잔뜩 충전이 된 몸으로 님만해민 뽀개기에 나섰다. 쇼핑을 하기에 참 아기자기하게 잘 꾸민 공간이었다. 버스커 할아버지가 기타를 조율하고 노래를 시작할 때쯤 우리의 쇼핑은 끝이 났다. 가족들에게 줄 꿀을 잔뜩 사서 가방에 넣었다. 아내는 꿀을 살 때 나와 함께 쇼핑하는 것이 너무 신난다며 즐거워했다. 그런 기쁜 모습을 보면 무거운 가방을 드는 것도 엄청 보람있는 일이 된다. 어떻게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그녀가 행복하면 그만이니까.
저녁은 아내가 친구랑 갔었던 곳으로 안내했다. 음식은 막 태국스럽진 않았지만 그 공간은 막 태국스러웠다. 시원한 맥주가 금새 따뜻해질 것 같은 더위도 분위기와 맛 때문에 괜찮아지는 곳이었다.
둘째날도 저문다. 요란하게 시작한 것 같은 하루였다. 건강에 대해 생각했고,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타이마사지를 받았고, 타이마사지를 받았으며, 타이마사지를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나보다. 타이마사지는 역시 타이에서 받는 마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