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글 플라이트’라는 짚라인을 타러 갔다. 이것은 숲 속을 가로지르는 롤러코스터 같은 루트가 있기로 유명하다. 우리는 호기롭게도 여행사에서 안내한 시시해 보이는(?)것들 대신 가장 비싸고(?) 무섭다는 정글 플라이트 짚라인을 타기로 했던 것이다!
짚라인을 타러 숲 속으로 가는 차 안에서 정신없이 졸음이 왔다. 잠은 들랑 말랑 하면서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태화 코치는 내 두 손을 모두 꼭 잡아주었다. 손이 달랑거리지 않아서 편안하다고 느낄 때쯤 잠이 들었다.
도착지에 도착해서 우리는 생소하면서도 무시무시해 보이는 안전장비를 착용했다. 나는 간밤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나 뜯겨 나가는 꿈을 꾼 터라 스태프가 나의 안전장비를 꼼꼼히 채워주는지 뾰족한 눈으로 확인했다. (그래 봤자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었지만…) 그리고 태화 코치에게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돼.”라고 반복해서 말해주었다. 이전에 놀이동산 놀러 갔다가 기구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안돼. 타지에서 짚라인 타다 죽으면 너무 억울하다.
어쨌든 안전장비까지 착용한 터라 이래저래 시간을 끌 수가 없어서 스테프들이 시키는 대로 쫄래쫄래 숲 속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트럭 비슷한 것을 타고 얼마간 산속 깊이 들어가니 나무로 만든 다이빙대가 있었다, 다이빙대와 다이빙대 사이에는 쇠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줄에 고리를 걸고 뛰어내리면 짚라인은 위이이이잉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나를 다른 쪽 다이빙대에 데려다주었다. 건너편 끝까지 무사히 도달하지 못하면 대롱대롱 매달려 있게 되는데 그때는 대기하고 있던 스테프가 긴 팔 원숭이 같은 모양으로 슉슉 다가와서 숲 속 한가운데 쓸쓸히 매달려 있을 뻔한 나를 구해주었다.
태화 코치는 쇠줄에서 튄 녹물이 얼굴 전체를 노랗게 덮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너무너무 재미있어했다. 아침부터 비가 오느라 축축하고 추웠는데 비가 와서 더 좋다고 했다.(세상에) 내가 아는 그는 이렇게 긍정적인 인간이 아니었는데 액티비티가 사람을 변화시켰다. 상쾌한 숲 속 환경이 감정을 변화시킨 것인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스릴이 감정을 변화시킨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분명히 몹시 좋아했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원숭이 환호하는 소리도 냈다. 아프리카 오랑우탄이 따로 없군. 담에 또 시켜줘야지.
태화 코치가 재밌어하니까 나도 은근히 그 원숭이 같은 활동이 재미있어졌다. 간밤에 잠들기 전에도 너무 웃겼는데 난 왜 이렇게 태화 코치가 웃기지. 오늘도 되게 웃기네. 짚라인보다 태화 코치가 더 재밌다.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숙소가 있는 *님만해민에 돌아왔다. 태국에 온 뒤로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마야몰 지하 약국에서 *EMO라는 태국 소화제를 샀다. 물에 타 먹는 형태인데 4봉에 50밧 정도 지불했다. 우리는 녹물이 잔뜩 묻은 옷차림으로 마야몰을 걸어 다닌 탓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치 숲 속에서 탈출한 원숭이 두 마리가 소화제 4봉을 구해 손에 들고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말끔히 씻고 어제 다 못한 동네 구경을 하러 나갔다. *카오쏘이님만에서 *카오 쏘이와 오믈렛을 먹고 cheevit cheeva에서 망고 빙수를 먹었다. 이곳의 망고 빙수를 벌써 세 번째로 먹는다. 벌써 세 번째인데도 마치 처음 먹는 마냥 우와우와 감탄하며 먹었다. 망고 스티키 라이스를 잘 먹는 태화 코치를 보면서 그가 먹는 것에 까다롭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성이 까다로운 사람과 여행하면 곤란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식에 대한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 라는 생각은 몇 시간 후에 자기반성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태화 코치가 악어 고기를 먹어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 악어 고기를 손에 넣은 그가 나에게 한입을 권했을 때…! 최대한 정중히, 고맙지만(?) 사양했다. 난 음식에 대한 마음을 열어놓고 싶은 만큼만 열어놓았던 것이다. 흑흑. 모든 사람은 그냥 각자의 경계가 있는 것인데. 까다로운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까다롭다. 악어 고기는… 미안. 도저히 못 먹겠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