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날씨를 읽고, 감정을 말한다.

by Hsun

기분이 먼저 변한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이 낯설게 느껴진다.
햇살은 따갑고, 바람은 무겁고, 공기는 어딘가 거칠다.
날씨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마음이 먼저 달라진 걸까.

맑은 날인데도 이유 없이 가라앉고,
비 오는 날이면 어쩐지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날씨는 늘 외부에서 오는 현상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감정의 배경이 되어 있었다.

어릴 적, 우리는 일기를 쓸 때 늘 오늘의 날씨를 적었다.
맑음, 흐림, 비.
그 짧은 단어들 속에 감정이 숨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날씨를 감정의 언어로 기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후서재》는 그 오래된 기록의 연장이다.
나는 오늘의 날씨처럼,
오늘의 감정을 적어 내려가고 싶다.
꼭 매일은 아니더라도,
어느 날의 공기와 그날의 마음을 나란히 담아두고 싶다.

그날의 기온, 흐름, 빛의 색, 공기의 결.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마음은 언제나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감정을 관측하듯 기후를 들여다보고,
기후를 관찰하듯 감정을 되짚는다.
기후라는 외부 세계와 감정이라는 내면세계를
차분히 마주하는 일.

괜히 예민했던 날,
유난히 하늘이 답답했던 날,
이유는 몰라도 마음이 무거웠던 날.
혹시, 그런 날이 당신에게도 있었는지.

그렇다면 아마,
당신만의 기후감정이 지나간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서재에는 거창한 정보도, 뚜렷한 결론도 없다.
다만 계절을 지나며 남은 감정의 흔적들이
문장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이 서재에는 당신의 감정도, 언제든 머물 수 있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면,
이제는 우리 함께 기억할 날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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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