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 글을 쓰기 위해.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편이라 꼭 읽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책을 읽지 않았었다. 어른들이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때면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필독서가 아닌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으니 책을 더 가까이할 수 있겠지. 그땐 읽으라고 안 해도 읽게 될 거야.'
하지만 그때 간과한 것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어릴 때 경험할 수 없었던 책 보다 재밌는 것들이 무궁무진해진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독서 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 할 일이 많아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온갖 핑계를 대며, 독서를 습관화하는 길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지만, 많이 읽지 않고 잘 쓰는 것은 어렵다고 작가님들은 말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쓰며 소재거리나 단어 선택에 있어 늘 부족함을 느꼈다. 글쓰기 강연을 보면 어느 작가님이나 빠짐없이 하는 말씀이 있었다.
"많이 읽고 많이 쓰세요."
글을 쓰기 위해서 독서는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었다.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어도 되나?'
책을 읽긴 해야겠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관심분야만 읽게 되면 독서 편식을 할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이 중요했기에 일단은 내가 읽고 싶은 책부터 읽기로 했다. 관심이 없거나 고도의 지식을 요하는 어려운 책으로 시작하면 얼마가지 않아 포기할 것 같아 가독성이 좋은 소설과 에세이부터 읽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 책을 읽고 관심 있는 심리학 관련 도서도 읽었다. 다독은 아니었지만, 정독을 하려고 노력했다. 나름 정독을 하면서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덮은 후엔 생각나는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자세하게는 아니어도 몇 줄이라도 느낌을 정리하고 좋은 문장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독서 편식을 해소해보고자 하는 서평단에 지원했다. 운이 좋게도 기회를 얻게 되어 3개월 동안 출판사 서평단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서점에 전시되기 전인 신간을 한 달에 2-3권씩 받아볼 수 있었다. 더불어 내가 선호하는 분야의 책은 물론 굳이 손을 뻗지 않았던 분야의 책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것이 서평단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흥미가 없는 분야의 책이지만 의무적으로라도 읽다 보니 완독의 희열을 경험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연관된 도서를 찾게 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주워졌다. 아직도 지식을 요하거나 어려운 분야의 책에는 손이 쉬이 가지 않는다. 독서의 양도, 책의 종류도 확장시켜 가는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체하지 않게 조금씩 천천히.
아직은 글을 쓰는데 책의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다 보면 독서로 얻은 지식을 끄집어내어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지금보다 풍성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