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청집 텃밭의 채소 몇 가지가 서울 우리집으로 왔다. 나름 무농약 채소라고, 서울 사람은 농약 채소만 먹고 사는 줄 아는 아버지가 "우리 막내이는 친정서 이런 것도 못 먹어먹네..."라며 몇날 며칠 텃밭만 바라보셨단다. 아빠 원풀이하는 셈치고 맛이라도 보라는 엄마의 전화와 함께 푸릇푸릇 채소가 담긴 택배박스가 도착했다.
크기도 제각각인 고추, 고부라진 오이, 올망졸망 방울토마토, 줄기채 뽑혀온 깻잎들. 생긴 건 그래도 무척 반갑다. 그중에서 특히 고추는, 분명 꽈리고추라 듣고 씨를 사다 심었는데 길러보니 매운 놈, 안 매운놈, 밍밍한 놈 세가지 맛이 다 열리더라는 엄마 말씀. 모양은 꽈리고추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그냥 쭈글쭈글 고부라진 몰골이다.
이 반가운 녀석들을 볶아먹을까, 쫑쫑 다져 전을 부쳐먹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반찬 고추찜무침을 만들었다. 이중엔 청양고추급으로 매운 녀석도 간혹 있으니, 오늘 저녁은 '복불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