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 덕에 여태 내가 아프다

by 바람부는 언덕

어제도 아이는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배가 아파서 급식에 나온 구슬 아이스크림 못 먹어서 너무 서러워. 그리고 생존 수영 끝나고 간식 먹는데 꽃님이가 자기 간식은 나 안주고 내 것만 달라고 해서 너무 속상했어."


벌써 며칠 째다. 며칠 째 아이는 속이 좋질 않고 며칠 째 먹고 싶은 걸 못 먹어서 서럽다. 그 며칠 내내 '아이구 그래쪄' '오구오구 힘들어꾸나' '우리 아가, 너무 속상했겠다' 같은 말들로 아이의 짜증과 서러움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어제는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받아주기 시작하니 끝도 없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찌는 더위와 찜통 같은 습도에 나는 상당히 예민해져 있었다.'응 그랬구나' 하며 들어주던 나는 결국 '뭐 이런 걸로 울기까지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고, 그 말은 짜증과 뒤섞여 가시투성이가 되어 밖으로 나왔다.


"너 요새 반에서 친구가 없잖아. 그런데도 꽃님이하고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거야?"


반 아이들 몇몇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는 한 달 가까이 쉬는 시간에 놀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다. 나는 세상에는 100%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100%가 아닐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가까워지려면 못 마땅한 점도 좀 참고 넘어가 줘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고작 간식 하나 때문에 친구에게 서운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야 본인이 원하는 단짝 친구가 생길 수나 있을까.


기대하던 위로와 격려를 얻지 못한 아이는 이 찜통 더위에도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러더니 시간이 되자 시무룩한 목소리로 학원을 다녀오겠다고 하고 나갔다. 내 속은 바깥 여름보다도 더 따가웠다.


그날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말했다.


"못 먹어서 서럽고 그래서 울 정도라면 그냥 먹어. 네가 네 몸 생각해서 안 먹는 거면, 나는 오늘 아이스크림을 안 먹었으니까 더 건강해지겠지 생각하면서 뿌듯해 하든가. 그게 아니면 그냥 먹고 아파. 울지 말고. 급식 때문에 우는 건 그만해."


그 말로 아이와 설전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말한다.


"아까 엄마가 나한테 친구 없다고 말해서 서운했어."


띵-


아이는 상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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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반 아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엄마 입으로 '친구가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말과 글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비수 같은 말로 아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너무 짜증이 났다.


내가 한 짓에 짜증이 났고 그 사실에 짜증이 난 나에게 또 짜증이 났다. 훌훌 털어버리려고 노력을 했는데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와 본 남편과 아이에게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아침이 되어서도 나는 내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짜증이 난 상태다. 어쩌면 이 집에서 없애야 할 것은 다름아닌 내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못난 말을 하는 나. 아이를 위로하지 못하는 나. 아무 소용 없는 잔소리를 늘어 놓느라 저녁 식사 시간을 망치는 나.


사라지고 싶다. 없어지고 싶다. 남편이랑 아이랑 잘 살라고 놔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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