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인문학 10】
더 멀었다면 겨울왕국
더 가까웠다면 불의 지옥
태양과 지구는 이게 딱 좋아
열정과 냉정 사이의 거리가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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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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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태양은 8월의 그것보다 양순하고 부드러워. 한층 누그러진 기세 덕분에 아침이면 제법 선뜻한 바람이 불어. 여름과 가을이 자리를 바꾸느라 한참 분주해. 계절이 바뀌는 게 한두 시간 만에 될 일은 아니야. 며칠에 걸쳐 여름의 무더운 짐을 빼느라 뭉그적거릴 거야. 그래봤자 9월도 중순이고 보면 대세는 이미 가을이야.
계절이 바뀔 때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생각나. 일제 강점기인 1941년 완성했지만, 일제의 검열 때문에 그가 죽고 해방이 된 후인 1948년에 발표된 시야. 80년도 더 된 시간이 흘렀어도 시의 세련미가 녹슬지 않았어. 곱씹을수록 이국의 맛이 나는 건 프란시스 짐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름이 나오기 때문일 거야. 계절이 지나는 하늘을 보며 별을 세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련해.
'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야. '어린 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면서 느낀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큰 감동을 주지. 생텍쥐페리도 별이 초롱초롱하던 밤, 홀연히 아프리카 사막 위에 뜬 별 사이로 사라졌어. 또 한 사람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고흐야. 내면의 고통과 혼란을 회오리치는 구름과 코발트색 밤하늘로 표현한 '별밤'도 너무 유명해서 덧붙일 말이 없어.
오늘 밤하늘에도 어김없이 별은 빛나. 그중에는 동주의 별도 있고, 어린 왕자의 별도 있고, 고흐의 별도 있을 거야. 이들 중에서 태양처럼 한 자리에 붙박여,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을 항성(붙박이별)이라고 해. 태양계에서 스스로 빛나는 붙박이별은 태양 하나밖에 없어. 지구나 수성같이 태양 주변을 떠도는 떠돌이별(행성)이라고 부르지.
저 넓은 우주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붙박이별(항성)이 많아. 은하계 너머의 광활한 우주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쌔고 쌨어. 제힘으로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은 항성 주위를 맴돌며 빛을 반사하지. 이 무한의 우주 공간에서 빛 나는 별 중에 지구와 같은 아름다운 파란 별이 또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의 존재는 유한하고 우주는 넓고 깊은 침묵에 잠겼어.
지금까지 빛의 근원을 찾는 여행을 했어. 첫 번째 역에서 태양 내부의 핵융합 반응은 빛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어. 색은 태양의 빛, 그중에서도 가시광선에 있다는 사실도 알았지. 두 번째 역에서는 물체가 에너지를 받으면 전자의 움직임으로 빛을 낸다는 것도 알았어. 빛이 없다면 지구에는 생명체가 살 수도 색도 없어 세상의 아름다움도 없어.
태양과 지구 사이의 냉정과 열정
햇빛은 지구의 생명체에게는 축복이자 희망이야. 빛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진리이자 광명이지.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다 축복받은 건 아니야. 지구보다 가까운 수성과 금성의 한낮은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모든 것을 태우는 불덩이야. 반면,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순으로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온도는 엄청난 영하의 기온으로 곤두박질쳐.
태양에 가장 가까운 수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약 섭씨 200°C 가까이 오른다고 해. 수성은 대기가 희박해서 밤에는 -200°C 가까이 떨어지는 혹한이 되었다가, 한낮에는 400°C가 넘는 열 지옥으로 변하지. 이런 환경에서 어떤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다음에 있는 금성의 표면 온도는 한낮에 무려 500°C 가까이 올라간다고 해. 이산화탄소의 두꺼운 대기가 온실효과를 발휘하는 금성은 수성보다 더 뜨거워. 이 둘은 지구보다 태양에 조금 더 가까운 죄로 아무도 살지 않는 죽음의 별이 되었어.
지구보다 태양과의 거리 먼 화성의 평균 온도는 -80°C 전후로 꽁꽁 얼어붙은 별이야.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순으로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기온은 더 떨어져.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죽음의 별들이야.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지. 지구가 지금보다 태양 가까이 갔다면 열 지옥이고, 더 멀어졌다면 얼음 지옥이 되었을 거야. 태양과 지구는 사랑보다는 멀고 우정보다는 가까운 사이일지도 몰라. 햇빛은 우주의 모든 별의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라 오직 지구의 키다리 아저씨일 뿐이야.
지구의 평균 온도는 16.85°C로 생명체가 살기 딱 좋은 온도야.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어. 이 얼마나 오묘한 조화이며 기막힌 우연인가.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아. 냉정과 열정 중간쯤에서 딱 멈춘 지구의 행운이 우리의 삶을 가능케 했어. 태양과 지구의 사이는 딱 이만큼이 좋아. 지구의 위치는 "골디락스 지대(Goldilocks Zone)"라고 불리는 생명체가 살기에 최적의 장소야. 생명체에 필요한 물과 산소가 존재하는 곳이지.
빛의 근원을 찾는 여행
산업 혁명 이후 인류는 줄곧 화석 연료를 사용해 왔어. 그 덕분에 산업화에 성공하고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일궜어. 반면에, 화석 연료의 사용은 갖가지 환경 문제를 일으켰지. 대기 오염과 산성비, 석유 유출 사고로 인한 환경 훼손에서부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을 일으키고 있어. 석탄과 석유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오존층을 파괴했어. 그 바람에 피부에 해로운 자외선 농도가 높아졌어.
환경오염 때문에 발생하는 기상 이변으로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지. 상황이 이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해마다 4~8%씩 증가하고 있어. 이 추세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전망이야. 현재의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양을 기준으로 계산해 볼 때, 석유는 앞으로 40~50년 사이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해. 그다음은? 글쎄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중이지만 딱히 좋은 소식은 아직 없어.
세계 각국은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실험하고 있어. 핵분열도 많은 에너지와 제공하지만, 동시에 생명체에 해로운 방사능을 많이 유출해. 원자력 발전이 화석 연료보다 지구 환경을 덜 파괴하지만, 방사능이 유출되었을 때의 재앙은 실로 어마어마하지. 그래서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어.
인류가 지구에서 태양의 핵융합 지혜를 발휘할 수 있거나 햇빛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야. 매년 큰 폭으로 뛰어오르는 석유 가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려는 위협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지. 무한의 태양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환경 문제도, 빈부의 격차도 현격히 줄어들지 않을까.
이뿐만 아니야. 햇빛은 피부가 비타민 D를 생성함으로써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적절한 햇볕을 쬐면 눈도 좋아지고, 계절성 우울증을 막아주기도 해. 머릿속의 멜라토닌을 조절함으로써 숙면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적정량의 햇빛이야. 그리고 세로토닌이 떨어지지 않게 함으로써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도 밝은 햇살이야. 이것 말고도 햇빛이 정신과 육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 한둘이 아니야.
태양은 제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태워 엄청난 열을 만들어내지. 그렇게 만든 빛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보내주고 있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빛의 1차 근원은 태양 내부의 폭발이야. 또 인간은 물질 내부 전자의 움직임을 이용해 형광등과 LED의 빛을 만들었어. 이것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만나는 빛의 2차 근원이야. 매일 쏟아지는 햇빛과 어두운 방을 밝히는 형광등의 불빛에 감사해. 그건 빛의 근원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얻은 값진 교훈이야.