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넷째 날, 똠양누들에게 속았지만 복 받은 남자다

by 이태화

숙소를 옮겼다. 아내가 태국에서 처음 나를 맞이해 준 집을 떠났다. 아늑하고 정말 집 같아서 좋았지만 개미떼의 습격 때문에 섭섭함 없이 시원함만 안고 나왔다. 님만해민과도 멀어지는 것이 아쉬워 브런치도 먹고 마시지도 받았다. 브런치를 먹으며 아내와 쉼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재밌다. 나도 모르게 말을 엄청 많이 하게 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우리는 점점 더 넓고 깊게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비슷한 것들을 알게 되고 그중에 조금 다른 것들을 자세히 알게 된다. 그리고 존중하는 법과 있는 그대로의 아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새 숙소로 출발하기 전에 받았던 마사지는 처음 받았던 마사지의 강력함과 비교가 되어서 시원찮았다. 그래서 딱히 쓰고 싶은 말이 없다. 디테일의 중요성을 깨달은 정도.

새 숙소는 올드타운에 있다. 호텔에 들어올 때부터 방을 안내받을 때까지 매 순간 기분이 좋았다. 직원들의 서비스에 황송하고, 감사했다. 훌륭한 숙소를 잘 예약해준 아내에게는 더더욱 감사했다. 침대에 장미꽃으로 장식해준 하트 모양부터 이곳저곳 다 맘에 들었다. 발코니에서 개미떼의 흔적을 지워보려 온 짐을 다 털고 수영장으로 갔다. 아담하고 조용한 수영장도 맘에 들었다. 아내와 물놀이를 하는 것도 엄청 재밌다. 아내의 웃는 얼굴이 물과 참 잘 어울린다. 10분 마사지 서비스도 받고, 캔맥주도 마시고, 멍하니 그냥 누워서 쉬기도 했다. 브런치를 먹으며 쉼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들도 떠올랐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나갈 준비를 하고 똠양꿍 맛집을 찾아봤다. 오늘의 가장 아쉬운 점은 똠양꿍이 아니라 똠양누들을 먹은 것. 정말 안젤리나졸리 아쉽다. 그런데 아내는 별로였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고, 또 나의 땀을 닦아주고, 내가 아쉬워하는 걸 영상으로도 찍어주고, 다시 다른 곳에 가서 똠양꿍을 사주겠다고 약속도 해주었다. 똠양꿍 때문에 아쉬워하는 나를 달래주는 아내는 천사 같았다. 내가 맘 편히 찡찡대고 쫑알쫑알 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아내다. 그렇다. 유일한 사람이다. 삐져있는 나를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토닥거려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안주를 사 와서 와인과 함께 마셨다. 고기 안주를 다 먹고 나서는 아까 개미와 사투를 벌였던 발코니로 나갔다. 차가운 에어컨을 피해 따뜻한 공기를 쇠고 시간을 보냈다. 이제 어벤저스 엔드게임도 5분 후면 다 다운된다. 남아있는 오늘도 기대된다.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정말 계속 기대된다. 마블 영화보다 기대되고, 어벤저스보다 다시 보고 싶은 추억을 나는 아내와 함께 만들고 있는 복 받은 남자다.

이전 08화아내의 넷째 날, 똠양누들에게 속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