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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o Aug 22. 2024

그래도 한국 간호사가 되겠습니다

맺음말

지난 학기 기말과제 주제는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내릴 것인가'였다.

4개월 동안 이 결론을 내리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 내린 결론은

'달리는 호랑이를 멈추게 하겠다'였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내리다가는 낙상의 위험도 있고, 그렇다고 계속 달리자니 무책임한 거 같았다. 마치 답이 없이 끔찍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트라이앵글'처럼 결론을 내리기 싫었다. 이 과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답이었는데 비단 기후위기에만 극한 될 수 있는 답이 아니다. '취업 위기'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청년들에게 해외 대학 연수 기회를 제공한 '경기청년사다리' 프로그램에 대한 나의 평가는 10점 만점 중에 3점이다. 득보다는 오히려 잃은 것이 많았다. 건강, 적금 등 오히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았기에 이번 연수는 내게 있어 단테의 신곡처럼 지옥을 잠시나마 경험하고 온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지옥에 가보지는 않았으나 네가 생각했던 이상 속에서 적나라한 현실을 목격하는 순간 이미 그곳은 지옥이었다. 그렇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기회이자 천국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이미 미국은 가고 싶지 않은 또는 겪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만약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유 있는 상태에서 갔다면 그 의미는 또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리게 된 결론이 '달리는 호랑이를 멈추게 하겠다'였다. 이 의미는 곧 멈춰서 다시 한번 네가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봄으로써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먼저는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뜻이다. 네 나라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나서도 후회가 없다면 그다음 플랜을 생각해 보겠다. 아직 난 한국에서 최선을 다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섣부른 결론은 내릴 수 없다. 일단 한국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도 나의 단짝은 코리안 드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앞이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로 끝이 아님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닌다는 개념은 버렸으면 한다.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그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도 충분히 자기 역량을 쌓을 수 있다. 취업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도피처의 하나로 '해외취업'을 생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설령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두고 봐야 하며 자신의 역량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동기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부모님이 미국에서 개업할 수 있도록 학비 등 지원해 준다고 하셨단다. 하지만 자신 없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난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부모님 또한 스폰서라고 말하던 법륜스님의 말이 떠올랐다. 이 길 위에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을 뿐, 다만 그 책임으로 인해 마음 편히 발 벗고 지내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차라리 '나'라면 '가지 않겠다'의 한 표다. 20대였다면 뭣도 모르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조금은 세상 물정을 알아버린 난 '세상에는 절대 공짜가 없다'는 것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가지 않겠다'의 한 표를 보내게 되었다.

2박 3일 동안 머물게 된 뉴욕 호텔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졌다


현지 간호사가 'NP 취업 시장 또한 그린라이트'라고 말했던 것처럼 미국은 기회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네가 감수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열매는 분명 달 것이다. 아직 그 열매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미국에서의 한 달 살기'였다. 


#미국 #한 달 살기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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