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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수 May 23. 2020

당장 행복해지는 생활 속의 작은 팁

선택할 수 있어야 행복하다


며칠 전 카페에서 메뉴가 고민되었다. 라테와 블루베리 스무디 중에 뭘 먹을까. 잠시 생각하다 두 가지를 다 주문했다. 망설여질 때, 한 번쯤은 두 가지를 다 주문한다. 먹다 보면 양이 많아 약간의 후회가 들지만, 꽤 만족도가 높다. ⠀

강아지 모나와 산책할 때, 강아지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게 하고 일부러 질질 끌고 가지 않는다. 주도권 있는 산책에서 돌아오면 모나는 기뻐서 집안 곳곳을 뛰어다닌다. 더럽지만 가끔은 귀가하자마자 바로 발을 씻기지 않고 뛰게 놔둔다. 강아지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

삶이 불행한 건 내게 선택권이 없다는 자멸감 때문이다. 이 시집살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무거운 육아에서, 이 암울한 취업난에서, 이 병에서, 이 관계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선택권이 완벽히 사라질 때, 벗어날 통로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절망한다.


생활 속의 작은 사치가 중요한 건 이런 이유다. 치마와 바지가 둘 다 이쁘네 할 때, 탕수육과 라조기가 다 먹고 싶은데 할 때, 이 립스틱도 이쁘고 저 립스틱도 이쁘다, 할 때, 두 개 다 사버리는 것이다. 두 가지 다 주문해서 남은 건 싸오면 된다.

강아지가 주도적 산책을 한 지 7년. 모나는 이제 내 뜻에 따라 방향을 바꾼다. 자기가 원하면 엄마가 따라주는 것을 아니까. 선택권이 있다는 아니까 내 뜻에 따라준다. ⠀


내가 골랐지, 이 두 가지. 엉뚱한 선택을. 블루베리와 라테를 번갈아 먹으며 혼자 피식 웃던 날, 행복의 작은 팁을 발견했다.

덧.

결국 라테는 많아서 담아서 나왔지요.

다음날(헉) 맛있게 마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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