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수지 증후군?
아침 일찍 정형외과에 들렀다. 이름도 낯선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라는 통증 때문에 치료를 받았다. 엄지손가락이 몹시 아픈 데다, 굽히려 하면 ‘딸각’ 소리와 함께 아픔이 요란하게 따라온다. 마치 누군가가 손가락을 안에서 강하게 당기는 느낌이다.
‘방아쇠 수지 증후군’은 손가락 관절이나 뼈의 문제가 아니라, 손바닥에서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힘줄 부위에 생긴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지나가는 터널에 염증이 생기면서 부어오르고, 그로 인해 힘줄의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게 된다. 그래서 손가락을 굽히면 중간에서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힘을 주면 갑자기 ‘툭’ 하고 풀리며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 증상은 지난 주말의 골프로 생겼지만, 골프는 아무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잘못된 내 그립에 있다. 기본을 잊고 내 멋대로 채를 잡아 휘두른 내 탓이다. 게다가 기타 연습으로 이미 피곤해 있던 엄지손가락에, 그날따라 마음만 앞서 기본자세도 챙기지 못했다.
결국 무엇이든, 기본기를 갖추지 않고 덤비면 탈이 난다. 그 말, 정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게다가 내 운동신경은 무디고 몸통은 뻣뻣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골프는 무죄, 몸통은 유죄다.”
병원에서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권했다. 치료 시간은 고작 몇 분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순간 동안 뼛속까지 울리는 고통이 밀려왔다. 손바닥을 날카로운 쇠꼬챙이로 쑤시는 듯한 통증에 자칫하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염증 부위를 벗어나면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문제의 부위에 닿을 때는 마치 커다란 망치로 손바닥을 내리치는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그래도 다시 골프를
뭐, 그렇다고 다시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사나이가 이 정도 일 가지고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건 내가 골프를 얼마나 좋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과 함께할 일이 점점 줄어들고, 만날 때마다 술만 마실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면, 골프는 그나마 함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계기다.
그래서 골프를 완전히 끊는다는 건, 1년에 몇 번 겨우 만나는 친구들과의 만남조차 놓치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골프가 꼭 내 성향에 맞는 운동은 아니어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그마저 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손가락 보호대를 차야 하니 당장 엄두가 나지 않지만, 때가 되면 몸을 풀어야 할 것 같다.
골프는 스트레스를 풀고,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든다. 덤으로, 복잡하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초록의 풀밭을 걷는 즐거움도 따라온다. 몇 시간이 걸리는 라운딩은 차치하더라도, 연습장에만 나가도 속이 확 트인다. 특히 필드에서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도시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삶에 새로운 활력이 돈다.
골프를 좋아하는 이들의 말이다. 사실 중년의 남자가 골프를 즐기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게 들 수 있다. 그중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골프의 가장 큰 단점은, 그게 너무 재미있다는 거야.”
안타깝게도 내게는 그런 DNA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남들보다 훨씬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최소한의 기본만이라도 익히자. 제대로 치료를 마친 뒤엔, 동작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좋은 점수를 바라는 건 아니다. 손가락 부상 없이 무탈하게 한 라운드를 마치는 것. 그게 지금 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