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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Jul 05. 2018

서른의 중간에서

1월-6월, 반년의 기억

서른이 된 지 반년이 지났다.

문득 상반기 결산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 건, 1월부터 6월까지가 채움의 시기였기에 그 기억과 지금의 나를 남기고 싶어서였다. 서른을 맞이한 만큼,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단 마음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올해 상반기의 관심 키워드는 '취향과 공간'


관심 키워드가 보이는 곳이라면 자연스레 눈이 갔고, 귀는 쫑긋해졌다. 그중에서도 '취향'은 아마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듣고 말하던 단어이지 않았나 싶다. 친구 원준이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찾는 긴 여정을 시작한 것 같다.

 

이제야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 같아.



1. 좋은 공간을 찾아서

영감을 주는 공간, 머무르고 싶은 공간은 과연 어떤 곳인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좋은 장소를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여행도 은근히 다녀왔다. 4월엔 부산, 5월엔 도쿄, 6월엔 대구. 모두 틀에 박힌 여행이 아닌 공간의 재발견을 했던 여행이었다.(도쿄 여행기는 조만간!)


공간은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힘이 있어요. 저는 여기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지를 지켜봐요.


올해 1월 14일에 취향관에서 나눈 대화에서 적어둔 말이다. 일상의 회복을 위해서 만든 공간인 취향관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듯하다. 정말로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요즘은 가야만 느낄 수 있는 로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9월에 포틀랜드에 가는 이유다. 상반기는 '취향'이라는 키워드가 대세였다면 하반기엔 '로컬'이라는 키워드가 좀 더 주목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 식사의 재발견

초여름의 기운이 느껴지는 6월, 내일의 식탁이란 프로젝트에서 준비한 근사한 한 끼를 했다. (토요일 아침부터 충남 아산까지 가서..) 고민이 담긴 좋은 식재료로 이승엽 셰프님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었는데, 이제는 '아무거나 먹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살구 와인을 직접 만들어보는 클래스를 들었는데 두 손으로 조물딱 거리면서 ‘먹을 것’을 만들어내는 느낌이 좋았다. 지금의 나는 요리와는 먼 사람이지만, 언젠가는 요리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3. 류이치 사카모토와 음악

뉴에이지를 좋아했던 기억을 잊고 지냈다가, Piknic에서 열린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를 다녀와서는 그의 음악에 푹 빠졌다. 일주일 내내 그의 음악만 듣고 다큐멘터리 영화도 찾아볼 정도로 말이다.

그동안 내 취향의 음악을 찾고 듣는 것을 게을리했구나 싶다. 플레이리스트를 보니 취향에 걸러지지 않은 음악들로 뒤섞여 뒤죽박죽이다. 나는 그 시절 좋아했던 음악을 기억하기 위해 연도마다 플레이리스트 폴더를 만들어두곤 했었는데, 많은 시간이 비어져있다. 이제라도 잊지 말고 차곡차곡 쌓아둬야지


4. '함께한다'는 것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을 때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는 아웃스탠딩 기자 윤성원 님의 페이스 북 글의 말처럼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었기에 모임에도 가고, 스스로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모티콘 소모임은 오래 묵혀둔 버킷리스트였던 이모티콘 만들기를 해내기 위해서 만든 모임이었다. 몇 명의 회사 동료와 함께 했고, 내가 만든 철푸덕과 개발자가 만든 양양이의 직장라이프라는 2개의 이모티콘이 탄생할 수 있었다. 내가 '함께'를 좋아하는 이유는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을 정말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는, 부디

상반기는 외부로부터 얻은 자극이 참 많았다. 이번 하반기는 부디 내 안에 채워뒀던 것을 표출하는 시기였으면 좋겠다. 잘하는 것보다 '꾸준히'가 더 어려운 요즘, 자기만의 것을 꾸준히 만드는 시도를 한다면 나중에 뭐라도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생각만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자신만의 것도 결국 만들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숭님의 인스타그램에서 본 글이 있는데, 그 말이 나에게도 와서 마음에 콕 박혔다.

그렇게 아끼다가 똥 된다


단순한 한마디였지만 지금의 내게 필요한 말이었다. 물건뿐 아니라 많은 상황에도 해당되었던 말. 그동안 아낀다는 명목 아래 물건은 물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에너지도 아끼며 살다 보니 무엇이 어디 있는지, 하고 싶었던 것은 뭐였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살았다. 가끔 잊고 있던 무언가를 우연히 찾는 기쁨도 나름 쏠쏠한 재미였지만, 이제부터는 뭐든 아끼지 말고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다.

직접 경험해봐야만 보이는 게 있고, 모든 것에는 때가 있으니까.

그렇게 얻은 경험은 '나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내 삶에 좋은 것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과 나만의 내공을 쌓는 것. 이건 하반기뿐 아니라 평생의 목표일 테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다행이고, 좋다.

무엇이든 끝까지 해보는 하반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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