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셋째 날, 정글을 나는 타잔이 된 줄 알았는데

by 이태화

30분 운동은 패스! 30분 만에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갔다. 오늘은 짚라인 투어 날이다. 사랑스러운 아내는 아직 잠이 덜 깼다. 숙소 로비에서도 소파에 누워서 기다리더니 픽업 차에 타서도 쿨쿨 잤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광고 카피는 아내를 보면 맞는 말이다.


드디어 짚라인 장소에 도착! 높은 산까지 올라왔는데 곳곳에 집이 있었다. 그야말로 산촌에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장비를 착용하고 시작 지점까지 걸으니 잠도 깨고, 몸도 절로 풀린다. 짚라인 체험은 예상보다 아무렇지 않게 시작됐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세 가족과 61세 미국인과 함께 움직였는데, 줄 맨 앞에 서 있던 미국 할아버지가 처음에 못 타겠다고 비켜서는 바람에 내가 맨 처음 타게 됐다. 살짝 무서운 기운이 감도는 출발점에 서니 처음에 타는 내가 괜히 용감해 보였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드디어 발을 뗐다. 와우! 산속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타잔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엄청난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특공대 같기도 하다. 적당히 내리는 비 덕분에 얼굴에 빗방울도 부딪힌다.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장관이다. 줄을 타고 날아가는 동안에도 아내 생각이 난다. ‘아내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의 기분을 쫑알쫑알 얘기하고 싶기도 하다. 건너편으로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면 아까 했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아내는 잘 날아왔다.

짚라인 중간중간에는 등산처럼 걷는 구간도 있었다. 오래간만에 운동을 제대로 하는 느낌이다. 가장 무서운 단계에 해당하는 레일 코스가 지나면 투어의 끝이 보인다. 처음 살짝 무서운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우리는 재밌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마지막 수직하강까지도 무서울 것 같은 기분은 사라지고 재밌다는 기분만 남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린 다시 쿨쿨 잤다. 도심에 내리니 짚라인 와이어에서 튄 녹물 자국과 신발에 묻은 진흙이 더 눈에 띄었다. 우린 그 모습 그대로 마야몰에 들어가 약도 사고 빵도 사고 우유도 샀다. 숙소에 들어와 빨래부터 했다. 아내의 투어를 위해 산 하얀 운동화가 더러워져서 있는 힘껏 비누질을 했다. 다시 새것처럼 되지 않겠지만 최대한 아내의 기분이 괜찮아졌으면 했다.


샤워를 하고 잠시 쉬다가 카오소이를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더운 날씨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카오 소이 맛집에서는 복불복으로 앉기 힘들다는 실내 에어컨이 나오는 자리에 당첨이 됐지만 아내가 바깥 자리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뭔가 특별한 곳이 아닌 것 같다는 기분 때문이었다. 더운 날씨에 벌써 앞이 막막했지만 아내의 기분을 위해서 난 더위를 선택했다. 카오 소이는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다 먹고 나올 때쯤 아내는 내 땀을 닦아주었다. 망고 빙수집까지 가는 길에도 여러 번 땀을 닦아 주었다. 아내는 참 다정하다.

망고 빙수로 땀을 식히고 다시 님만해민 뽀개기에 나섰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아내와 손을 잡고 걸었다. 한참을 걸으니 슬슬 허리도 아파오고 지쳤다. 숙소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려 Thinking Park를 지나 악어 고기 꼬치에 도전하고, 마야몰에서 물과 콜라를 사서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깨서 허구적 허구적 노란색 수박과 아까 사 온 돼지고기 꼬치를 클리어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개미를 피해 침대로 와서 글을 쓰면서 두리안을 먹고, 두리안을 먹으며 또 여러 번 웃었다.


이전 06화아내의 셋째 날, 나는 원숭이와 결혼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