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찾지 말아요!
광화문 앞에 다다랐을 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보였다. 트리 앞에서 사람들은 너나 할 거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반짝이는 트리를 배경으로 열린 플리마켓에는 직접 만든 키링과 수제 비누 같은 정성 가득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저녁 시간에 다다를수록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이윽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펄펄 내리는 눈송이는 지난 고생과 걱정들이 바람에 흩날리듯 멀어져 갔다.
크리스마스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선물’이다. 어릴 적, 산타에게 받을 선물을 생각하며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산타가 정말 존재한다고 믿었다. 크리스마스가 될 때면 산타에게 기도를 하며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소망했다.
어느덧 11살이 되던 해, 일부러 흐린 눈을 하며 잠든 척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산타를 발견하게 된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하지만 산타보다 내게 사실 더 중요했던 건 산타가 내게 건네준 선물 속 마음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산타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인형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값비싼 전자기기를 받았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 산타는 늘 나를 설레게 했다. 그 설렘은 단지 선물이 아닌 믿음과 순수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는 세상의 때가 묻어 그런 순수함을 더는 간직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오래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빛바랜 추억을 가끔씩 떠올리게 한다. 그 안에는 나의 부족했던 모습, 그리고 나를 기억하며 응원해 준 이들이 있다. 그들의 말을 통해 내가 과거에 노력했던 기억들이 떠올리며 그러한 노력들을 알아줄 때마다, 마치 선물을 받은 듯한 고마움이 밀려왔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내게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위로가 되었다. 나도 그들에게 산타가 되고 싶어 뜨개질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작은 선물이었지만 기쁘게 받아주는 지인들의 모습에, 주는 기쁨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산타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내겐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그러한 선물은 꼭 크리스마스 때가 아닌 물질적인 것이 아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한 시절이 있었다. 중학생 때 들어가게 된 관현악반 선생님은 나의 부족한 연주 실력에 대해 핀잔을 주지 않고 시간을 내어 차근차근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고,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늘 어둡기만 하고 힘들 거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유년기 시절에 있어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을 선물해 준 또 하나의 산타였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는 정말 많은 산타들이 있다. 그들은 곧 나의 부모님, 가족, 친구, 이웃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닌 나도 그들에게 있어 든든하고 믿음직한 산타가 되고 싶다. 나의 산타들이 건네준 관심과 사랑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산타가 되고 싶다. 마음을 나누고 관심을 갖고 다가가는 것이야말로 가 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날이었다.
크리스마스는 설렘과 동시에 기다림의 순간이다.
광화문 앞에서 반짝이는 트리와 미소 짓는 사람들의 얼굴은 산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처럼 빛이 났다. 그러한 순수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