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책을 많이 사가나
작은 책방이라 베스트셀러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때도 있지만, 일정 책들이 자주 판매가 되면 주목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요즘 트렌드가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열풍이었던 독일의 철학가 쇼펜하우어에 관련된 책들의 높은 판매고를 보며
'인생은 아름다워~, 힘내!!!'라는 말보다는 '그래, 세상은 고통이야, 괴로워'가 오히려 위안이 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삶의 소소함에 집중하자는 것도 돈, 명예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변화하는 mz 세대 가치관과도 연결되는 듯하다(하지만 그런 쇼펜하우어도 남에게 손 벌리 않을 정도의 재산과 여가시간을 누릴 뛰어난 정신력은 필요하다고 함). 헤르만 헤세의 책들도 비슷한 이유에서 작년부터 관련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대표적인 책으로 <삶을 견디는 기쁨>이 있다.
또한, 처음 챗 gpt 가 막 나온 시점엔 AI와 Chat gpt에 관한 책을 찾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래서 AI에 대해선 알파고 외엔 구체적 지식도 없고 챗gpt에 대해서도 무지했던 나인데, 관련 프로그램이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대중화되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문학적인 면에선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추천 도서가 반짝 잘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스테디셀러가 된 경우는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인 케이스가 있다. 글 자체가 좋고 저자가 예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인지 예술과 결합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지금까지 인기를 이끌어오고 있다.
또한, 양귀자의 <모순> 같은 경우는 2013년에 발간된 책이지만 역주행을 통해 베스트셀러였던 책이 다시 자주 판매되는 것을 보며 손님께 어디에서 언급되었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어디에 특별히 언급되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다시금 인기가 많아진 것이 아닌가 예측을 해본다. 결국 책의 인기 양상을 보면 출판사의 홍보와 마케팅 전략 + 찐 독자의 입소문이 컬래버레이션을 이뤄야 한다. 아무리 처음에 홍보를 쏟아부어도 독자들의 평이 안 좋으면, 처음에만 불타고 나중엔 금방 사그라든다.
현재엔 에세이는 현재 김훈의 신간 < 허송세월>로 중장년층에게 판매가 잘 되고 있고, 추리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연이어 출판되고 있는 걸로 보아 그의 인기를 짐작해 본다. 시 분야는 나태주 시인이나 류시화 시인 같은 경우는 찾는 독자들이 꾸준한 편이다.
경제 서적, 자기 계발서 분야 같은 경우는 특히 시대 관심사를 많이 탄다. 그래서 그만큼 유행을 많이 타는 분야이지만, 또 스테디셀러는 아직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것을 보며 이 책들은 그래도 읽어야겠구나란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레이 달리오의 <원칙>,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같은 책들이 그렇다.
작년엔 <세이노의 가르침>과 <도둑맞은 집중력>도 탑 베스트셀러였다. <세이노의 가르침> 같은 경우는 이미 pdf로 출판물이 너무 돌아다녀 저자가 판매 수익이 목적이라기 보단, 원작자임을 공고히 하려고 제대로 출간한 책으로 보였다. 가격이 워낙 착하고 이미 자주성가로 유명하다고 하는 세이노의 이야기라고 하니 정말 많이 판매되었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같은 경우는 심리서적으로 집중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테크의 발달과 기업의 이득과 사회적으로 조성된 환경 등에 대해 다룬다. 베스트셀러였던 것을 보면 그의 주장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책 중 하나는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과 리처드 모란의 <결정하는 습관> 이 잘 나가고 있다.
여행 서적으로는 값싼 엔화로 불어온 일본 여행의 붐을 알려주듯 일본 여행 관련 책들도 많이 찾았다. 과학서적으론 여전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찾는 손님들을 간혹 만난다.
판매 서적들은 책방마다 다를 것이라 온라인 서점엔 인기가 있는데 여기선 아니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스테디셀러로 책의 내용과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시시각각 베스트셀러를 통해 최근 트렌드를 가늠해 본다. 하지만, 의외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손님이 찾게 되어 알게 되는 책들도 있다. 비록 재고엔 없어서 손님께선 그냥 돌아가시기도 하지만, 그런 책들은 꼭 한번 검색하며 어떤 책인지 알려고 한다. 모두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인기가 당장 많지 않아도 깊이 있는 책들을 새롭게 알게 되면 기쁜 마음이 든다.
참고로 요즘 반응이 괜찮은 신간 2권은 최재훈의 <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와 가마타 미노루의 <적당히 잊어버려도 좋은 나이입니다>이다. 이걸 보다 생각한다. 우리 다들 힘들구나란 생각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