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미웠고 지금은 맞는 말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 더는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다. 어릴 적에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밥 먹고 바로 눕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소가 된다고, 공부해야 한다 등 잔소리를 수시로 듣곤 하였는데, 이제는 그런 흔한 잔소리마저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피드백이 일상이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니 나를 지적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그 공백 속에서, 어릴 적 들었던 잔소리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 주는 조언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잔소리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잔소리는 내가 미워하게 된 사람으로부터 듣게 된 말이었다. 내게는 무심한 듯 보였으나 무심하지 않았던 조언은 ‘아니다’였다. 그들은 나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있었다. 그들의 단호함 덕분에 결국, 난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고,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20대 시절을 지나오면서 느꼈던 것은 ‘나’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에서야 나를 조금은 돌아볼 수 있게 한 것은 쓰디쓴 ‘말’이었다. 약은 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납득할 수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말들은 나에 대해 깊이 있게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해 줄 수 없는 말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 20대 초반에 동생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고 싶다가도 이내 입을 다물어버리곤 한다. ‘다 언니가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하는 순간, 꼰대 소리를 들을까 하는 염려와 더불어 네 말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명쾌한 말을 해줄 수 없어 벙어리처럼 있을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내 말이 과연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도 동생들로부터 나에게 조언을 듣고 싶다고 제의를 받았었는데, 이러한 이유들 때문인지 흔쾌히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로부터 받게 된 피드백과 잔소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어렵게 나온 말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직장을 떠나 다시 대학생으로 살게 된 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의 상사로부터 듣게 된 피드백도 이제는 떨어져 지내게 된 가족들과의 잔소리도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다. 제일 무서운 것은 나에 대한 피드백이 없어졌을 때다. 그때는 내가 사장님이 되어 있거나 높은 자리에 있을 때일 것 같은데 그때가 되면 잔소리, 쓴소리보다는 내게는 실질적으로 유익하지는 않지만 달콤하게 들려오는 말들에 현혹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하였다. 2025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번 한 해를 돌아볼 적에 지금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 그때는 미웠고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나를 위한 말‘이었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된 이유는 뭘까.
어쩌면 이것이 철이 든다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흘러야만 자연스레 알게 되는 삶의 이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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