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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Jun 11. 2024

부캐는 작가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재밌는 게 뭐예요?"

"글쎄....."

선뜻 답하지 못했다. 친구를 자주 만나지도 않고 운동이나 즐기는 취미 생활이 없는 엄마가, 아이가 보기에도 재미없어 보였나 보다. 결혼을 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동안 나는 나에게 1순위가 아니었기에 딱히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직장인이라는 본업만으로도 벅찼다. 본업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부캐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드러머가 된 유재석은 '유고스타'를 시작으로 하프를 연주하고 라면을 끓이고 트로트 가수인 '유산슬'이 되어 활발하게 부캐 활동을 했다. 유재석은 부캐활동을 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재능을 발견한다. 처음 연주하는 하프를 예상보다 잘 해내고, WSG워너비를 히트시키며 제작자의 능력도 증명한다. 김신영은 둘째 이모 김다비로, 이효리는 린다 G로 부캐 활동하며 부캐 붐을 이어갔다.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이르는 말이다. 일상으로 확대되면서 '평소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기 키는 용어로 사용된다고 한다. 게임을 하지 않아 알지 못하던 부캐의 개념을 유재석의 부캐 활동을 통해 알게 되었다.


 부캐는 본캐로 살아가느라 지쳐있을 때 휴식처가 될 수도 있고, 신선한 재미도 선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캐로 작가는 어떨까?

글쓰기 책에서 많은 작가님들이 말한다. 책을 출판해야만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매일 블로그 포스팅이나 브런치에 발행을 하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계속 쓰고 있다면 작가라고. 작가님 말씀대로라면 이미 나는 작가인 셈이다.

평생 글 쓰는 일로 먹고사는 전업 작가를 할 생각도, 해낼 능력도 없다. 그럼에도 글쓰기가 새로운 관심사를 만들어 주고 나에게 휴식처가 되어주기도 하니 부캐로 작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계속 쓰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제부터 나의 부캐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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