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흐트러진 할아버지

by Henry
AI가 생성한 이미지


지하철 안의 중년 남성과 여성의 옷차림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또래의 승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고 그들을 요모조모 뜯어보거나, 불쾌하게 관찰하는 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의 외모나 옷차림을 스쳐 지나가는 시선으로 살펴볼 뿐이다.


특히 중년 이후의 남성과 여성의 스타일 차이에 눈길이 간다. 그들의 외모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들어가며 옷이나 매무새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그 방식의 차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살펴보다 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눈에 띈다.


직장 다니는 중년 남성들은 대개 슈트 정장이나 세미 정장을 갖춰 입는다. 전반적으로 옷차림과 외모가 단정하다. 이는 직장이라는 공간이 어느 정도 외모와 복장을 관리하게 만드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일정한 규범 속에 머물다 보면 자연스레 외모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은퇴했거나 직장 생활을 마친 이후의 남성들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옷차림은 편안하다 못해 자칫 흐트러지기 쉽다. 귀찮아서 그런지 외모 관리에도 손을 놓은 듯한 인상이 강하다.


반면에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도 의상과 외모가 깔끔하다. 각자 자기 나이에 어울리는 단정한 매무새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80이 넘은 할머니의 옷차림에서도 깔끔하게 세탁한 느낌이 전해진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도 곱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같은 나이인데도 할머니는 단정하고 곱게 보이지만, 할아버지는 상대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일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은 외모에 무심해지고, 종종 게을러 보이기도 한다. 반면 여성은 꾸준히 자신을 단정히 가꾼다. 물론 이 것은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보고 느낀 모습이 그랬을 뿐이다.


여성은 외모, 남자는 재력?

왜 그럴까? 이러한 차이는 사람의 기질이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외모를 가꾸는 데 대한 사회적 인식과 어릴 적 교육 방식의 차이, 성 역할에 대한 기대 차이 그리고 문화적 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여성은 어릴 때부터 ‘예쁘게’, ‘단정하게’, ‘깔끔하게’ 보이라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 자라왔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 압력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노년 여성도 “관리 잘했네”라는 말을 듣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쓰도록 은근히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화장, 헤어스타일, 패션, 체형 관리에 관심을 갖고, 이를 꾸준히 관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습관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장려되는 분위기다. 그 결과 중년 이후에도 자신을 가꾼다는 감각은 일종의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반면에 남성은 어릴 적부터 외모를 가꾸는 교육을 받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그런 요구가 크지 않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기본적인 복장만 갖추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고, 외모보다는 경제력과 직책, 사회적 위치 등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이러한 기준이 더욱 뚜렷해지고, 자연스럽게 외모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남자가 무슨 외모야, 지위와 경제력 혹은 재력이 중요하지” 혹은 외모 관리는 ‘허영’ 혹은 ‘여성적인 행동’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에서 남성들은 성장했다. 이들에게는 외모보다 성취, 사회적 위치, 혹은 사교적 활동이 자존감을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이러한 관념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화되어, 결국 ‘꾸미지 않는 편안함’이 일상화된다.


은퇴 후 남성의 귀차니즘

은퇴 후의 삶에서 남녀 간의 활동 방식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여성은 나이가 들어도 모임, 동호회, 문화센터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사회적 관계를 꾸준히 이어간다. 이러한 ‘보여지는 자리’들은 외모와 옷차림, 생활 습관을 유지하려는 자연스러운 동기가 된다. 여성에게는 ‘단정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끊임없이 작용한다.


반면 남성은 은퇴와 함께 활동 반경이 급격히 줄어들고, 사람을 만날 기회도 줄어든다.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모에 신경 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어차피 볼 사람도 없는데”라는 생각에, 외모 관리나 주변 정리에 점점 무관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남성은 뱃살이 늘거나 머리가 흐트러져도 큰 지적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적 관용은, 남성의 외모 관리에 대한 무관심을 정당화해 준다.

결국, 이러한 차이는 단지 옷차림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여성보다 외모에 무심해 보이고, 게을러 보인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반면 여성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단정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물론 이는 개인의 성향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기대와 문화적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의 남성들은 외모를 가꾸는 일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도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다. 화장, 패션, 체중 관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가꾸며, 이를 자긍심의 표현으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한다.


나는 미용실에 간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를 일반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일상 속에서 지켜본 풍경이다. 그것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했을 뿐이다.


내 머리칼은 곱슬하다. 곱슬머리는 자연스러운 볼륨감을 주어 머리숱이 많아 보이게 한다. 잘 정돈하면 개성 있고 예술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또한 뻗치기 쉬운 직모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인상을 줄 수 있어,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곱슬머리는 관리가 까다롭다. 자칫 부스스하고 흐트러져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머릿결이 거칠어지고, 조금만 자라도 산만한 인상을 준다. 머리가 길어질수록 머릿결이 부풀어 뒤엉키면서 지저분해 보이기 쉽다.


곱슬머리는 장점도 많지만 자주 관리하지 않으면 깔끔해지지 않는다. 오늘은 아파트 앞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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