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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하다 May 19. 2021

쿠스쿠스 샐러드

<콩나물하다>시즌2 - 2화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하고 시금치와 나는 지하철을 타고 홍대로 향했다.  

시금치가 며칠 전 다녀온 음식점이 있는데 나를 꼭 데려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도착한 곳은 이집트 음식점이었다.

먼저 애피타이저로 얇게 구워진 피타와 후무스가 나왔다.

피타 위에 후무스를 얹어 한 입 물었더니, 입안 가득 부드러운 고소함이 퍼졌다.

덜 으깨진 병아리 콩과 알싸한 마늘과 상큼한 레몬의 조화가 마음을 포근하게 해 줬다.

그다음에는 쿠스쿠스 샐러드를 먹었는데, 좁쌀처럼 생긴 작고 둥근 쿠스쿠스 위에 케이언 페퍼를 가미한 토마토소스 그리고 그 곁을 채운 싱그러운 샐러드가 하나의 완벽한 접시를 완성시켰다.

이국적인 공간과 그에 꼭 맞는 플레이팅을 눈과 코로 충분히 느낀 다음 샐러드를 한 입 먹었다. 

쿠민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어쩐 일인지 깻잎과 이별했단 이야기를 들은 후로 우리는 연락을 통 하지 않았다.

갑자기 고개를 떨군 채 식사하는 나의 모습에 시금치가 물었다.


“콩나물,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아니! 진짜 엄청나게 맛있어!! 완전 대박!!”


어리둥절한 시금치의 눈빛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입구 근처 구석에 멍하니 기대어 섰다. 애써 미소 짓느라 뻐근해진 볼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끝없이 이어지는 지하터널을 보다 보니, 출입문 창문에 비친 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휴대폰을 들어 쿠민을 찾는다. 문자를 쓰다가 그냥 지웠다.


‘잘 지내?’라는 문자를 한 두 번 보낸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어려운 걸까?

묘한 마음은 하루의 피로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꺼내 왔다. 쪼그려 앉아 맥주를 마시던 나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타닥-타닥’ 


오디오 클립 링크 - 2화 쿠스쿠스 샐러드


* <콩나물하다>는 오디오 클립을 통해 음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디오 클립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글. 고권금, 허선혜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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