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물건의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 May 31. 2022

물건의집 플리마켓

두 번째 이야기

5월의 봄날에 <물건의집>​ 플리마켓을 했다.

작년 11월 첫 번째 플리마켓을 마치고,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언제 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러다 림고에게서 연락이 왔다. 봄날에 서울숲 밑미홈​ 옥상에서 물건의 집 플리마켓을 해보자고. 장소가 먼저 섭외가 되니, 자연스럽게 작당 모의가 시작되었다.


작년과 달랐던 점은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진행되었고,
셀러가 초안클럽 멤버 6명에서, 친구들이 합세하여 12명으로 두 배가 되었고, (야호!)
밑미​에서 호가든 맥주를 협찬해준 덕분에 웰컴 드링크가 생겼고, (최고!)
유투버 세훈인서울​님이 공간과 찰떡인 음악을 틀어준 덕분에 파티 분위기가 났다. (최고!)


예상보다 갑자기 스케일이 커져 버려서인지 이번엔 조금 힘을 빼고 준비하자고 했는데, 오히려 힘이 더 들어가 버렸다.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너무 공을 들였다. 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하려고 안해도 되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버렸다. 두 번째 플리마켓을 준비하면서 그릇의 크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일을 크게 벌리기에는 나의 그릇은 작아서, 담기가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고생하면서 그릇이 조금씩 커지는 기분이 들더라. 정말 고생 없는 성장이란 없다.

그렇게 완성된 3종 포스터 세트. 그림은 내가, 포스터 디자인은 인엽님

이끌어가는 대장 역할은 여전히 부담이 되었지만 셀러가 두 배가 된 만큼 누군가가 소외당하지 않도록, 모두가 참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셀러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 스스로가 부담을 더 느꼈던 것 같다. 마켓이 모두 끝나고 셀러들과 옥상파티를 하면서 회고를 했는데 그동안 느꼈던 것을 솔직하게 말했고 친구들은 내게 용기의 말들을 전해주었다.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뭉클한 순간들이 많다.


이번 마켓을 하면서 다들 자기만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과정을 느꼈다. 키미는 2주 만에 멋진 이야기를 담은 <하자> 사진집 출간을 성공했고, 흔디 언니는 초안노트에 꾸준히 기록했던 <마음일기>를 리소스래피로 엽서를 만들었다. 진이도 저번에 이어서 <오초이 엽서>를 새롭게 만들었다. 양수는 자신의 브랜드 <Ready to kick>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Pepa> 뻬빠 브랜드를 운영하는 수경은 첫 오프라인 팝업을 했다. 형철도 <친구들가게>의 친구들 작업물을 오프라인에서 처음 판매했다. 동규와 주영이는 자신들의 꿈이었던 <단이네 정원>을 정말 해도 되겠다는 마음과 꿈이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사실 재미있었다. 준비하면서 이제 '다음'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고생한 기억보다 뿌듯함과 추억이 더 크다. 인간은 망각하는 존재이므로, 좋은 것만 기억하게 되니까 아마 또 '다음'이 있지 않을까? 친구들과 함께 뭉쳐서 뭔가를 해내는 경험은 정말 말로 표현 다 할 수 없이 뿌듯하고 좋다. 이건 힘듬과 기쁨을 같이 느꼈던 전우애일까. 마켓이 끝난 삼일이 지나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있다.
 

세훈인서울님이 물건의집 플리마켓에서 틀어준 플레이리스트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준 덕분에 노래를 들으며, 각자가 올린 후기들을 보면서 여운을 달랜다. 양수는 친구들이 찍은 영상을 모아 인스타그램 릴스​​로 만들고 (계속 보게 만드는 마력의 영상) 스토리장인 키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현장감 넘치게 올려주었고, 동규와 인엽은 각자의 색감이 담긴 사진을 잔뜩 공유해준 덕분에 물건의집의 멋진 히스토리가 남았다.


다음을 위해 적어둔 것들

- 물건 이야기는 꼭 전날 써둘 것. 바쁘게 당일에 적으면 아카이빙 하기 어렵다.

- 다음엔 셀러가 아닌 호스트로만 참여해야겠다.


잘한 점, 좋았던 점은

- 낮 12시에 시작하길 잘했다. 저번처럼 아침 11시에 했으면 더 정신없었을 것 같아.
- 손님들이 앉을 수 있게끔 여기저기 의자를 갖다 두길 잘했다. 덕분에 사람들이 짐을 두기도 하고, 앉아서 책을 읽기도 했고, 지칠 때 앉아있기도 했다.

- 무료 나눔 존을 입구에 둔 점. 기다리는 사람도, 처음 입장하는 사람도, 집에 가는 사람들도 한 번씩 쓱 보고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갈 수 있게끔 위치가 좋았던 것 같다.

- 이벤트 형식을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럭키드로우 이벤트로 바꾸길 잘했다. 셀러들이 자기의 소장품을 잔뜩 지원해줘서 풍성해졌다. 꽝없는 럭키드로우를 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젤리 3종 세트를 사왔다.
- 흔디 언니가 도장 만들어 준 덕분에 물건의집의 아이템이 생겼다.

- 세훈인서울님 음악 덕분에 파티 분위기가 나서 흥겹고 좋았다.

- 나랑 형철이가 안쪽으로 자리 옮겨서 야외 공간이 더 넓어졌고, 우리도 가장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이벤트 참여하라며 독려할 수 있었다.

- 물건 설명을 쓰는 메모지를 동일하게 맞추고 가이드 주기보다 각자 취향별로 쓰길 잘했다. 취향이 잘 드러나는 메모지에 각자의 기록을 다채롭게 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누구는 그림으로, 글로, 서로 잘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한 점이 재밌었다.

- 단이네 정원 팀이 실내에서 식물을 세팅한 덕분에 공간의 분위기가 더 파릇파릇해졌다.

- 나는 그림을 그리고, 포스터 디자인은 인엽님이 하니 퀄리티가 훨씬 좋아졌다!

- 마켓 시작 전, 종료 후 단체 사진을 찍길 잘했다. (찍자고 말해준 친구들 고마워요!)

- 친구들이 함께할 친구들을 데려오니 마켓이 더 풍성해졌다!
- 플리마켓이 끝나고 옥상파티를 하면서 서로 회고한 시간이 좋았다.

마켓이 끝난 바로 다음날에는 좋았던 것만 떠올랐는데, 오늘은 아쉬운 것들이 떠올랐다.


아쉬웠던 것

- 손님들, 놀러 온 내 친구들 사진을 더 열심히 찍어줄 걸. 포토존에서 같이 사진 많이 찍을 걸. 다음엔 사진 더 많이 찍자 친구들아! 예쁘게 찍어줄게!

- 물건 + 이야기 사진 하나하나 다 또 못 찍었다. 물건들 하나하나 다 구경 못해서 아쉽다. 미리 준비하자!

- 야외에 자리한 셀러들이 더위에 큰 고생을 했다. 더위 채비를 더 확실하게 할 걸. 게다가 바람이 강해서 차양이 쓰러지는 바람에 키미/흔디 언니들이 놀랐다. 나는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걸 못 도와줘서 미안했다. 다음엔 더 살뜰하게 챙겨볼게요!

- 방명록 존, 무료 존, 전시 존을 틈틈히 자주 더 못챙겼다. 이벤트를 하는지, 어떻게 참여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다음엔 이벤트 참여에 대한 설명 종이도 제대로 준비해야지.

- 장부를 제대로 못 써서, 무엇을 얼마에 팔았는지 헷갈린다. 다음엔 빠트리지 않고 꼼꼼히 써야지.


<물건의집> 셀러 친구들의 후기

마켓 종료 후, 셀러들과 옥상파티 & 회고 나누기

키미 (@kimmy.pro​)

물건의 집이 브랜딩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과 달리 두 번째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 같았고, 세 번째 하면 더 알아볼 것 같아요. 근데 앞으로는 야외에선 하지 말자.. 셀러를 두 번째로 참여해보니, 처음과 달리 팔아도 되나 긴가민가 했던 물건들을 '주인이 있겠지'라는 심정으로 고민 없이 팔 수 있게 됐어요. 정말 물건의 주인이 나타나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물건 살 때도 더 잘 사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물건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느낌이에요.


보아 (@boa.kim​)

물건 비우는 것이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이 좋았어요. 작년에는 손님으로, 올해는 셀러로 참여했는데, 손님일 때는 셀러의 이야기를 이어받아서 내 이야기가 입혀지는 것이 좋았어요. 이번에 셀러로 참여해보니 일단 힘들어서 다 팔자는 심정이 컸지만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좋은 기분으로 받아가면 좋겠어요!


흔디 (@sooscape)

너무 더워서 힘들었어요. 특히 사무직인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이 아니라서 땡볕을 대응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도 지난번에 온 사람들이 보여서 좋았고, 그때엔 계산만 했었는데 이번엔 물건 고르는 순간을 보고, 직접 설명해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셀러가 늘어난 것도 좋았어요.


단이네 정원 (@sweet_sweet_garden_)
주영 (@zzzu_young​) : 처음으로 식물을 팔아보면서 '식물도   있다' 것을 느꼈고, 나중에  일로 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규 (@leedongkyu_​) : 고양이에게 무해한 식물을 팔면서, 오신 분들과 고양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다음엔 1층에서 하고 싶어요.


수경 (@oo.sookyung​ & @pepa.co.kr​)

와사비 강판을 누가 살까?싶은 물건이었지만 정말 누가 사가서 놀랬어요! 나에게 쓸모가 적은 물건이 다른 곳에 가서 쓰임을 받는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PEPA> 브랜드 런칭 ,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팔아봤는데, 오프라인에서는 DP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물건의집을 준비한 셀러들이 직장인이 많았는데 시간을 쪼개서 준비해 가는 과정이 멋있었어요.


양수 (@yangsoois​ & @areyou.readytokick​)

<Ready to Kick>에서 수영에 대한 모든 것을 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두 번째로 하니까 안면 있는 분도 생기고, 저번에 샀던 물건을 잘 쓰고 있다고 말해줘서 좋더라고요. 이렇게 온 사람은 다음에도 또 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밑미 셀러 수빈 (@nicetomeetme.kr​)

물건의 집이라는 컨셉이 새로웠어요. 네이밍이 재밌고, 그림도 아이처럼 그린 점이 좋았어요. 물건을 많이 못 산게 아쉬워서 다음에는 손님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인엽(@inyop​)

포스터를 그림일기 컨셉으로 디자인했는데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좋았어요. '물건의 집'이란 단어도 역발상이라 재밌어요. 물건에서 그 사람의 집의 이미지가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물건 마다 사연이 있으니까, 단순히 가격만 보고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그 사연을 보고 내가 정말 사도 될까? 더 필요한 사람이 없을까?라고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리, 오초이와 친구들(@jeey13​&@ochoee.studio​)

내년에 자취해야 해서 물건을 비우게 되었는데요. 나의 정체성이자 오래 모았던 피규어들을 엄청 고민하다가 선별해서 가져왔어요. 다음에 한다면 귀여운 친구들 또 데리고 올게요!


림고 & 림고 어머니 (@rim_ko​)

히스토리가 쌓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셀러들의 후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다음"이었는데, 다음이 없을 순 없겠구나 싶었어요. 셀러들도 배수로 늘어서 좋았고요. 두 명이서 짝꿍으로 같이 파니까 더 다정해서 좋았어요. 그리고 자기들이 만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

림고 어머니와 림고. 어머니는 수세미를 뜨는 라이브를 보여주셨다!


형철&친구들가게 (@hclee33​ & @chingoo.home​)

그동안 친구들이 만든 작업물을 온라인으로만 팔았는데, 확실히 오프라인이 강점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루시가 준비하느라 많이 고생했는데, 다음에 한다면 루시를 더 도와줘야겠어요.


루시 (@lucy.yoon​)

이번에는 좀 쉽게 가자, 너무 준비 많이 하지 말자고 했는데, 막상 하니까 준비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판을 벌리기엔 나의 그릇이 작은 것 같단 생각이 들고, 부담이 많이 되었는데 고생하면서 그릇이 조금씩 넓어진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준비하면서 '이번 플리마켓이 마지막이다. 다음은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고생의 기억이 망각되면 또 할지도 모르겠어요. 힘들었어도 재밌었고 뿌듯했어요.  

나와 형철

나의 그릇이 작은 것 같다는 말에 친구들은, '너의 그릇이 대야가 된 것 같다', '저번보다 훨씬 여유로워졌다!', '이번엔 정말 호스트 같았다' '스스로 결정하고 역할을 분담한 것도 좋았다' '익숙하고 편안해 보였다' 등의 다정한 말을 해주었다.



기억에 남는 친구들의 말들

'물건의 집'이라는 말이 역설적이라 좋았어요. 물건들로 그 집의 취향을 알 수 있다고 느꼈거든요.

- 인엽의 말


‘나보다 더’라는 말이 좋다.

- 동규의 말


회고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다음"이었어요. 다음이 없을 순 없겠구나 싶었어요.

- 림고의 말


“친구들이 만든 책이에요.”

“와 정말 다 친구예요?”

“친구가 된 거죠.”

- <친구들 가게> 형철의 말



귀여웠던 순간들

점잖고 귀여운 관종, 차산이가 놀러왔다!
어린 친구들도 놀러 왔다!
무료 나눔 존!
천재적인 양수의 <Ready to Kick> 디피 능력!
림고 어머니가 만든 귀여운 수세미!
세훈인서울님 + 팬이 준 귀여운 꽃
인엽님의 귀여운 물건 그림
초안클럽의 초안노트들
방명록/다꾸존/포토존 역할을 했던 이 곳!
동규가 찍은 키미와 제리. 뒷 배경이 별 같아!
마켓이 끝난 후의 우리들.


물건의 집 플리마켓이 다른 곳과 무엇이 다르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물건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낭만이 있는 플리마켓"

"셀러들이 함께 만드는 플리마켓"라고 말하고 싶다.


서로의 친구를 데려오고, 우리는 서로가 또 친구가 되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어. 우리 '다음에' 또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물건의집 플리마켓 회고 (w.초안클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