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의 3요소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수사학이라는 게 발달을 했습니다.
수사(修辭), 언사(言辭)의 수식(修飾)이란 뜻이죠. 표면적으로만 해석하면 말과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미적인 기능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 기법을 총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사학>
정확한 전달과 설득을 위한 모든 수단을 고찰하는 기능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에도 수사학이라는 용어가 있었지만 그의 등장 이후에 크게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그 결정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라고 볼 수 있다고 해요.
이건 무슨 말이냐면, 아리스토텔레스 이전 혹은 동시대에 수사학이라는 게 있긴 했지만 그가 만든 수사학은 다른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는 거예요. 소피스트들은 '작은 것을 크게, 사소한 것을 중대하게 꾸며서 말하는' 교묘한 말솜씨를 수사학이라 했답니다. 어떻게 보면 속임수, 위조와 비슷하죠.
<소피스트>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전 4세기까지 그리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철학 사상가이자 교사들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피스트들을
철학적 사유를 담지 않은 공허한 말장난이나
언어의 기술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궤변론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소피스트 사상은 언어학과 문법 발전에 영향을 끼쳤으며, 그들의 교육은 당대 지식인 양성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윤리, 종교, 제도 등의 가치 기준을 상대적인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절대적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이성적으로 고찰할 기회를 제공했다. - 출처 : 소피스트 [Sophis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방법론으로 수사학을 발전시켰습니다. 그가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설득의 방법들을 발견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능력이었다고 하네요.
자,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반을 닦은 수사학, 변론술, 훌륭한 연설은 고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예술로 받아들였고 지위까지 주었다고 하네요. 말이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던 시대였어요.
중세에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수사학에 대한 사랑은 이어졌다고 합니다. 문법·논리학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학과로 손꼽혔대요. 말을 잘하면 어떤 지위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시대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럼 아리스토텔레스가 얼마나 잘 만들어 놓았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설득하는 방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3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이 3가지가 있어야 진심으로 설득을 할 수 있습니다.
1. 로고스
로고스는 논리를 뜻합니다. 논리적으로 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스피치가 힘들어요.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힘들어요.
이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잡담은 힘들지 않잖아요? 준비를 하고 말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스피치는 준비를 하고 말을 해야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다시 말해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가장 설득력 있는 공식은 프렙 PREP을 쓰면 됩니다.
결론 Point - 근거 Reason - 사례 Example - 결론 재강조 Point
말의 개연성이 있도록, 어느 순간 삼천포로 빠지거나 관련 없는 내용으로 갑자기 흘러들어 가 버리지 않도록, 필요한 것들을 간략하고도 빠짐없이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말하기 공식입니다.
결론부터 세워서 논리가 명확해질 수 있도록 하자!
왜 결론부터 말해야 할까요? 상대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듣는 사람은 바쁩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식과 정보는 넘쳐나고 매일매일 뭔가 읽거나 확인해야 하거나 이해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아요. 마음의 여유가 있다기보다는 없을 확률이 크죠. 그래서 내가 말하는 것을 충분히 끝까지 들어줄 여유가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물론, 말하는 사람이 굉장한 이야기꾼이라서 끝까지 들어봐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든지, 반전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든지, 아니면 그냥 가볍게 잡담을 나누거나 할 때는 마음의 여유가 있겠죠. 그러나 목적이 있는 말하기에서는 결론부터 앞에 나오지 않으면, 상대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짬뽕 먹을래? 짜장 먹을래?"라고 물어보면, 하나를 빨리 골라서 결론을 이야기해줘야 하잖아요. 이것도 목적이 있는 질문이고 말하기입니다.
참고로 프렙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글이 신문이에요. 바쁠 때 헤드라인만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다 오잖아요? 지금 일어난 이 사건의 결론을 헤드라인에서 먼저 보여줍니다.
2. 파토스
파토스는 감정을 뜻합니다. 논리만 잘 세운다고 사람이 설득되지 않습니다. 듣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해야죠.
머리만 설득할 게 아니라 가슴도 설득해야!
할 얘기만 다했다고 해서 면접에 붙나요? 면접관에게 호감을 불러일으켜야 합격에 가까워지죠.
어떤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요, 미국의 한 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앞두고 있었어요. 면접관에게 물어봤대요.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 건가요?" 그랬더니 대부분의 면접관이 '직무능력'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채용면접이 끝난 이후 "왜 그 친구를 뽑으셨나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대부분의 면접관이 '표정이 밝아서' 뽑았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웃어야 한다', '직무능력보다 미소다' 이런 게 아니고요, 내가 말하는 내용이 내 표정과 행동과도 일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행일치
성실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성실함을 상대의 눈에 보여주어야 하고, 밝은 성격을 말하고 싶다면 밝은 성격이 겉으로 드러나야 하는 거죠. 자신감을 내세우고 싶다면 당연히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 거예요.
즉, 감정적인 부분이 전달이 되어야 말에 신뢰가 가면서 설득에까지 닿는다는 겁니다.
3. 에토스
나의 존재, 말할 자격, 인격 이런 것들이 다 에토스에 포함이 됩니다. 즉, 그렇게 얘기할 만한 사람인 건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가.
말은 논리적이고 감정도 잘 전달이 되는데, 그 사람이 그 내용을 말할 자격이 안 되면 설득이 안됩니다. 정작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전혀 소통을 못하면서 말로만 "소통이 정말 중요합니다!"라고 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어요?
말을 잘할 생각만 하면 안 됩니다. 그 사람이 좋으면 무슨 말을 해도 좋고, 그 사람의 말이 그 사람과 잘 어울리면 설득력이라는 게 저절로 생기는 거죠.
'그동안 내가 어떻게 보여왔는가.'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에토스입니다.
자, 그런데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진짜 설득됐을까?
특히 CEO 분들, 직장에서 직급이 높으신 분들은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지위나 권력 이런 것들 때문에 아랫사람이 설득된 척만 하고 있을 수도 있거든요. 영혼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고 할까요. 그냥 내가 상사니까 억지로 의견을 따라가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셔야 해요.
더군다나 리더일수록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자, 아래 그림을 한 번 보세요.
혹시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얼굴을 나도 모르게 찡그리게 되시나요? 아니면, 뜬금없이 왜 이런 그림을?? 이런 생각이 드시나요?
이 그림과 관련된 연구가 있습니다. 사회적 힘에 대한 뇌 활동을 살펴봤대요.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눴어요.
첫 번째 그룹에는 자신이 명령하는 사람이 되었던 경험을 종이에 적게 해서 자신에게 힘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갑의 위치에 서 본 경험을 떠올리게 한 거죠.
두 번째 그룹에는 도움을 요청했던 것을 종이에 적게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권력이나 힘이 없는 것처럼, 마치 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마지막 그룹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룹과 대조를 하기 위해 중립적으로 느끼게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위 사진처럼 한 손으로 고무공을 쥐어짜는 행위를 관찰하게 했어요. 동시에 뇌에 공명 활동을 측정했습니다.
공명 활동이 잘 일어날수록 공이 쥐어짜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 손이 마치 내 손인 것처럼 '아우.. 힘드네..'라고 생각한다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서 공의 기분을 느끼는 것처럼 '아우~~' 하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그런 반응을 더 많이 나타냅니다. 즉, 공명 활동이 잘 일어난다는 건 '공감을 잘한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실험 결과가 재밌어요. 어땠을까요?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공명을 적게 했다고 합니다. '아니 이게 왜?'라고 생각하면서 공감을 덜 했어요.
자신이 힘이 있다고 회상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낮은 파워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 비해서 영상을 볼 때 뇌의 동조화 현상이 낮게 일어났다. 즉 자신이 권력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잘 공감하지 못한다는 신경학적인 메커니즘을 실험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연구는 2013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발표되었다. - 출처 : 브레인 미디어 https://www.brainmedia.co.kr/BrainScience/15641
상대는 설득된 것처럼 행동했을 뿐 뒤에서 진짜 마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럼 진짜 설득인지 설득된 것처럼 보이는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그걸 아는 방법은 또 아리스토텔레스가 가르쳐 준, 설득력 있는 말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수사학의 본질, 설득의 3요소입니다.
로고스, 논리적으로 전개했느냐를 살펴보세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다면 당연히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두 번째 파토스. 상대방 입장에 서보는 거예요.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마지막, 에토스. 평소에 상대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었을까?'를 곰곰이 떠올려보시는 거예요. 평소에 했던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지금의 이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으로 다가오거든요.
말의 자격, 자격이라는 말이 좀 부정적으로 느껴지신다면, 그간의 나의 이미지에 대해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메인 이미지 출처 : fla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