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은 끝은 어디인가?

by Henry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그 흐름의 느낌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과 얼마 남지 않은 사람 사이에, 시간에 대한 인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시간이 무한히 펼쳐져 있다고 느낄 때, 인간은 지식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다.


20대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산다. 남은 시간이 많기에 ‘나이 듦’은 관심 밖이다. 30대는 직업, 결혼, 주거, 인간관계 등 삶의 큰 결정을 내리는 시기다. 그 결과는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30대 후반, 세월의 흐름과 나이 듦을 서서히 실감하게 된다.


40대는 가정과 일터에서 가장 많은 책임을 짊어진다. 겉으론 단단하지만, 내면에는 소용돌이가 이는 시기다. 50대는 인생의 ‘오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출세와 승진의 한계를 체감하고, 내면을 탐색하며 “나는 잘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마음이 심란해진다.


60대는 퇴직, 자녀의 독립, 부모와의 이별 등으로 삶의 구조가 크게 바뀌는 전환점이다. 사회적 역할은 줄어들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70대는 신체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시기다. 더 이상 무엇을 이루기보다,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


80대는 과거와 현재, 존재와 소멸 사이를 잇는 조용한 다리를 놓는 시간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에 이른다. 죽음은 이제 두려움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시간이라도, 나이에 따라 그 무게는 다르다. 남은 시간이 많을 땐 나이 듦을 의식하지 않지만, 시간이 줄어들수록 마음은 급해진다. 시간은 더 빨리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것을 더 깊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중년의 끝은 언제인가?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8단계 이론’(1950년대)은 중년기를 대체로 40세에서 64세 혹은 65세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 이론은 당시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65~70세 전후)을 기준으로 생애주기를 설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시대의 수명 구조에 맞춘 상대적 개념이었다.


그러나 현대인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는 지금, 중년의 범위 역시 새롭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의 ‘노년’은 오늘날에 와서는 ‘활기찬 중년 후반’으로 재정의되고 있으며, 이는 심리학적 이론의 재해석과 생애주기 재편성을 요구하는 시점이다.


2025년을 살아가는 지금, 사람들의 수명만 아니라 사회적 활동 역량과 기대 역할도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예컨대 2023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3.5세로, 에릭슨이 연구를 발표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무려 13세 이상 연장되었다. 이런 변화는 중년의 나이 구분과 세대별 시간에 대한 인식 자체를 새롭게 재정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일본 후생노동성은 65~74세를 ‘준(準) 노인’ 혹은 ‘활동 노년’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했고, WHO(세계보건기구) 역시 노년기의 시작을 75세로 상향 조정하자는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심리학자들은 중년기의 범위를 45세부터 70세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나아가 45~74세는 ‘중년기’, 75~84세는 ‘젊은 노년기’, 85세 이상은 ‘고령 노년기’로 구분하자는 의견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중년의 확장이라는 논의는 단순한 나이 구분의 문제가 아니다. 정년 연장, 청년 일자리, 세대 간 갈등 등 복잡하게 얽힌 사회 구조 속에서 현실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년은 더 이상 퇴장의 전주곡이 아니라, 또 하나의 도약점이 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상을 기록한다

나도 나이가 들었다. 직장 다니던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하거나 명퇴했다. 은퇴한 후 연락이 뜸한 친구들이 늘어난다. 나는 아직 현역에 있지만 그렇지 못한 그들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젊을 땐 촘촘했던 사회적 관계에도, 숭숭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 문득, 혼자 있을 때 마음이 허전할 때가 있다. 이제 그런 순간조차 고맙고,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쉼 없이 달려왔던 시간에 잠시, 삶의 여백을 위한 쉼표도 있어야 한다. 그건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를 쓰는 일이다.


일기에는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적는 것이 아니다. 고독을 즐기는 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할 것이다. 텅 빈 공원 벤치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 무딘 기타 연주에 실린 아련한 옛 노래들, 그림을 그리며 떠올리는 잊힌 얼굴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행하는 그 순간을 기록하려고 한다. 삶의 오후, 해는 천천히 기울지만, 저녁 햇볕은 더 따뜻하고 깊다.


일부러 사람을 피하거나 외면할 생각은 없다. 여전히 그들 속에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 속에 있어도 홀로인 듯한, 홀로이면서도 사람들 속에 있는 듯한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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