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강조
질문 하나 드릴게요.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신가요?
왜 그 노래가 좋으세요? 특히 어떤 부분을 좋아하시나요? 그 부분을 좋아하는 이유는요?
가사가 아름다워서 좋은 노래가 있으시겠죠. 노래 자체보다는 부르는 가수가 좋아서 그 노래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노래를 구성하는 것 중에서도 '음' 에만 주목해 봅시다.
'음의 흐름'만 따져봤을 때, 특히 마음을 잡아끄는 부분이 있다면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요?
저는 갑자기 음들이 모두 멈췄다가 짜잔 하며 한 번에 음들이 쏟아져 나오는 그 순간을 참 좋아합니다. 갑자기 숨을 멈춘 다음 일순간 포효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죠. 그때, 제 스트레스도 한 번에 해소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늘 꾹꾹 담아두는 성격 탓에 아마 저 대신 포효해주는 음들에 마음을 뺏기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점점 음들이 세게 들려올 때 감정이 같이 고조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노래가 있으실 거예요. 아니면 반대로 점점 조용해지면서 음이 마무리될 때 그 여운이 좋아서 특히 마음에 드는 노래도 있을 거고요. 한창 몰아치다가 갑자기 템포를 느리게 바꾸는 그 구간에 귀가 쫑긋해지는 노래도 있을 겁니다.
그 음들의 변화를 한 단어로 바꾸면 바로 '리듬'이 되겠죠.
리듬은 '흐른다'라는 뜻의 동사 'rhein'을 어원으로 하는 그리스어 'rhythmos'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넓은 뜻의 리듬은 신체적 운동, 심리적, 생리적 작용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 출처 : 두산백과
'신체적 운동, 심리적, 생리적 작용과 리듬이 연관되어 있다'라고 표현한 걸 보니 노래를 들을 때 우리의 감정이 같이 요동치면서 절로 몸이 움직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흥이 오르라고 리듬을 만들어낸 거니, 리듬을 타면서 흥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자 그리고 흥이 오른 이후의 상황도 한번 생각해 볼게요. 한창 흥이 올라 즐겼던 노래, 여러분은 쉽게 잊어 버려지던가요? 마음을 빼앗겼던 노래의 그 구간, 그 노래가 뭐였는지 제목은 잊어버렸더라도 어딘가에서 멜로디가 들려오면 절로 그 구간을 기대하게 될 겁니다. '아! 그.. 그거 있는데!!' 즉,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죠.
리듬을 느낀다 → 감정이 동요한다 →기억에 남는다
자, 이걸 그대로 스피치에 옮겨올 거예요. 말을 노래처럼 바꾸어서 기억에 집어넣는 것이지요. 그게 바로 리듬과 강조를 넣어 말하는 스피치입니다.
어떻게 바꿀까요? 4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총칭해서 4강 조법이라고 합니다.
1. 높임 강조
맥락에 맞게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에 힘을 실어 말하는 겁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고."
결백을 증명해야 할 때, 너무 억울할 때 여러분 어떻게 이야기하시나요? 위의 문장 중에서 '아니'라는 단어에 힘을 꽉꽉 넣어서 말할 겁니다.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에서 들었던 대사예요.
"지금 우리 영우가 느끼는 감정이 기쁨이 아냐? 아빠가 이렇게 기쁜데?"
배우가 이 대사를 말할 때 '아빠가 이렇게 기쁜데'에서 톤을 올려 세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https://youtu.be/M9fXvq28oLY?t=80
톤이 올라갔다는 건 감정이 실렸다는 이야기예요. 거꾸로 말하면 감정을 실어 말하면 톤이 저절로 올라갑니다. 리듬이 저절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갑자기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잔뜩 긴장이 되니까 감정이고 뭐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큰 소리로 말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우물거리면서 이야기할 수도 있죠. 동창회에서 억지로 건배사를 해야 할 때, 처음 나간 모임에서 갑자기 일어서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감정을 실을 겨를이 없죠. 네, 저도 그래요.
하지만, 우리는 스피치를 '훈련'하는 사람들이니까 감정을 싣는 연습 여러 번 해보자고요. 감정 싣기가 어려우면 핵심 단어를 세게 말해봅시다. 세게 말하기, 그것이 크게 강조법이에요. 음악기호로 보면 '그 음을 특히 세게' 악센트이죠.
자, 다음 문장을 크게 강조법으로 한번 읽어보세요. 감정을 실어서, 세게.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단어를 세게 읽으실 건가요?
(예) 사람을 끄는 매력, 그것이 바로 호감입니다.
2. 낮춤 강조
맥락에 맞게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에 오히려 톤을 낮춰 약하게 말하는 강조법입니다. 크게 강조법의 반대라고 볼 수 있지요. 톤을 올리고 목소리를 세게 낼 때 귀가 쫑긋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갑자기 소리가 작아졌을 때도 귀가 쫑긋해지죠.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고."
크게 강조에서는 '아니'에 톤을 올려 표현했죠. 이 문장에서 두 번째 '아니'를 소리를 낮춰 말해보면 어떨까요?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에 더 신뢰가 갈지도 모릅니다.
"괴팍한 천재의 고집 정도로 이해해준다고요. 근데! 우린 달라요"
이 대사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잘 들어보면 '우린 달라요'에서 톤을 낮춰서 이야기를 합니다.
https://youtu.be/t_sV-xiF7cY?t=31
귀를 쫑긋 세우게 하고 마음을 잡아 끄는 강조법, 여기에서는 감정을 싣는 게 아니라 반대로 감정을 덜어내야 합니다. 핵심 단어에서 오히려 감정을 절제하기. 음악기호로 보면 '그 음을 특히 여리게' 늘임표가 됩니다.
다음 문장을 작게 강조를 활용해서 읽어보세요.
(예)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습니다.
3. 속도조절 강조
이번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강조법입니다.
'재미없다, 지루하다, 영혼이 빠져나간다, 졸린다, 딴생각이 난다'라는 생각이 드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많이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학교 다닐 때 재밌었던 수업보다 졸음을 참아내느라 힘들었던 수업이 더 많지 않았던가요? 부장님의 말씀이 분명히 피가 되고 살이 될 걸 알고는 있지만 자꾸 시계를 보게 되지는 않던가요?
그때 들었던 말의 공통점을 생각해 봅시다.
단조롭다
단조롭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단순하고 변화가 없어서 새로운 느낌이 없다는 뜻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음의 높낮이가 없고 밀고 당기는 리듬이 없다는 이야기죠.
거꾸로 말해서 그럼 단조롭지 않으려면, 새로운 느낌이 들게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음의 높낮이를 주고, 밀고 당기는 리듬을 넣어야겠죠. 높낮이는 높임 강조와 낮춤 강조로 줄 수 있고, 밀고 당김은 말하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효과를 넣어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빨리 말했다, 천천히 말했다 하는 거예요. 자, 빨리 말한다는 건 말 그대로 빠르게 글자를 읽어 내려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천천히 말한다는 것은 질질 끌어서 말을 하라는 게 아니고요, 단어 하나하나 또박또박 읽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음 문장을 속도를 조절하면서 한번 읽어보세요. 어떤 부분을 빠르게, 어떤 부분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으실 건가요?
(예) 내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4. 멈춤 강조
강조하려는 단어 앞에서 잠깐 쉬는 거예요. 아까 제가 좋아한다는 노래의 그 부분 있죠? 모든 음이 일시 정지하더니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그 부분요. 그걸 스피치로 가져오면 멈춤 강조라고 할 수 있어요.
자, 다음 문장에 멈춤 강조를 넣어보세요.
(예)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성공을 다짐하십시오.
여기서 ‘성공'을 강조하고 싶다고 하신다면 성공 앞에 잠깐 멈춰줍니다. 멈추는 부분을 V라고 표시해 볼게요.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V 성공을 다짐하십시오.”
'시작'을 강조하고 싶다면 그 앞에서 쉬어야겠죠?
“하루를 V 시작할 때마다 성공을 다짐하십시오.”
이 멈춤 강조는 네 가지 강조법 중에 가장 세련된 느낌을 줘요. 그렇지만 너무 자주 멈추면 오히려 듣는 사람에 말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 적절하게 활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리듬을 넣을 땐 발음에 유의하자!
리듬을 잘 넣으면 발음도 잘 된다!
리듬, 강조 스피치를 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말에 리듬을 넣을 때는 반드시 발음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한다는 거예요. 핵심 단어 강조에만 신경 쓰다 보면 나머지 단어들을 그냥 흘려서 읽어버릴 수가 있는데, 이미 발음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은 흘려 읽어도 명료하게 들어와요. 그런데 발음 훈련이 익숙하게 되지 않은 분들은 말이 뭉개지거든요. 그래서 리듬을 넣기 전에 반드시 발음을 명확하게 하는 연습부터 많이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리듬을 잘 넣으면 발음도 잘 됩니다. 핵심 단어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살려 보세요.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말을 하는 거죠. 그러면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가 있더라도 버벅대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왜 신경을 쓰면 더 잘 안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발음 연습을 물론 충실히 해야 하지만 또 너무 음가 하나하나에만 집착하면 핵심을 놓칠 수가 있고 오히려 더 잘 안될 수가 있어요.
제 이름도 굉장히 어렵거든요. 한번 발음해 보시겠어요?
“장윤정”
장 윤 정 음가 하나하나를 스타카토를 넣은 것처럼 다 살리면 어려워요. 그런데 장윤 이걸 흘려버리고 정만 강조해서 살리면 쉽습니다.
"장윤 정"
어때요? 잘 되시죠?
리듬을 잘 넣으려면 발음을 잘해줘야 하는데, 반대로 리듬을 잘 넣으면 발음이 잘 되기도 합니다. 재밌죠?
끝까지 집중력있게 듣게 하려면?
마지막으로 말에 흐름을 넣어주는 방법도 한 번 생각해 봐요.
무슨 말이냐면, 핵심 단어, 핵심 문장을 강조하면서 부분적인 리듬을 살리는 방법도 있지만, 말의 기승전결마다 다른 리듬을 살려 넣어서 생동감이 느껴지게 하는 것이죠. 듣는 사람의 집중력도 끝까지 붙들어 매고요.
어떤 강의는 늦은 시간에 듣거나 피곤한 상태에서 '아.. 들을까 말까..' 하면서 듣게 되는데도, 듣다 보면 피곤함 그런 건 다 잊고 빨려 들어갈 때가 있어요. 강사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질문을 한다던가, 일대일로 대답을 해준다던가 해서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끌고 가기도 하지만 특유의 강의 흐름, 강사의 말투에서 만들어지는 강의의 리듬이 흐트러지려는 집중력을 끝까지 붙들어 매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정말 인상적이었던 강의가 있어서 그 강의를 다시 보면서 한번 분석해 봤어요. 강사의 어떤 말투가 나의 집중력을 끝까지 이끌고 가는 것인지!
시작할 때는 가벼운 느낌이에요. 안부도 간략히 묻고, 날씨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건넵니다. ‘부드럽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자,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텐션이 높아졌습니다. 빠르고 강한 톤 위주로 강의를 이끌고 나가더라고요. 열변을 토하는 느낌도 중간중간 들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배웠던 내용을 잘 정리할 수 있게, 들으면서 같이 막 돌았던 도파민이 좀 잠잠해질 수 있도록, 다시 낮은 톤으로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아예 그냥 “네..” 만 하면서, 충분히 여백을 주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어때요? 글로만 읽으셨지만 그래도 느낌 오시죠? 차이가 느껴질 것 같죠? 마치 음악처럼 기승전결 리듬이 느껴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텐션 높게 열변을 토하는 말하기, 어떨까요? 그렇게 수업하는 강사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듣는 입장이 되어서 계속 그런 열변을 듣고 있으니까 나중에는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 짧게 스피치를 할 때는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5분 이상 넘어가면 지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조곤조곤한 스피치도 있죠. 원래부터 목소리가 작으신 분, 에너지의 총량이 많지 않으신 분도 있으실 거예요. ‘남들처럼 에너제틱하게 진행하는 게 나는 힘들다’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긴 시간 계속 조곤조곤함을 유지한다면 그 역시 끝까지 집중하기에는 당연히 어려울 거예요.
'에너지의 총량이 많지 않다' 하시는 분들도 본인의 음역대라는 게 있습니다. 크고 명확한 소리를 내는 것과 작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것, 본인만의 구간이 있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의 높은 소리를 무조건 따라 하라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음역대 내에서 리듬을 주신다면 그냥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집중력 있게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상대의 머릿속에 콕콕 들어갈 수 있도록 리듬과 강조를 살려서 스피치 꼭 해보세요!
메인 이미지 출처 : fla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