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래프팅 하러 가는 날이다. 난 정말 래프팅이 좋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해서 환상적이다. 같은 보트를 탄 사람들끼리 합심하여 배를 움직이는 것도 재미있다. 고요한 물소리 바람소리도 좋다. 모든 감각을 깨우고 즐기게 된다.
일어나자마자 얼른 씻고 내려와 커피를 한잔 시켜 마시며 픽업 기사를 기다렸다.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정원에 앉아있으니 이곳 호텔에 머물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종일 일정인 래프팅을 하고 오면 저녁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호텔에서 진행하는 여러 액티비티를 즐길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내일은 반드시 호텔에서 여유롭게 애프터눈 티를 마셔야지!
픽업차량에 한국인은 우리 둘 밖에 없다. 차량 속에 서먹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멤 돌았다. 꼬마 두 명이 있었는데 그들 역시 몹시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나도 기운이 없어서 태화 코치에게 기대어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태화 코치는 내가 좀 더 편히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었다. 웃긴 흉내를 내서 기운 나게 해주려 했으나 사실은 난 그가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늘 안심이 된다.
차는 덜컹거리며 고속도로를 달리다 어느새 숲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숲에 숨겨져 있던 마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가 계속해서 숲길을 오르는 동안 우리는 창밖으로 숲 속에 사는 사람들의 집과 널려져 있는 가재도구들을 구경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는 구경이었다. 도로에는 개도 많고 닭도 많았다. 가끔 말도 보였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보관함에 소지품을 맡겼다. 보관함은 작은 철제 상자에 열쇠가 달려있는 형태였다.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열쇠가 고무 끈에 연결되어 달랑거렸다.
준비되어 있는 보트와 노를 본 순간 갑자기 호랑이 기운이 솟아올랐다. 숲의 상류의 물결은 여전히 잔잔했고 공기는 시원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숲 속 풍경과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안전장비가 묘하게 어울렸다. 뭔가 대단히 신나는 일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래프팅은 안전하게 시작되었다. 안전 수칙을 여러 번이나 반복하여 시연해주었다. 나는 이해하는 티를 내려고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배를 내주었다. 우리는 영국인 커플과 한 팀을 이루었다. 장난기가 조금 있지만 점잖은 젊은 커플이었다. 같은 차를 타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전우애가 느껴졌다. 괜찮은 구성이었다.
배에 올라타자 곧 항해가 시작되었다. 배는 잔잔한 물결에 조금씩 떠밀려 가기 시작했다. 숲 속의 고요함 속에 새소리가 산뜻하게 울렸다. 향긋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순간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으니 나머지 감각이 깨어났다. 살아있는 기분!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여행하는 것이 아닐까?
운 좋게도 코끼리가 목욕하는 광경을 보았다. 세상에 코끼리가 너무 멋지다. 저렇게 멋진 코끼리라니. 그동안 코리끼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는데 오늘 이후로 코끼리가 잔뜩 좋아지고 말았다.
급류를 탈 때마다 태화 코치는 뒤에 앉아있는 나를 계속 체크했다. 나는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잘 타고 있는데 말이다. 배는 뒤집 힐랑 말랑 하면서도 뒤집히지 않았다. 태화 코치는 안전요원의 카누를 얻어 탔다가 배가 뒤집혀서 집에 못 올뻔했다. 너무 아찔했지만 그가 나의 반응 때문에 더 놀랄까 봐 담담한 척을 했다. 참내. 나한테는 맨날 조심하라고 하면서 자기는 타지에서 죽을 뻔하고 있으니.
10km 여정의 래프팅이 끝나고 팟타이와 파인애플을 먹고 다 같이 폭포 구경을 하러 갔다. 가는 길에 스테프가 건드리면 잎을 접는 신기한 풀을 알려줬다. 수줍게 이파리를 접는 풀은 실제로 무슨 생각으로 잎을 접을까? 이럴 때 옆에서 검색해서 알려주려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 뛰어가야 한다. 충분히 상상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폭포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위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경악했다. 바위에 피부가 쓸리면 어떻게 하지 싶었기 때문에. 그러나 가만히 보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해서 태화 코치 더러 먼저 타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나도 탔다. 피부가 쓸릴 새도 없이 바위 사이로 쑥 미끄러져 내려와 물에 빠졌다. 여전히 경악스러운 놀이라고 생각하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 될 듯하다.
다시 캠프로 돌아가는 길에 스탭은 커피나무와 커피콩, 그리고 바나나 나무도 알려주었다. 바나나 나무를 알려주었을 땐 그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 절대로 저렇게 생겼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의 상상 속 바나나 나무는 저것보다 더…. 늘씬하고…. 어쨌든 그가 알려준 나무는 진짜 바나나 나무였다. 세상에.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서 식사를 하고 수영을 했다. 그리고 밤에는 피자를 사 와서 맥주와 와인과 함께 한판을 전부 먹어 치웠다. 오늘의 바쁜 하루도 이렇게 지나간다. 아직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이지만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낸 것만큼 내일도 즐겁게 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