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넷째 날, 똠양누들에게 속았다

by 이태화

아침에 눈을 뜨니 태화 코치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내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하고는 얼른 와서 안아주었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나를 마치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가워해준다. “일어났어?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자~.”라고 해준다. 지금껏 아침에 눈 뜰 때마다 그다지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 태화 코치를 만나고 난 후엔 눈 뜨면 기분이 좋다. 아침에 깬 것을 반가워해주는 사람과 산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님만해민에서 *올드타운으로 간다. 어쩐지 조금 더 치앙마이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태화 코치는 엊그제부터 똠양꿍과 파인애플 볶음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님만해민에 있느라 딱히 어디에 데려가야 할지 몰랐는데 올드타운에는 괜찮은 로컬 레스토랑이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맡겨 두고 브런치를 먹으러 나갔다. *Rustic and Blue에서 아보카도를 곁들인 시저 샐러드와 메이플 시럽을 뿌린 베이컨 프렌치토스트를 먹었다. 마야몰과는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므로 지하에 있는 *림핑 마트에 가서 망고와 망고스틴, 파인애플을 샀다. 올드타운의 마켓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비쌀지도 모르지만, 흥정할 필요 없는 대형마트가 편리하다. 에너지와 돈을 맞바꾼 셈이다. 아마 스무 살 때라면 분명 흥정해서라도 제값에 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한다. 변한다는 것이 슬퍼도 어쩔 수가 없으니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


새 숙소는 프라싱빌리지라는 호텔인데 세심한 서비스가 마음에 드는 곳이다. 무엇보다 도착하자마자 자스민 꽃으로 엮은 목걸이를 걸어주고 좋은 향이 나는 꽃차를 내줬다. 꽃으로 환영해주다 너무나 환상적이다. 엔틱 한 인테리어도, 나무가 가득한 정원도 좋다. 특히 객실의 발코니에서 정원이 보이는 점도 좋다. 마사지도 무료, 미니바의 맥주와 콜라, 초코바도 다 무료라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태화 코치와 함께 맥주, 콜라, 초코바도 다 먹어버렸다!

우리는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 연습을 했다. 나는 아주 조금 더 잘할 줄 아는 부분이 있어서 태화 코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수영 선생님 흉내를 냈다. 그는 내 가르침을 순순히 받아주었다. 음. 그래서 수영을 더 잘하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물속에서 태화 코치에게 바깥다리 걸기를 좀 시도해보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태화 코치는 나를 넘어뜨리려다가 봐주었다. 현명한 남자이다.


태화 코치가 똠양꿍 맛집을 찾아낸 듯해서 구글 지도를 참고해서 갔다. 숙소 근처에 있는 태국 현지 식당이었다. 우리는 새우 똠양 누들과 비프 누들을 시켜 먹었다. 난 그냥저냥 괜찮은 듯했는데 태화 코치는 몹시 실망한 것 같았다. 그가 먹고 싶었던 것은 똠양 누들이 아니라 똠양꿍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굉장히 유명한 로컬 맛집에 들러 *쏨땀과 숯불에 구운 고기를 포장했다. 그리고 *그랩을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시실리아의 햇살을 가득 받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사 온 안주와 함께 먹고 마셨다. 숙소에 벌레는 없고 도마뱀 몇 마리가 돌아다녔다. 우리는 ‘왜 이 호텔엔 벌레가 없을까’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나눴다. 몇 가지 신빙성 있는 근거들이 나왔지만 누구에게 딱히 물어보기도 늦은 시간이여서 그만두고 침대로 돌아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도 오리와 함께 하는 치앙마이에서의 하루는 최고로 재미있었다. 내일은 래프팅을 하러 간다. 빨리 자야 한다. 빨리…!!


아참! 오리는 태화 코치의 애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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