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생은 결국 만두의 맛이 아닐까, 하고 지금 봉구는 생각하고 있다. 뽀얀 만두피를 두르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있지만 그 안에는 두부와 김치, 고기와 숙주, 파와 갖가지 양념까지.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그런데 먹어보면 맛은 그야말로 ‘만두 맛’이다. 인생도 겉에서 보면 각자의 얼굴을 표지로 삼은 한 권의 책 같아 보인다. 책을 열어 읽어보면 그 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사람을 만나보면, 그 사람의 삶은 결국 그 사람이었다고 말하게 되는 것. 만두와 삶은 참 닮았다.
일의 시작은 현경의 소개팅이었다. 어느 금요일 저녁, 그러니까 봉구가 며칠 째 밥을 하기 귀찮아하던 ‘밥태기’가 끝이 날 무렵 현경은 소개팅을 했다.
“우리 식당 단골손님인데, 약사야. 옆 동네에서 약국 하는.”
학규가 그렇게 말했었다.
“내 얘기 다 했어?”
“응. 다 했어. 내 보육원 동생이라고. 자긴 상관없대. 혹시 몰라 부모님이랑도 잘 상의해보라고 했더니 부모님도 딱히 신경 안 쓰신대. 두 분 다 미국 형님 댁에 계시다고 하더라.”
“좋아. 일단 만나보지 뭐.”
현경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학규의 제안을 수락했다. 대신 지연이 그 소개팅을 지켜보기로 했다. 옆자리에서,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봉구와 서린이도 당연히 동행한다.
장소는 학규의 레스토랑이었다. 학규가 현경에게 불편하지 않겠냐고 몇 차례나 물었지만 현경은 상관없다고 했다. 오히려 학규에게도 상대 남자가 괜찮은지 잘 살펴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난 아무래도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하긴. 맞는 말이라고 봉구는 생각했다. 여태 만난 남자는 세 네 명 되는 것 같은데 어째 하나 같이 들리는 얘기가 다 별로였다. 어떤 놈은 돈을 떼먹고 도망을 갔다고 했고, 어떤 놈은 결혼 얘기가 나오자 현경이 부모가 없어서 안 된다며 내뺐다고 했다. 또 어떤 놈은 엄마가 대신 와서 헤어지라며 돈을 건네기도 했단다. (현경은 그 돈으로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을 샀다.)
그래서 지금 봉구와 지연, 서린이는 학규의 레스토랑에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삼촌, 저는 오븐 스파게티 먹고 싶어요.”
“쉿!”
서린이의 말에 지연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다.
“오늘은 삼촌 아니야. 삼촌 모른 척 해야 돼. 엄마가 말했지? 우린 지금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중이라고.”
“맞다! 알았어, 엄마. 그럼.. 사장님 여기 오븐 스파게티 하나요.”
서린이의 귀여운 주문에 학규의 입이 귀에 걸렸다.
“네. 공주님은 오븐 스파게티 하나. 사모님과 거기 돌쇠는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여기서 돌쇠는 당연히 봉구다. 봉구는 딱히 기분나빠하는 기색 없이 주문을 했다. 집에서는 잘 못 먹는 봉골레 파스타(조개 해감은 정말 어렵다). 지연은 버섯 리조또와 다 함께 먹을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잠시 후 한 남자가 가게로 들어왔다. 짙은 회색 트렌치코트를 입었는데 그 안에는 까만 슬랙스와 연한 하늘빛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왼쪽 손목에는 애플워치가, 얼굴에는 까만 뿔태 안경이 돋보였다.
“쓰읍...”
그를 본 지연이 숨을 들이켰다. 지금 지연의 자리에서는 남자의 얼굴이 거의 정면으로 보인다. 지연은 매우 날카롭고 깐깐한 눈길로 남자를 살펴보고 있다.
잠시 후 현경이 들어왔다. 얼마 전 지연과 함께 고른 아이보리 블라우스와 와인 색 스커트를 입었다. 현경이 오자 학규가 나와 두 사람을 인사시켰다.
“이쪽이 내가 얘기한 김주빈 씨. 여기는 제 동생이나 다름없는 주현경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학규는 두 사람이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주빈 이라고 합니다.”
“네. 주현경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쓰읍...”
남자의 말에 지연이 다시 숨을 들이켰다. 봉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서린이에게 식전 샐러드를 작게 잘라 먹여주고 있었다. 잠시 후 음식이 차례로 나왔고 지연은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명 귀는 옆 테이블을 향해 안테나를 길게 드리우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참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혹시 자녀 계획은 있으세요?”
“네. 저는 힘닿는 데까지 낳아서 키우고 싶어요. 제가 또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들도 저를 좋아하거든요. 주빈 씨도 아이들 좋아하시나요?”
“네. 약국 하다 보면 꼬마 손님들이 자주 오는데, 보통 아플 때 오니까 늘 마음이 쓰여요. 어른들이야 가볍게 넘길 코감기도 아이들은 많이 힘들어하거든요.”
“맞아요. 코 막히면 숨소리부터 달라지고 말할 때도 많이 힘들어해요. 코가 막히니까 입으로 숨을 쉬는데 그러다보면 입이 말라서 목도 아프고...”
“역시 잘 아시네요. 요즘은 엄마들이라고 해서 그런 걸 다 아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보면 엄마보다 선생님 하고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요. 하루에 7~8시간을 함께 있으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오갔다. 대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자 신경을 곤두세웠던 지연도 조금씩 편해지는 것 같았다. 봉구는 지연이 먹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보고는, 지연도 긴장을 풀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말씀 들었습니다. 현경 씨의 여러 사정에 대해서.”
주빈이라는 남자가 그 말을 꺼내자 일순간 식당이 조용해진 것 같은 느낌을 봉구는 받았다. 실제로 지연은 스테이크 저작 활동을 잠시 멈추고 그저 어금니로 지그시 누르기만 했다. 너, 말 잘못하면 이 스테이크처럼 될 줄 알아라. 뭐 그런 사인이었을까.
“네. 그래서 제가 여러 번 차였어요. 그래서 이제는 아예 처음부터 허락 받고 교제 시작하려고요.”
“허락이요?”
“네. 아예 결혼 허락 받고 시작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다들 괜찮다고 하세요. 만난 지 얼마 안됐으니까, 설마 결혼까지는 하지 않겠지,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전 결혼을 하고 싶어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꾸려서 아이도 낳고 싶고요. 결혼 없는 연애는 관심이 없습니다.”
현경은 똑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자 상대 남자도 곰곰이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그를 슬쩍 넘겨다보는 지연의 눈초리가 날카롭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한 달 정도 저랑 만나보시고, 저희 두 사람 마음이 같다면, 같이 미국 가서 허락 받아요. 결혼 허락.”
“한 달이요?”
“네. 한 달 정도는 투자해볼 만 하지 않나요? 그 사이에 제가 싫어질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현경 씨가 제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요. 물론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남자의 마지막 말에 지연의 눈이 풀어졌다. 지연은 싱긋 웃으며 다시 스테이크를 씩씩하게 씹기 시작했다.
“한 달 만나보고 우리가 더 만나볼 것 같다면, 그리고 그 만남이 향후 결혼을 향해 나아갈 것 같다면, 같이 부모님 뵙고 와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 결정에 반대하는 일이 없긴 합니다만, 현경 씨가 불안하다면 같이 가서 뵙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개팅이 끝나고 남자가 먼저 자리를 떴다. 현경이 학규와 할 얘기가 있다며 더 있다가 가겠다고 하자, 눈치껏 자리를 비워준 것이다. 그러자 학규는 얼른 문을 닫았고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연은 남자의 아이디어에 적극 동의했다.
“동거하자는 것도 아닌데,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영화나 음식 취향도 좀 알아보고, 같이 술도 마셔 봐요.”
“술? 무슨 술을 마셔요?”
술 얘기가 나오자 학규가 펄쩍 뛰며 현경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술은 안 돼. 아니다. 술 마실 때 오빠 불러. 너 남자는 다 조심해야 돼. 또 홀딱 넘어가지 말라고. 술 마실 때 오빠한테 미리 전화해. 그 근처에 가 있을 테니까.”
“내가 애야? 연애 좀 한다는데 뭐 그렇게 오바를 해.”
“얘가 남자를 모르네. 나이만 먹었어, 아주!”
“나이만 먹은 건 오빠지! 어떻게 나 같은 여자가 옆방에서 자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어? 그게 말이 돼?”
어? 뭐라고? 현경이 왜 학규 옆방에서 자? 지연과 봉구의 얼굴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 지난 번 김장 갔다 오던 날이요. 이모님이 맛있는 걸 잔뜩 싸주셔서 학규 오빠네서 한 잔 했거든요. 그 곰국 국물에 묵은지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서 소주 한 잔 똬! 진짜 맛있었는데.”
“그러다가...?”
지연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현경을 재촉했다.
“그러다가 그냥 뻗었죠, 뭐. 일어나보니까 제가 학규 오빠 침대에 대자로 누워있더라고요. 오빠는 옷 방에서 쪼그려 자고 있고. 이 오빠가 그런 남자예요. 아~주 믿을만해!”
소개팅이 끝나고 문을 닫은 학규의 레스토랑에서 그런 대화들이 한참을 오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연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봉구에게 물었다.
“어쩐지 현경 씨가 좀 아쉬워하는 것 같지 않아?”
“응? 뭘?”
사실 그때 봉구는 이모님이 주신 얼른 집에 가서 사골국물에 김치찌개를 끓여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득 차 있었다.
“둘이 같이 술 마셨다던 그 날, 아무 일이 없었다는 사실에 현경 씨가 서운해 하는 것 같다고.”
“학규는 곰이야.”
“뭐?”
“학규 학교 다닐 때부터 인기 많았어. 잘 생기고, 성격 좋고 운동도 잘했거든.”
“그런데?”
“연애를 안 해. 못하는 건가.”
“진짜? 그건 좀 신기하다.”
아무튼, 그렇게 현경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고 맛집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현경은 자신과 취향이 너무 잘 맞는다며 좋아했다.
- (카톡) 혹시 학규 오빠가 내 정보 다 알려준 거 아냐?
- (카톡)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줄 아냐.
일주일 쯤 지났을 때 두 사람은 손을 잡았고 삼 주 쯤 지났을 때는 키스를 했다. 현경은 이 모든 소식을 단톡방에 알렸다.
- (카톡) 주현경. 니 연애 사생활 듣고 싶지 않다고!
- (카톡) 남자 생기면 다 알려달라며!!!
카톡방에서도 학규와 현경은 투닥거리며 다투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는 봉구는 왠지 마음이 살짝, 아주 살짝 불안했다. 그래서 결국 학규를 찾아갔다.
“진짜 이대로 있을 거야?”
“뭘”
“현경이.”
“너 미쳤어?”
요새 학규는 현경이 얘기만 나오면 예민해진다.
“미친 건 너야, 이 새끼야.”
봉구가 험한 말을 하자, 학규의 눈이 커졌다.
“현경이도 너 좋아하는 거잖아. 너 질투하게 하려고 맨날 사진 보내고 사사건건 보고하는 거 잖아. 니들 카톡 때문에 요새 내 주방이 너무 시끄러워.”
“뭐래. 현경이가 나를 왜 좋아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봉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평소라면 학규가 대차게 받아쳤겠지만 이번만큼은 학규도 할 말이 없었다. 하긴, 그걸 봉구가 어떻게 알겠는가.
결국 봉구는 학규에게서 아무런 말도 못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봉구는 또 다시 사골국물에 김치찌개를 끓였다. 벌써 사흘째였다. 봉구의 비슷하지만 미세하게 다른 표정을 본 지연이 뭔가 일이 있다는 걸 눈치 챘다.
“우리 만두 해먹을까?”
“만두?”
“응. 요새 자꾸 만두가 먹고 싶네. 이모 김치로 만두 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지연의 한 마디에 봉구의 머릿속이 바빠졌다. 학규의 연애 결혼 따위, 지연이 만두 먹고 싶은 일보다 한참 못 미친다. 그 모습을 본 지연이 곧바로 일을 키웠다. 단톡방에 공지를 올린 것이다.
- (카톡) 이번 주 금요일 저녁 만두 빚으실 분?
- (카톡) 저요!!!
- (카톡) 현경 씨 데이트 없어요?
- (카톡) 없어요!
- (카톡) 나도 일 끝나고 바로 갈게요.
소개팅 이후 현경과 학규가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처음이다. 봉구는 그 자리가 너무 어색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자 지연이 다가와 봉구를 안아주었다.
“그럴 때 일수록 자꾸 만나서 얼굴 봐야지. 평생 안 볼 거 아니잖아. 가족 같은 사인데.”
그리하여 지금 다 같이 둘러 앉아 만두를 빚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봉구는 아침부터 커피 마실 틈도 없이 바빴다. 어제 저녁에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하룻밤 숙성을 시켰다. 아침에는 김치를 잘게 썰어 물기를 짰고 오후에는 숙주를 삶아 물기를 짜고, 두부도 물기를 짜고, 파를 다지고 돼지고기 밑간을 했다. 그리고 현경이 도착하자 부지런히 반죽을 밀어 만두피를 만들었다.
“만두피도 만드는 거야?”
현경이 놀라며 물었다.
“응.”
“봉구 씨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요.”
봉구의 단답형에 지연이 부연설명을 했다. 지연과 현경, 그리고 봉구와 서린이까지 모두 둘러 앉아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다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모양이 일정해지면서 그럴듯한 만두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학규가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왔다. 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기계가 하나 있었다.
“그게 뭐예요?”
“제면기요. 이걸로 하면 만두피 금방 해요.”
학규가 제면기를 설치하고 몇 번 반죽을 밀자 매끈한 만두피 반죽이 완성됐다. 이어 어디서 가져왔는지 스테인리스 밥그릇으로 쿡쿡 찍으니 동그랗게 보기 좋은 만두피가 만들어졌다.
“와, 진짜 파는 것 같애.”
만두의 모양도 훨씬 좋아졌다. 그렇게 다 같이 둘러 앉아 만두를 빚으니 명절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 막 잠든 서린이 빼고는 다 알고 있다. 이 네 사람 안에 뭔가 불편한 감정이 섞여 있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는 만두만 빚고 있다는 것을.
결국 말문을 연 건 학규였다.
“저기...”
“됐어.”
학규의 말이 채 시작도 되기 전에 현경이 말을 막았다.
“내가 할게. 치사해서 내가 한다. 나 오빠 좋아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했어. 잊으려고 다른 남자 많이 만나봤는데, 안 되더라. 오빠 결혼 관심 없다는 말 듣고 주빈 씨도 만나봤는데 안되겠어. 좀 아까 헤어지고 오는 길이야. 언니, 이거 이 집안 내력인가봐요. 여자가 먼저 좋다고 말하는 거.”
현경은 피 한 방울도 안 섞인 이 네 명의 어른들을 순식간에 한 집안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게 현경이라고 봉구는 생각했다. 그러다 학규를 보고 말했다.
“넌 모지리야, 이 새끼야.”
봉구의 이 말은, 지연이 평생 단 한 번만 들을 수 있었던 험한 말이었다. 지연은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은 채 애써 만두를 빚었다. 그 틈에 학규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결혼하자! 주현경! 나랑 결혼해 줘!”
갑자기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 열며 프로포즈를 해버린 것이다.
대체 학규라는 만두 안에는 뭐가 들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현경이라는 만두에는 또 뭐가 들어 있는 것일까. 다들 멀쩡하게 생겨서 왜 이러는 건지 봉구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밀가루 범벅이 된 주방에서 다들 허연 가루를 묻힌 채 뚱뚱한 만두를 빚고 있었는데. 무슨 뮤지컬 영화도 아니고 여기서 음악이라도 틀어줘야 하나.
어쩌면 이 집, 봉구의 집이 이 순간 커다란 만두가 된 것 같았다. 지연과 봉구, 서린이라는 서로 다른 인간이 함께 사는 이 집. 그 안에 들어온 현경과 학규가 또 하나의 만두 같은 집을 만들어 낼 생각인가보다. 인생은 정말이지 속이 꽉 찬 만두 같다고 봉구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