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생존

by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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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기온이 부쩍 오른다. 오늘도 더위가 예사롭지 않을 듯하다. 7월 말이라 이쯤의 더위는 당연한 법.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를 지난 지 며칠 되었다고 더위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기상이변 탓인지 해마다 한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그 기간마저 길어지고 있다. 한여름의 폭염이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리 개의치 않는다. 선풍기만 돌아가는 내 방에서 자판을 두드리거나 수첩에 글씨를 옮기는 그 시간은, 말 그대로 무념무상의 순간이다. 머릿속을 떠다니던 잡생각이 사라지고, 몇 가지 신경 쓰이던 일조차 잠시 잊힌다. 당장 ‘삼수갑산’을 가야 할 일이 있다 해도, 무언가를 적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고요해진다.


내 두뇌는 찰나에 두 가지를 동시에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뭔가 적고 있을 때는 어떤 번뇌도 신경회로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게 우리 삶인데, 이렇게 잠시라도 번뇌를 막아주는 위안거리가 있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내가 골프에 깊이 빠져들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습장이든 필드든, 골프는 뭔가를 ‘적거나 사색하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몇 시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내게는 조금 따분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겐 매 홀마다 성취감을 맛보고, 걷는 시간이 힐링일 수 있겠지만, 나에겐 조름 다르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성향이긴 하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명문을 집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적고 모은 글, 도대체 어디에 쓸까. 따로 정해둔 곳도 없다. 특별한 목적을 품은 일은 자주 상처를 남기고, 기대를 품은 일은 대개 실망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적는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쓰는 순간에만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적는다.


한때는 글을 모아 책을 펴볼까, 공모전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깨달은 건 하나다. 세상에는 나보다 재주 있는 사람이, 그것도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속으로만 외친다.


“적자! 생존.”


적는 것이 곧 살아있는 증거다.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이라는 고매한 진화론이 아니라, 그저 적어야 즐겁다는 나만의 엉뚱한 철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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