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번에는 뉴스 이외의 분야에 대해 말해볼게.
물론 MC, 리포터, DJ 이렇게 한 묶음으로 묶는 것이 굉장히 무리가 있어. MC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교양 프로그램, 예능프로그램 등 성격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고, 생방송이냐 녹화방송이냐 공개방송이냐 처럼 방송의 송출 형태로 나뉘어도 정말 다양하게 볼 수 있지. 그래서 교양 MC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고, 생방송 MC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고 세세하게 들어가면 말할 것이 한도 끝도 없지만, MC, 리포터, DJ 이 모든 것에 통하는 한 가지 원칙이 있어서 그걸 말해주려 해.
그 원칙이라는 건 다름 아닌 현장감을 살리는 거야.
너무 당연해서 어쩌면 시시하게 들릴 수도 있겠어. 하지만 이 현장감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지 스스로를 한 번 돌아봐. 아마 현직 아나운서라 하더라도 자신 있게 대답하기는 어려울걸?
현장감을 살린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현장의 분위기를 잘 파악해서 전달한다는 말일 수도 있고, 현장의 상황을 진행자를 넘어서 PD, 카메라 감독, 기술감독, 작가 등의 입장에서 큰 그림을 보면서 이끌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일 수도 있어. 또 현장에서 진행자보다 참여하는 사람들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도 담겨있지.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서로 약속된 것 이외에 같이 찾아낼 수 있는 부분은 더 없는지 잘 들어보고 잘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지.
원고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말할 수 있다고 해서 좋은 MC가 아니고, 생기발랄하게 말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좋은 리포터가 아니야.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마냥 좋은 DJ도 아니야. 현장감. 이해되지?
물론 오해하지 마. 현장감을 살리는 게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아무 준비 없이 모든 걸 순발력으로 처리하라는 그런 말은 아니야. 프로그램의 의도와 방향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그걸 숙지하고 적절한 멘트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지. 그때 현장 가봐서 재치 있게 말을 만들어내야지 하다가는 어버버 거리다가 프로그램만 어설프게 되어버릴 위험이 있어.
어떤 상황이 있을지 미리 체크를 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상황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 이끌면 좋을지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
현장감이 중요하다는 것은 미리 철저한 준비는 하되, 그것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거지.
배우 이병헌 씨가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대본을 완벽하게 외우기 때문이 아니래. 그 인물의 정서에 공감하고 동화되면 어떤 말을 해도 배우가 하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인물이 하는 것처럼 들린대. 그래서 현장에 가면 대본을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더라. 현장에서 대본을 꼼꼼하게 외우기보다는 그 분위기, 상황에 동화되면서 그 인물의 정서로 이입되는 것에 더 신경을 쓴대.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야. 현장을 잘 파악하고 그 분위기, 상황에 동화되면 어떤 말을 해도 좋은 진행으로 이끌 수 있어. - 여기서 '어떤 말을 해도'에서 또 오해하지는 말고. 준비가 철저히 되어있는 상태에서의 '어떤 말'이야. 이병헌 배우도 대본 숙지 같은 준비를 하지 않고 그저 정서에만 동화되게 만들어 연기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듯이 말이야.
동의가 돼?
그렇다면 아나운서 지원자들은 이 현장감을 잘 살리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한 번 이야기해볼게.
현장을 잘 파악한다는 것은 뭐라고 이야기했지? 그래. PD처럼, 때로는 카메라 감독처럼, 때로는 기술감독처럼, 때로는 작가처럼 그들의 시선으로 상황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보면서 또, 본인이 드러나기보다는 참여자가 더 드러날 수 있도록, 더 의미 있는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어.
그럼 PD와 같은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 기획에 대해서 공부해봐야 하겠지. 카메라 감독의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나의 영상을 보더라도 그 장면에 대해 분석하면서 볼 수 있어야겠지. 작가의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글을 많이 써봐야 한다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 또, 일상 대화를 하더라도 내 이야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앞에 있는 사람의 진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떻게 잘 표출해내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거야.
일상의 모든 순간이 현장으로 만드는 공부. 지금부터 시작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