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양심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받아 든 영수증에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물티슈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원래 이런 건가?’ 싶은 의문과 함께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난생처음 방문한 베트남에서의 첫인상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사람들 사이에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존재한다. 그것은 양심이라 불리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만난 그들의 모습에서는 그 최소한의 양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이 왜 이렇게 강퍅해졌을까? 길거리 곳곳에서 마주친 베트남의 현실은 친절함보다는 무례함, 그리고 비양심적인 모습들로 가득했다. 관광객을 단순히 돈으로만 바라보는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났고, 이는 나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베트남은 무질서했다. 신호등이 무색할 정도로 오토바이들은 아슬아슬하게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 광경은 몇 번이고 나를 숨 막히게 만들었고, 공황을 일으킬 정도였다. 숨이 턱 막히고, 몇 번이나 죽었다 살아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내가 알던 베트남은 단순히 주변 사람들의 관광 이야기와 휴양지에 대한 정보가 전부였다.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친절한 이도 있었지만, 무례한 이들도 많았다. 사람 사는 곳은 결국 비슷하다고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느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장 큰 배신감은 한 로컬 음식점에서 시작되었다. 분명 추가 주문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영수증에는 예상치 못한 항목들이 적혀 있었다. 억울한 마음에 항의하려 했지만, 그들의 태도는 나를 더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방인인 나를 상대로 구매를 강요하며, 처음부터 명확히 안내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이용해 돈을 더 받으려는 모습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로 다가왔다.
더 큰 문제는 함께 간 친구와의 대화였다. ‘이미 먹었으니 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결국 나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 느껴졌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배운 이후, 나는 논쟁을 멈추고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친구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그 화는 친구가 아닌, 로컬 음식점 직원과 그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영어가 서툰 직원에게 몇 번이고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려 했지만, 결국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언어의 장벽 때문이 아니라, ‘관광객은 바가지를 씌워도 좋다’는 그들의 고정관념과 태도 때문에 일방적인 대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나는 과연 얼마나 양심적인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장사를 하며 누군가와 거래를 해본 적은 없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양심적이었을까? 한편으론 그들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거리 곳곳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그들의 삶이 보였다. 세 명이 한 오토바이에 타고, 안전벨트 없이 아기를 안은 채 아슬아슬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결국, 친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속는 셈 치자.’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적어도 그들이 양심까지 속이며 우리를 이용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여행은 단순히 즐거움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사람과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번 베트남 여행은 나에게 그런 기회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